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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바캉스의 시작 - 자전거 여행하다가 펑크가 났다!

by 밀리멜리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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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의 첫날! 

 

찬이와 나는 끝내 취소하려고 했었던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했다. 몬트리올을 나와서 도시 네다섯개 정도를 지나는 85키로미터를 자전거 타고 가는 대장정 여행이다.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한 적이 없어서 이 85키로미터 거리가 부담이 되어서 이전에 취소한 곳이다.

 

중식 레스토랑 가서 휴가 계획 취소한 날

 

중식 레스토랑 가서 휴가 계획 취소한 날

찬이의 생일을 맞아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이니, 멋있는 호텔 고급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만들어주는 코스요리를 즐겨도 괜찮을 것 같다. "여기 소피텔 호텔

milymely.tistory.com

 

그런데, 숙소에 연락해보니 취소되지 않아서 그냥 가 보기로 했다. 🙄

 

미친 짓이었다.

 

출발하자!

 

85킬로미터를 가는데 아무 준비없이 털렁털렁...

 

출퇴근하는 것마냥 회사룩입고...

 

아무 장비도 없이 출발...  (장거리 자전거 여행 이러면 안 됩니다)

 

정말 난 아무것도 몰랐다.

 

날씨 좋고

구글 지도를 보니 자전거로 4시간 46분이 걸린다고 하고, 지인은 7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나도 밥먹고 쉬다 보면 7시간정도가 걸리겠지 하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몬트리올을 벗어나는 다리

집에서부터 자전거도로를 타니 몬트리올은 금방 벗어났고, 서북쪽을 향해 라발이라는 도시로 가고 있다.

 

몬트리올은 섬이라, 몬트리올을 벗어날 때는 이렇게 다리가 있다.

 

출발한 지 한시간 정도. 다리를 벗어나자마자 제일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찬이가 잘 달리다가 자전거를 멈췄다. 난 그걸 보고 금방 불안해졌다.

 

"왜 멈춰? 무슨 일 있어?"

"잠깐만..."

"괜찮아?"

"자전거 뒷바퀴가 좀... 으앗! 펑크났다!"

"뭐? 😫"

 

패닉하지 말고 패닉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다. 나도 찬이도 짜증이 나고 멍해졌다.

 

"어떡하지?"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여행지로 계속 가야 하나?

 

정말 패닉이 왔다. 이미 1시간 이상을 타고 왔고, 펑크난 타이어를 끌고 남은 몇십킬로를 갈 순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될 줄 알았어!'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말을 내뱉어 봤자 서로 짜증만 더 날 테니 그냥 참았다. 집으로 돌아가든, 돌아가지 않든 자전거를 고쳐야 한다.

 

"잠깐만, 자전거 수리하는 곳 있나 찾아볼게."

 

구글지도로 찾아보니 자전거 가게가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

 

"여기 가볼까? 자전거 수리하는 곳."

"그래, 가보자."

 

찬이는 수리점에 전화를 걸어 영업을 하는지 확인했다.

 

우리는 터덜터덜 자전거를 끌며 수리점에 들렀다.

 

"아, 진짜 미치겠다. 그래도 수리하는 데가 있어서 다행이야. 아, 자전거 타는 사람들 부럽다..."

"너 근데 전화로 프랑스어로 진짜 잘 하네."

"진짜? 히히, 고마워. 근데 엄청 떨렸는데!"

"위급상황이라서 더 잘 들리나 봐. 생존본능이 프랑스어 실력을 늘려준 거 아닐까?"

 

이때 찬이 앞에서 최대한 차분한 척을 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패닉했다.

 

자전거 펑크난 사진을 찍을 생각을 못했다. 

 

햐... 멋진 자전거

 

자전거 수리점에 가니 멋있는 자전거들이 번쩍번쩍하다.

 

"저희가 지금 여행중인데요, 타이어 펑크가 났어요. 바로 수리될까요?"

"네, 한번 살펴볼게요. 15분 정도만 기다리세요. 여행중이라고요? 어디까지요?"

"생아델이요."

 

6~70킬로나 떨어진 곳인걸 아는 수리점 점원이 입을 떡 벌린다.

 

"여행중이시라니 최대한 잘 고쳐 볼게요. 혹시라도 잘못되면 다시 오세요. 그래도 당신이 다시 오지 않게 하는 게 제 일이지만요!"

 

일렉트릭 바이크를 타면 덜 힘들텐데...

 

점원은 정말 친절했다. 진짜 10분만에 후딱 타이어를 갈아주었다.

 

"이 바퀴 겉부분이 다 마모되어서 터졌네요. 바퀴를 갈았으니 이제 괜찮을 거예요!"

"아, 정말 고맙습니다. 잘 되었네요!"

 

새로 간 타이어는 정말 튼튼해 보였다. 

 

커피 마시고 가자

 

자전거를 다 고치고, 우리는 한 숨 돌렸다.

 

이미 시간이 좀 지체되었지만, 이왕 자전거길에서 벗어나 주택가로 온 김에 팀홀튼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 커피를 나눠 마셨다.

 

"아... 진짜 제일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 그치? 이게 무서워서 내가 예약 취소하자고 한 거잖아."

"아, 그렇지. 그래도 어떻게 수리점을 찾아서 잘 해결됐다?"

"신기한 게,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어."

"무슨 말이야?"

"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걱정할 땐... 타이어 펑크나는 게 진짜 무서웠거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고. 근데 직접 겪어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무서웠어. 무섭기 보단 그냥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알아?"

"알 거 같아. 맞아, 실제로 겪어보니까 어떻게든 해결이 되네."

"누가 그런 말을 했는데. 여행 중에 일어난 일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여행이 끝나면 사라진다고."

"오, 그렇다. 진짜 걱정할 때가 더 두렵고 무서웠어. 다 우리 생각이랑 마음이 그 상황을 무섭게 만드나 봐."

 

우리는 장거리 여행할 땐 장비를 꼭 잘 챙기자는 다짐을 하며 다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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