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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한국인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 패스트 라이브즈 감상 후기

by 밀리멜리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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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영화관은 화요일마다 할인을 한다. 

 

화요일 저녁, 퇴근하고 찬이와 영화 한편을 봤다. 

 

제목은 패스트 라이브즈.

상영관 입구

이 영화는 개봉하기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근처에 인디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개봉 전 프리미어로 상영했었는데, 놀랍게도 매진이어서 날짜를 놓쳤다. 인디 영화관에서 매진이라니! 

보통 이 영화관은 사람이 많지 않아 영화 시작 직전에 가도 대부분 좋은 자리 앉아서 볼 수 있는데, 패스트 라이브즈만큼은 매진이어서 개봉일을 기다렸다.

 

광고 나올 때

이 영화를 기다린 이유는 평점이 좋고 국제 영화제에 초대된 작품이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긴 하지만, 한국 이야기이다. 감독이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국인이고, 영화 내용도 어느 정도 감독의 이야기를 포함한 것 같다. 캐나다에 와서 한국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보니 뭔가 가슴이 설레고 뭉클해진다. 

 

패스트 라이브즈


장르는 로맨스다. 무엇보다도 잔잔한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연출이 마음에 든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어린 시절 단짝이었던 노라와 해성이 24년이 지나서야 뉴욕에서 만나게 된다. 노라는 이미 결혼했지만, 첫사랑의 추억을 안고 둘은 재회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영화의 제목, 패스트 라이브즈와 관련이 있다. 

 

노라가 뉴욕에서 남편 아서를 처음 만나 하는 대화이다.

"한국에 인연이라는 말이 있어. 불교에서 나온 말인데,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에 자주 쓰여. 두 사람이 부부가 되려면 전생에 인연을 맺고, 또 그 전생에 인연을 맺고, 8천만 겁의 인연을 맺어야 한대."
"그래? 우리도 그런 인연이 있었을까? 너도 그걸 믿어?"
"아니."
".... (실망한 표정의 아서)"
"그건 내가 남자를 유혹할 때 쓰는 말이거든."

(이 장면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하하하하 하고 터졌다.)

영화에서 또 좋았던 부분은 역시 해성과 노라의 재회 장면이다. 재회 내내 담담한 표정의 노라와, 어색해하는 해성의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대비되어 좋았다. 남자 주인공인 해성이 능글능글한 성격이었다면 이런 감성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 수줍어하고 초조해하는 연기가 정말 대단해서, 지켜보는 나까지도 숨을 졸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내 담담했던 노라가 마지막에 울음을 터뜨릴 때는 나도 울컥 했다.

이전에 봤던 '다음 소희'도 그렇고, 역시 한국 영화가 인기가 많다. 영화관도 꽉 차 있고, 관객 중에 한국인 교포도 간간히 보였다. 

내가 한국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니 쟝이 자기는 한국 영화는 좀비영화가 좋다고 한다.

"좀비 영화는 한국 영화가 재밌어. 뭐가 있긴 한건가? 최근에 하나 또 봤거든. 넷플릭스에 킹덤도 재밌었고."
"무슨 영화 봤어요? 부산행?"
"아니, 음... 제목이 뭐더라. 잠깐 찾아볼게, '살아 있다'! 이거. 재밌었어."
"한국 호러 영화도 괜찮죠? 내 타입은 아니긴 한데... 글쎄, 왜 그렇게 무서운 영화를 잘 만들까요?"
"몇백년이나 다른 나라에 시달려서 그런 거 아니야?"
"오, 맞아요. 일본이랑 중국 전쟁에 많이 시달렸죠. 잘 아네요!"
"내가 또 그런 데 관심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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