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게 땡겨서 근처에 간식을 사러 나왔다. 오늘은 카페 팀홀튼에서 파는 팀빗이 땡긴다.
팀홀튼에서는 도넛을 종류별로 파는데, 나는 링도넛의 가운데 반죽으로 만든 동글동글한 도넛을 좋아한다. 이 부분을 한국 던킨도너츠에서는 먼치킨이라고 불렀는데, 팀홀튼에서는 팀빗이라고 부른다.
산책할 때마다 자주 지나치는 이 집은 자주 문 앞에 장식을 내놓는다. 귀여워서 찍었다.
요즘은 눈이 내렸다가 녹았다 해서 길이 질퍽질퍽하다. 산책을 나온 강아지도 눈 때문인지 빨간 신발을 신었다.
다 녹은 눈을 영어로 슬러시(slush)라고 하는데, 나는 슬러시라고 하면 어릴 적 먹던 탄산음료 슬러시가 생각나서 잘 매치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녹은 눈을 슬러시라고 불러야 할 것을, 슬러리(slurry)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캐나다에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점원이 춥지 않냐고 물었다.
"오늘 날씨 춥지 않아요?"
"맞아요, 길거리에 슬러리가 가득해요."
"슬러리요?"
"길에 눈이 녹아서요."
"아하, 슬러시 말하는 거군요!
"아, 그게 슬러시군요. 난 슬러리인줄 알았어요."
"하하, 그럴 수도 있죠."
집에 와서 슬러리를 검색해보니, 슬러리는 물과 밀가루를 섞은 것, 혹은 물과 시멘트를 섞어 묽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배운 단어들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이쪽 동네는 벽화가 자주 바뀐다. 예전에는 분명 이 그림이 아니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핑크색 조형물도 있다. 벽화와 조형물 둘 다 해괴해서 잘 어울린다. 😂😂
카페 팀홀튼에 들어오니 저스틴 비버 굿즈가 있다. 남친이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저스틴 비버가 팀홀튼 다 망치겠네!"
"왜?"
"팀빗도 다 바꿨잖아."
"진짜 팀빗 좀 바뀌었네.
"완전 맛없어졌어!"
"벌써 먹어봤어?"
"누가 줘서 먹어봤는데, 완전 별로야. 옛날 게 더 나아."
"그럼 안 먹을래?
"아니, 너 먹으면 나도 먹을래."
건강을 챙기는 남친은 도넛 자체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내가 사면 먹는다. 🤣
"저스틴 비버 안 좋아해?"
"뭐, 괜찮아. 요즘 나오는 노래들은 좋더라."
팀홀튼은 전체적으로 값도 싸고 메뉴도 다양해서 캐나다 국민카페로 통한다. 캐나다에는 어딜 가나 이 카페가 있어서, 없으면 좀 아쉽다.
저녁에 오면 종종 인기가 많은 것들은 다 팔리고 없다. 그나마 팀빗은 많이 남아 있네.
10개짜리를 사면 이렇게 상자에 담아준다. 한 상자에 3천원 정도이다.
남친이랑 하나씩 나눠먹고 보니, 잉? 7개가 남는다.
아마도 점원이 10개가 아니라 9개를 준 모양이다.
아쉽지만 뭐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예전에 10개짜리를 샀는데 11개가 들어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실수가 더 좋은데 😅 암튼, 난 맛있었다.
왜 맛없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남친은 맛없다고 했으니 나머지 하나는 나에게 줄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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