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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친구가 요리한 이스라엘식 가지요리와 치킨

by 밀리멜리 202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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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과 까미유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 나와 남친을 초대했다.

 

노만도 나도 최근에 직장을 구했는데, 나는 월-금에 일하고, 노만은 금토일에 특히 바쁘다. 지금까지 노만이 세네번이나 초대를 해 주었는데 새로운 직장 적응하는 데 바빠서 가 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친구 집을 방문해 본다.

 

지나가다 본 예쁜 교회
지하철 낙서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방탄소년단 슈가 이름을 낙서해 놓았다. 방탄 유명한 거야 말해봤자 입아프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상 속에서 발견하니 반갑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한국을 알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니하오'라고 말하거나, 손을 기도하듯 합장하는 🙏 이런 인사를 받기도 했다. 처음엔 좀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그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모욕감을 주려고 한 행동이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모르니 어쩔 수 없지'하고 지나갔던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영화, 드라마, 케이팝이 정말 유명해졌기 때문인지 한국을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 코로나 때문에 악수를 못하니 한국식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또, 내 사무실 동료 이프레옌은 한국의 역사 '조선왕조'까지 알고 있어서 꽤 감탄하기도 했다. 

 

친구의 요리. 뒤에 전기밥솥도 있다.

노만과 까미유 집에 도착하니, 요리가 한창이었다.

 

둘은 오븐에 구운 가지요리를 내놓았다. 쌀밥도 준비했는데, 캐나다에서 태어난 이 커플도 쌀을 잘 먹는 줄은 몰랐다.

 

"너희도 쌀 자주 먹어?"

"그럼, 먹지. 요새는 특히 더 자주 먹어. 우리 전기밥솥 샀거든."

"정말이네! 전기밥솥 진짜 편하지?"

"진짜 최고의 발명품이야. 그전에는 냄비에다 쌀밥 요리했는데... 우와, 이건 진짜 신세계야. 오래 지나도 따뜻하게 유지되고."

"그치?"

"전기밥솥 있으면 절대로 실패할 수가 없어. 전기밥솥으로 밥했는데 실패하면, 그건 좀 문제 있지."

"하하하... 나 물 너무 많이 넣어서 실패한 적 있는데."

"그러니까 너말고 남친이 요리하는 거지."

"당연히 남자가 요리해야지. 원래 그래야 하는 거거든. (As it should be.)"

 

노만이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나를 보며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말이 생경하면서도 반갑다.

 

이스라엘식 가지요리와 키드니

"가지에다가 소스 붓고, 잣도 뿌리고, 석류랑 고수잎도 뿌려 먹어봐. 짜잔! 예쁘지?"

"오, 이렇게 보니까 근사하다."

"이거 이스라엘 식 가지 요리야."

"우와, 어떻게 이스라엘 식 레시피를 알았어?"

"내 친구가 이스라엘 출신인데 한번 요리해줬거든. 그때 너무 맛있어서 알려달라고 했지. 그 이후로 종종 해 먹어."

"진짜 부드럽다. 가지가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네."

 

가지가 정말 버터처럼 부드러웠다. 오독오독한 잣이랑, 상큼하게 터지는 석류랑 함께 먹으니 별미였다.

 

"너희, 고기 내장도 먹어?"

"응, 나 한국에서 순대 먹을 때 간이랑, 허파 다 먹었어. 곱창도 먹고!"

"그럼 이거 먹어봐. 이건 키드니(콩팥)야."

"그럼 두 조각 먹어볼게. 괜찮은데?"

"좀 식었는데, 따뜻할 때 먹으면 진짜 맛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난 좋아하는데, 까미유는 별로 안 좋아해."

 

키드니 부위는 순대 먹을 때 먹은 간이랑 식감이 비슷한데, 좀 더 쫄깃쫄깃했다. 많이는 못 먹어도 이렇게 두세 조각씩 먹는 건 맛있다.

 

"난 대신에 블러드 젤리를 좋아해. 한국에선 이거 안 먹어?"

 

까미유는 냉장고에서 딸기주스같은 액체를 꺼냈다. 

 

"블러드 젤리? 음, 한국에선 따뜻하게 선짓국으로 먹는데 젤리로는 안 먹어. 처음 본다, 그거."

"그래? 먹고 싶으면 말해."

 

블러드 젤리는... 나중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오븐구이 닭다리

"자, 치킨이랑 감자도 있어!"

"우와, 이거 닭다리 엄청 크다!"

 

맛있었다

치킨과 감자도 완벽하게 잘 익었다. 이렇게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우와, 진짜 잘 먹었다. 고마워. 우리 완전 가만히 앉아서 먹고만 가네."

"그러라고 오라고 한 거지."

"미안하니까 설거지라도 좀 해줄게."

"그래 주면 고맙지. 우리 식기세척기가 없어서 설거지하는 데 오래 걸리거든."

"정리하고 보드게임 팬데믹 할까? 예전에 못한 거 이겨봐야지."

"오, 진짜 그거 하고 싶었어. 예전에 지고 나서 한참 찝찝했는데."

 

코시국 보드게임 팬데믹 - 너무 이기고 싶다!!!

 

코시국 보드게임 팬데믹 - 너무 이기고 싶다!!!

코시국에 하기 좋은 보드게임 '팬데믹'.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처음 해봤는데 엄청 재밌었다. 이렇게 이기고 싶은 게임이 또 있을까 싶다. 일단,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1등을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milymely.tistory.com

 

도전! 보드게임 팬데믹

이 게임은 네 명이 합심해서 함께 백신을 만들어 내는 게 목표이다. 그런데 내가 게임 시작하자마자 전염병 카드를 두 개나 뽑아서 패닉했다. 전염병 카드가 나오면 게임이 어려워지고 확산이 커지기 때문에, 가끔씩 이 카드를 뽑는 사람이 원망을 받기도 한다.

 

"아! 나 전염병 카드 두 개나 뽑았어!"

"아악! 안돼!"

"노만, 이거 안 섞은 거지? 두개나 연속으로 나오다니..."

"잠깐, 잠깐, 침착해. 초반에 전염병 카드 뽑은 게 다행일 수도 있어. 아직 많이 안 퍼졌으니까 수습 가능해."

 

이런저런 논의를 한 끝에 결국 백신을 만들어 내서 게임에 이겼다. 이 게임은 서로 상의를 하면서 대화할 수 있어서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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