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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다음 소희 - 캐나다 한국 영화제

by 밀리멜리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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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서 6월은 축제의 시작이다. 이제부터 9월까지 축제가 안 열리는 날이 없을 정도다.

여기 사람들 왜 이리 여름을 좋아할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 겨울이 너무 길고 추우니까, 햇살 좋은 날엔 최대한 즐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축제 리스트를 보다가, 캐나다 한국 영화제가 있는 걸 발견했다. 독립영화인 다음 소희라는 영화가 칸 영화제 폐막주에 걸렸다고 해서 보기로 했다.

한국영화제


영화 정말 좋았다. 김시은이라는 신인배우와 배두나가 주연했는데,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소재도 충격적이었다.


독립영화를 많이 본 편이 아니라 좀 낯설었는데, 금방 내용에 빠져들어갔다. 중간부터 영화가 무척 슬펐는데, 앞 좌석이랑 뒷좌석에서 흑흑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희가 학교 현장실습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는데, 제일 스트레스가 많다는 해지방어팀 일을 하게 된다. 어린 학생이 고객에게 욕을 먹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이 휴 하고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제일 슬픈 장면에서 어떤 사람이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앞에 앉은 사람이 우는 관객에게 휴지를 건네는 걸 봤다. 나도 그 장면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몰입하게 되는 영화다.


영화 끝나고 여운이 길게 남아 찬이랑 한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 배두나가 노려보는 장면 너무 좋았어."
"맞아. 그리고 배두나 나오는 장면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거 같아서 속 시원했어."
"그치. 소희 역 맡은 배우도 연기 엄청 잘하더라."
"관객들 엄청 울지?!"
"어, 정말 자기 일처럼 울던데."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나도 슬픈 장면에서 눈물이 나왔는데 오히려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이런 일은 정말 없어야 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나? 누구에게 책임이 있나?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사람은 모두 부인하고, 전혀 죄가 없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 대비되는 미장센이 좋았다.

이 영화는 특히 캐릭터와 사건, 서로 닮은 요소가 나란히 배치되는 점이 독특했다. 어떤 사건이 서로 닮았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영화 끝나고 주변을 걷다가 발견한 입체적인 벽화. 다음 주는 벽화축제다.


한국영화축제 너무 좋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한국문화에 푹 빠져 있는지도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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