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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홍콩야자 화분 키우는 재미

by 밀리멜리 2023.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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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화분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무실에 있는 홍콩야자는 햇빛 잘 드는 자리에 둬서 그런지 엄청 잘 자란다. 

사실 3월에 한국에 3주 다녀온 직후에는 물이 부족해서 그런지 시들시들했는데, 물을 주자마자 시든 잎을 떨어뜨리고 미친 듯 새 잎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잘 자라...?

무럭무럭 새 잎을 내는 홍콩야자


새 잎이 너무 마구잡이로 돋아서, 한동안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하는건 아닌가 고민했다.

근데 최근 들어서 새 잎을 안 내더니 잠잠해졌다. 

어? 가지치기를 해야 하나 싶은 내 마음을 읽은 걸지도... 홍콩야자도 잎 자르는 건 싫을 테니까. 

한번은 노랗게 시든 잎을 떼어내려고 한 적이 있다. 근데 자기는 그 노란 잎을 계속 붙들고 싶었는지(?), 다른 시든 잎처럼 똑 떨어지지가 않았다. 며칠 건드려 보다가 결국 떼버렸는데, 속살이 드러나면서 풀 냄새가 진하게 났다.

풀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진액 같기도 한 그 냄새를 맡으니 뭔가 식물도 아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도 아픔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무튼 제 몸에 생채기가 나면 어쨌든 반응이 있을 테지. 그걸 고통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은 맞으니까. 앞으로 더 잘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요즘 내 홍콩야자는 새 잎을 증식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새 뿌리를 내는 데 열중하고 있다. 물을 줄 때마다 빼꼼이 나오는 뿌리...

 

뿌리가 튀어나와...?


화분이 그렇게 작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뿌리가 삐죽삐죽 흙 위로 나온다. 

 

왜 갑자기 뿌리에 집중하는지 궁금해지네.

뿌리를 덮어줘야 하니 흙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상점에 갔더니, 커다란 8리터, 9리터 짜리만 판다. 너무 많은데, 어쩌나. 공원 흙이라도 조금 가져다 부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떼아가 왔다.

떼아는 내 홍콩야자를 위해 예쁜 화분까지 나눠줬는데, 올 때마다 화분을 라고 부르며 예쁜 말을 해 준다.

"아, 너무 예쁘다. 잘 자라네. 이거 번식시킬 수도 있겠어!"
"번식?"
"응, 줄기 하나를 잘라서 물 속에 넣으면 새 뿌리가 나올 거야. 뿌리가 충분히 나면 다른 화분에 다시 심으면 되고! 잠깐 가능한가 검색해 볼게... 음, 뿌리 촉진제가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가능할 거 같아. 일단 내가 우리집에 있는 흙 좀 가져다 줄게. 뿌리가 다 나와 있네."
"정말? 그러면 너무 고맙지. 사려고 했더니 너무 많아서 말이야."
"하하, 우리 집에 있는 화분들은 거의 다 죽었거든. 그러니까 가져가도 좋아. 그리고 뿌리가 밖으로 나와있는 상태에서 물을 주고 햇빛 받으면 탈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해."
"너 정말 잘 아는구나... 고마워!"

떼아가 오늘 화분용 흙을 한 봉다리 가져다 주었다.

"덕분에 진짜 잘 자란다. 고마워, 떼아!" 

 

잘 덮어줍니다

사실 얠 키우는 건 팔할이 떼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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