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 친구 마우리시오에게 초대를 받아 놀러가게 되었다.
멕시코 정통 음식, 집에서 만든 엔칠라다를 맛보여주겠단다.
"조금 각오하는 게 좋을거야, 살짝 매워!"
"그래?"
"응, 초록색 엔칠라다인데, 진짜 멕시코 정통 레시피야.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미국식 엔칠라다랑 차원이 다르지."
"우와..."
찬이는 답례로 소고기 불고기를 만들었다.
약속시간이 되어가는데 좀 늦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우리 늦는 거 아냐? 4시 반에 만나기로 했잖아."
"너 라틴 시간 모르는구나.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늦어도 전혀 문제 없어."
"라틴 시간...?"
우리는 결국 여섯 시가 넘어서쯤 도착했는데, 과연 친구는 장을 보고 오는 중이라 오히려 기다려야 했다.
"봐, 안 늦었지? 다른 친구 에릭은 아마 더 늦을 거야. 걔도 콜롬비아 출신인데, 시간 제대로 지킨 적 한 번도 없어."
"아하..."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두시간 쯤 늦게 만나는 건 보통이라고 한다.
친구 집에 들어서니 엔칠라다 만드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마우리시오의 가족들과 인사했다.
허그하는 라틴 식 인사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껴안고 인사를 했다. 비록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지만, 이런 문화는 재밌다.
"한국에선 우리처럼 이렇게 인사하지 않지? 허그하고 만지고 안 그러잖아?"
"맞아, 그렇게 허그하지는 않아."
"그럼 어떻게 해? 드라마에서 보니까 꾸벅 인사하던데, 그게 다야? 서로 악수도 잘 안해?"
"응, 그냥 꾸벅 하는 인사로 끝이야."
멕시코 사람들은 확실히 애정이 넘치고 활기찬 것 같다. 친구는 다른 사람을 허그하지 않고 어떻게 만나냐?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갈고 자르고 굽고... 엔칠라다, 이거 만들기 쉬운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도 파티 손님들을 다 대접할 만큼의 양이라니!
엔칠라다에는 닭고기, 야채, 치즈, 초록 살사 소스, 아보카도를 납작한 빵에 김밥말듯 둘둘 싼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위에 뿌린 요거트 소스까지 맛있어서 정말 좋았다.
"어때? 맵지 않아?"
"딱 좋은데!"
살짝 매콤한 맛이 돌다가 금방 사라진다.
엔칠라다는 정말 맛있구나. 정통 엔칠라다 부르짖을 만 해!
초대된 다른 멕시코 출신 여자애가 맛있다며 레시피 가르쳐 달라고 소리쳤다.
"아, 노, 노! 레시피는 절대 가르쳐 줄 수 없지!"
우리나라 김치처럼 엔칠라다도 멕시코에서는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고 레시피도 다른 모양이다. 초록색 살사 소스가 만드는 데 제일 오래 걸렸는데, 그게 바로 레시피의 비밀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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