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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밥먹기 전 프랑스어 인사 본아뻬띠!

by 밀리멜리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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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밥먹기 전에 "잘먹겠습니다," 라고 인사하듯이, 이곳에서도 밥먹기 전에 하는 인사가 있다.

 

"Bon appétit! (본아뻬띠!)"

 

우리나라도 식사 전 인사가 있고, 프랑스어에도 식사 전 인사가 있지만, 영어에서는 식사 전 하는 인사가 없다. 그래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밥먹기 전에는 다들 프랑스어로 '보나뻬띠!'하고 인사한다. 

 

식전인사 본아뻬띠

 

 

 잘먹겠습니다 ≠ 본아뻬띠

 

'잘먹겠습니다'와 '본아뻬띠' 똑같이 식사 전에 하는 인사니 같은 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잘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내 앞에 놓여진 밥상이 누군가의 노고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감사하다는 뜻이다. 이 인사를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먼저 요리를 만든 사람, 그리고 함께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더 나아가 쌀과 야채을 키운 농부, 고기를 키워 손질한 사람들 모두를 포함한다. 항상 먹을 것을 앞에 둔 사람이 이 감사인사를 한다.

 

잘먹겠습니다!

 

하지만 본아뻬띠는 먹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받는 인사이다. 뭔 소리냐고?

 

"본 아뻬띠(Bon appétit)"의 프랑스어 뜻을 그대로 직역하면 "좋은 입맛!"이라는 뜻이다. 의역하자면 "맛있게 드세요!"라는 뜻이고.

 

누군가 먹는 모습만 봐도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식당에서는 웨이터가 이 말을 건네고, 심지어는 길거리를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빵을 먹고 있어도 웃으며 "본아뻬띠!"라고 말해줄 수 있다. 교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고 있어도 친구들이 와서 본아뻬띠! 하고 인사한다. 이곳에서 살면서 입에 먹을 걸 물고 있으면 십중팔구 본아뻬띠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에선 밥 먹기 전에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밥 먹는 게 무슨 벼슬이라고(?) 항상 인사를 받는다. 재밌으면서도 동시에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고 있으면 백퍼 인사를 받을 수 있다

 

 왜 '좋은 입맛!'이 인사가 되었을까?

 

어원을 알아보면 더 웃기다.

 

이 말은 원래, 프랑스 중세시대 "위장활동 잘해!(Bon déroulement gastrique)!"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에는 소화장애를 앓는 사람이 많았는지, 음식을 먹기 전에 "힘내!"라는 말을 건네거나 행운을 빌어줘야 했다고 한다. 음식 하나 먹을 때도 행운을 빌어야 하다니... 하긴 프랑스인들은 시도때도 없이 행운을 비는 인사를 한다. Bon chance! (봉 샹스!)

 

사실 그 시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말을 아무에게나 막 하고 다니는 건 좀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친구 어머니가 음식을 차려주었는데, 그 앞에서 "아, 제발 소화 잘 되길! 행운을 빌어!" 이러고 있으면 음식을 만든 사람 앞에서 그 무슨 예의없는 짓이란 말인가? 나같은 K-유교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인사다. 🤣🤣

 

소화 잘 시키렴...

 

우아한 것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도 이 인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프랑스인들에게 먹는 것은 생존행위가 아니라 예술이다. "위장활동 잘해!"라는 말은 너무 생존 위주고, 동물적인 장운동을 연상시키니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장'이라는 말 대신 '입맛(아뻬띠)'이라는 말로 변형시켰고, 본아뻬띠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본아뻬띠!'라는 인사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그렇게 고상한 인사는 아닌 것 같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배때지 기름칠할테니 준비해라'라는 말과 비슷하달까? 

 

위장이 뭐니, 위장이... 엘레강트하지 못하게

 

물론 지금은 이 어원의 의미가 모두 사라지고, 무척 일상적인 식사 인사로 자리잡았다. 특히나 19~20세기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문화중심지가 옮겨가면서, 식전인사가 미국에서 테이블 매너로 자리잡았다. 미국과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식전인사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본아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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