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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모르는 프랑스어 단어 검색하기 - '당퐁'이 무슨 뜻이지?

by 밀리멜리 202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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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 중간마다 '당퐁~'... '당퐁~' 이 단어를 섞어 말한다.. 보통, 선생님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쓰는 편이었고, 라디오에서도 많이 들었으며, 특히 누군가 나에게 어떤 개념을 설명해 줄 때 이 단어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으므로, 누군가 나에게 '당퐁~' 이러면 주제에 알아들은 척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뭐라고? 못 알아 들었지만...^^; (구글 이미지)

 

이 단어를 못 알아들어도 특별히 문제는 없었으며, 게다가 너무 자주, 빨리 써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을 겨를도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퀘벡사람들의 말버릇인 것 같아 검색을 시도해 보았다. 무슨 단어인지 몰라도, 스펠링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도 걱정없다. 구글은 정말 똑똑해서, 내가 개소리를 검색해도 결과를 잘 찾아준다. 모르는 단어를 어떻게 검색하냐고?

 

당 퐁. 그냥 발음 나는 대로 'dan fon'이라고 구글에 타이핑해 보았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옆에다 'meaning french'를 붙여보았다. dan도, fon도 맞는 말은 아니지만 구글은 나에게 'dans le fond'라는 정확한 검색결과를 던져주며 퀘베쿠아 프랑스어라는 설명도 해주었다. 아싸! 맞췄네! 그리고 중간의 le는 거의 탈락되어 'dans l'fond' 정도로 발음되고, 한국어로 굳이 옮기자면 '당 퐁'으로 들리는 것이었다. 

 

개떡같이 검색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구글

검색결과를 보니, 영어의 'basically'나 마찬가지인 뜻이다. Basically는 '기본적으로'라는 뜻으로, 거의 대부분의 대화에서 있으나마나 문장 뜻의 변화가 없다. 그치만 영어를 좀 잘하는 척 하고 싶으면 아무데나 붙여도 된다. 하하하. 우리말로 '정말' 정도일까? 생각해보니, 나도 '정말'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쓴다. 현실에서는 가끔 욕이 섞인 단어를 쓰기도 하지만^^; 정말 많이 쓴다. 정말이지 정말.

 

'basically'와 'dans le fond'의 뜻이 '정말' 이라는 건 아니지만, 쓸데없이 너무 자주 쓰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이 단어에 대해 칼럼을 쓴 'Le journal de Montréal'의 어느 칼럼니스트는 이 단어가 '레디메이드, 언어의 벼룩, 클리셰, 지긋지긋하고 진부하며, 듣는 사람 귀를 짜증나게 만드는 단어(Expressions toutes faites, tics de langage, clichés et extraits de proverbes irritent les oreilles délicates)'라며, 아예 쓰지 않는 걸 추천한다고 한다.

 

정말 별 뜻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못 알아들어도 큰 문제가 없던 것이었다. 이 칼럼니스트는 이런 말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힘들 것 같다. 당장 오늘 들었던 온라인 강의만 보더라도, 선생님이 5분동안 '당 퐁'을 4번이나 썼다. 뜻을 알고 나니, 라디오를 들어도 2분만에 한번씩 듣는 것 같다. 

 

우리가 '그런데 있잖아', '뭐냐면...', '막 그런거 있지', 라는 말을 하며 다음 할 말을 생각할 시간을 버는 것처럼, 이곳 사람들도 별 뜻 없는 말을 하면서 시간을 번다. 재밌는 단어를 배우게 되어 즐거운데?

 

퀘벡은 9월말, 10월을 기점으로 코로나가 너무나 심각해져 레드경고가 발효되었고, 다시 두번째 격리가 시작되었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졌지만 구글이 남았구나. 온라인 강의에서 선생님이 질문받는 게 힘들었는지, '구글에 모나미 에 또나미! (구글은 내친구이자 너의 친구!)'라고 하며 간단한 단어는 자신에게 질문하지 말고 구글 검색을 독려하는 선생님의 재치가 생각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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