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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음악 리뷰

화사 - 마리아 (Maria) 해석 - 자신과 같은 소녀들에게 주는 메시지

by 밀리멜리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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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의 마리아(Maria)라는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이 가사가 주는 뜻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냥 캐치해서 흥얼거리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이 노래가 주는 메시지가 참 깊어 뮤직비디오와 함께 가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 곡이 화사의 자작곡이라고 하니, 이 모든 가사가 그녀가 쓴 것이라면 이 노래는 화사의 편지이기도 하다. 화사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화사의 친한 친구, 또래 집단 여자아이들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하다. 

 

상상해보자. 나의 친한 친구가 갑자기 나에게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긴 거라고.

 

 

화사 - 마리아(Maria)

 

욕을 하도 먹어 체했어 하도 
서러워도 어쩌겠어 I do 
모두들 미워하느라 애썼네
날 무너뜨리면
밥이 되나 


외로워서 어떡해
미움마저 삼켰어
화낼 힘도 없어
여유도 없고,
뭐 그리 아니꼬와
가던 길 그냥 가
왜들 그래 서럽게

 

 

마치 어느 여자아이가 오늘 서러운 일이 있었다며 또래 친구를 만나 하는 말 같다. 오늘 말이야, 누가 날 욕하더라. 내가 뭘 했다고, 정말 서러워 죽겠어, 라고 시작하는 화사의 말. 그 서러운 목소리에 친구는 왜? 무슨 일이야, 누가 너한테 나쁜 짓을 했어, 하고 걱정해 줄 것이다. 엄청 매운 떡볶이 하나 같이 놓고, 스트레스 푼다고 같이 후루룩 먹을 것만 같은 도입부이다.

 

화사가 욕을 먹은 이유는 무엇일까? 유명한 아이돌로 데뷔하면서, 그녀에게 나날이 치솟는 인기는 양날의 검이었을 것이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외모와 관련한 악플들은 더욱 더 심해졌을 것이다. 악플과 무심한 말들에 상처받은 화사. 화사에게 있었던 일은 뮤직비디오의 말레나 오마주로 더욱 명확해진다.

 

화사 - 마리아 (MV 이미지)
영화 말레나 한 장면

위 장면이 말레나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말레나는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항상 시기와 질투, 비난과 조롱에 시달린다. 원래 검은 머리의 말레나는 그런 시달림에 견디다 못해 머리를 자르고 붉은 색으로 염색한다. 

 

마리아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검은 머리 마리아와 붉은 머리 마리아가 번갈아 나온다. 검은 마리아는 악플과 언론의 비난 등을 견디다 못해 죽어버리고, 살짝은 미쳐버린 듯한 붉은 마리아가 나온다.

 

순수한 검은 마리아의 죽음
붉은 마리아의 등장

 

붉은 마리아는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 살짝 미쳐버린 것도 같다.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상처투성이가 된 마리아, 그녀의 내장이 도려내지고 그것이 식탁에 오른다. 마리아의 식탁에서, 사람들은 그녀의 상처를 아무런 죄책감없이 즐긴다. 마치 아무 생각 없이 연예인을 둘러싼 루머나 거짓 비방을 자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 같다. 

 

이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땐, 왜 이렇게 고어한 장면을 찍었을까 하고 놀랐다. 하지만 마리아의 몸에 묻은 피와 장기를 보니, 대중들의 악플이 마리아의 몸을 칼로 도려내듯 아프게 했다는 것만은 자명해 보인다.

 


마리아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빛나는 밤이야
널 괴롭히지마
오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

널 위한 말이야
아름다워 Maria

 

춤추는 마리아

 

하지만 마리아가 말레나와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마리아는 춤을 추면서 이런 상처를 회복해내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내보인다. 춤을 출 때의 마리아는 자신있게 웃으며, 당당하게 다시 살아난다. 다른 사람의 판단과 비난과 상관 없이, 언제나 아름다운 인간으로 보인다.

 

이런 외모비판에 시달리는 것은 비단 연예인뿐이 아니다.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자존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에 대한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그 잣대에 맞춰 외모를 판단하는 사회의 시선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화사의 <마리아>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시달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준다. 이렇게 빛나는 밤에, 똑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모두에게 회복할 힘을 준다. 정말 진정한 savage가 아닌가 싶다. (Savage: 대단한 일을 손쉽게 해내는 멋진 사람)



No frame, no fake
지끈 지끈거려
하늘은 하늘색 사는 게 다 뻔해 
내가 갈 길은 내가 바꾸지 뭐
위기는 기회로 다 바꾸지 뭐
굳이 우는 꼴이 보고 싶다면
옜다 눈물 

 

외로워서 어떡해
미움마저 삼켰어
화낼 힘도 없어
이유도 없고
마음을 더럽히지마
타락하기엔 아직 일러

 

 

2절에서는 1절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1절에서는 서럽다고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모습이었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꾸지 뭐', '마음을 더럽히지 마' 라는 가사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속복을 입은 검은 마리아

2절의 처음 장면에서도 역시 상처받아 있는 마리아. 비난의 상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을 생각나게 하는 듯한 구속복을 입고 갇혀 있다. 다만 일말의 희망이 있으니, 머리칼이 더 이상 붉지는 않다. 이 부분의 노랫말처럼, 아직 타락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구를 향해 나선다.

그렇지만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것을 무너뜨려 버리고, 화사는 밖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다. 구속복의 매듭이 풀리면서 화사를 가두는 듯한 벽들도 무너져 내린다. 말 그대로, 내 갈 길은 내가 바꾸는 마리아이다. 그런 위기가 오히려 화사에게는 성장하게 되는 기회로 돌아오고, 후렴으로 가면서 파워풀한 화사의 모습이 나온다.

 

마리아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빛나는 밤이야
널 괴롭히지마
오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

널 위한 말이야
아름다워 Maria

 

파워풀한 마리아

후렴 부분은 정말 마리아의 매력이 터지는 장면이다. 정말 힘든 나날들을 견뎌냈지만, 그런 상처쯤이야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뭐하러 아등바등하냐고 되묻는다. 마리아 너에게 하는 말이라는 말은, 마리아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를 보는 당신, 다른 사람들의 무심한 말로 상처를 받은 너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너도 상처받지 말고,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라. 내가 이렇게 힘든 것도 극복해 냈듯이, 너도 충분히 그런 상처들을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너는 이미 아름다우니, 다른 사람에게 구태여 사랑받으려 아등바등할 필요 없다는 힐링의 조언이기도 하다.

 

 

그런 화사에게 도움이 되었던 건, 그녀 곁에서 언제나 응원해주는 친구들, 같은 멤버들이었을 것이다. 내가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 노래가 화사 자신에게 하는 말일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 장면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을 함께 겪고 함께 성장해낸 화사와 마마무 멤버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을 자작곡으로 만들어내고 뮤직비디오로 표현한 재능에도 감탄이 나온다.

 

 

 

 

이미지 출처: 화사 - 마리아 유튜브 뮤직비디오

www.youtube.com/watch?v=tDukIfFzX18&list=RDEMAiHpN5CrU2A2TrjDA1P9bQ&index=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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