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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수영을 배워보자 - 매주 월요일 수영강습

by 밀리멜리 202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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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와 함께 매주 월요일 수영강습을 시작했다.

물에 뜰 줄 몰라서 수영장에 가도 그냥 물장구만 쳤는데, 이번에 잘 배우면 수영장에 가서 신나게 수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수영하기 전에 쓸데없는 걱정이 몰려왔다.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수영하러 가기가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퇴근하고 나서 그냥 쉬고 싶은데, 운동하러 가기가 좀 귀찮았다.

 



마리가 찾은 수영장은 시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센터였다. 먼저 가서 쭈뼛쭈뼛 마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리가 다른 일이 있어서 정각에 딱 도착할 것 같다고 한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리셉션에 가서 말했다.

"오늘 성인 수영 초보반 등록했는데요..."
"네, 그냥 들어가면 됩니다."

 



해서 가리키는 곳으로 들어가니 바로 탈의실 샤워실이었다. 얼레벌레 샤워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들어가니 스무명 쯤 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어정쩡하게 서서 기다렸다. 마리가 빨리 왔으면... 

강사가 곧 와서 출석체크를 하고, 바로 물에 들어갔다. 물이 좀 차서 더 긴장이 되는 것 같다. 물 안에서 통통통 하고 뛰고 있으려니까 마리가 곧 왔다.

처음은 머리를 물 속에 담그고 숨쉬는 연습부터 했다. 그다음 스파게티라는 길다란 튜브를 잡고 물에 뜨는 연습, 그 다음에는 판을 잡고 다리를 움직여 나가는 연습을 했다.

8미터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왔다갔다 하려니 숨이 차다.

한 30분쯤 스파게티와 판을 가지고 연습했는데, 강사가 칭찬해 주었다.

"와, 이렇게 잘하는 그룹은 처음이에요! 이제 판 없이 해볼까요? 손을 위로 쭉 펴고 발장구만으로 나가 보세요."

판 없이 하려니 될까 걱정했는데, 신기하게도 물에 뜬다. 두어번 왔다갔다하니 이제는 팔을 저어보란다.

어? 이상하게도 수영이 된다???

만삭이 다 된 마리는 나보다 더 빠르게 왔다갔다한다.

옆에 있던 어느 여자가 열심히 연습하다가 말한다.

"그런데 숨을 어떻게 쉬는 거야? 숨 쉴 수 있으세요?"
"아, 저도 그게 문제예요. 왔다갔다하기에 숨이 모자라네요."
"아까 강사가 가르쳐줬는데, 팔을 돌릴 때 옆으로 숨을 쉬래요."

좁은 장소에서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숨이 모자라 헉헉대면서 수영을 배웠다.

"첫날이라서 쉬울 줄 알았는데, 꽤나 힘드네!"
"그래도 우리가 엄청 잘하는 그룹이라잖아."
"그냥 원래 하는 말 아냐?"
"14년만에 처음 보는 제일 잘하는 그룹이라는데?"
"그래???!"

강사가 그냥 하는 말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잘한다니 기분은 좋다.

 

집에 오는 길에 파이프가 터졌는지 엄청난 물이 터져나오는 걸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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