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야자가 잘 자라고 있다. 관찰하는 맛이 있는 식물이다.
얼마 전까지는 뿌리 키우는 데 집중하더니, 요새는 다시 새 잎을 내고 있다.
새 잎이 날 때는 정말 귀엽다. 얍! 하고 애기손처럼 생긴 새 잎이 튀어나온다. 이게 5일 전 사진인데, 오늘 보니까 애기잎이 더 크게 자라고 그 위에 또 애기잎이 생긴다.
또 대책없이 자라는구나... 이 잎이 커지면 다른 잎을 가릴 텐데. 하긴, 얘는 뭐 그런 거 생각 안하면서 잎을 틔우는 것 같다. 일단은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먹기 살짝 심심해서 카페테리아 샐러드바에서 샐러드를 조금 덜어왔다. 도시락이 이미 있으니 조금만 덜어오려고 했는데? 배고픈 상태에서 막 담으니 생각보다 많이 담았다.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식탐.
동료와 점심을 함께 먹으며 고양이 영상을 보며 낄낄낄 웃어댔다. 그녀는 오늘 저녁 첫 데이트가 있단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동갑에 괜찮은 남자인 것 같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 머스탱을 타고 데리러 온대. 내가 라자냐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자기는 요리 한 번도 안해봤지만 나를 위해 요리해 주겠대. 그러니까 특별대접을 받는 느낌이야."
"음, 괜찮은데? 하지만 첫 요리 괜찮을까?"
"하하하! 맛 없으면 배달시켜 주겠대. 스윗한 것 같아. 프로텍션 문제까지 다 이야기했고.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뭐, 일단은 만나보기로 했어. 대화하면서, 난 남자여자 둘 다 좋아하니까 그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 이 남자랑 만나면서도 여자가 좋아질 수도 있다고."
"그래? 이해한대?"
"좀 당황한 것 같긴 했지만 알겠대. 뭐 어쩌겠어, 내가 그런걸."
"아하..."
연애성향이나 프로텍션(콘돔) 문제까지 만나기도 전에 대놓고 다 터놓는 걸 보면 역시 한국과 연애방식이 좀 다른 것 같다. 나라면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말도 못 꺼낼 텐데. 특히 몬트리올은 여자가 연애를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물론 여기 사람도 첫 만남에 이런 대화는 어색해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픈하고 말한다. 몬트리올 사람들의 연애는 성소수자에게 많이 열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료가 만남앱에서 어떤 남자의 프로필을 보여주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덩치가 큰 남자였다.
"이 사람 프로필 읽어 봐. '몸은 남자이고 영혼은 여자입니다. 저처럼 특이한 타입을 만나고 싶어요.' 이 수염을 보면 영혼이 여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는데."
"정말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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