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직장동료 조지아의 생일이다. 이벤트 계획하는 걸 잘하는 마리-크리스틴이 점심 회식을 계획하며 말했다.
"우리 팀 멤버들 생일 때는 밖에서 디네(dîner)를 먹어! 지금까지는 재택근무하느라 못했지만, 이제 사무실 이사도 했고 출근하는 사람도 많으니 한번 모여서 디네 먹어야지."
'디네'라는 말은 원래 프랑스어로는 저녁식사라는 뜻이다. 그런데, 퀘벡에서 '디네'는 점심식사다(!) 😂
프랑스에서는 아침을 쁘띠-데저네, 점심을 데저네, 저녁을 디네라고 표현한다. 저녁은 영어표현인 디너(dinner)랑 비슷해서 쉽게 외웠다. 그러나 퀘벡에서는 같은 프랑스어라도 다르게 부른다.
프랑스식 표현:
- 아침식사: 쁘띠 데저네 (petit-déjeuner)
- 점심식사: 데저네 (déjeuner)
- 저녁식사: 디네 (dîner)
퀘벡식 표현:
- 아침식사: 데저네 (déjeuner)
- 점심식사: 디네 (dîner)
- 저녁식사: 수페 (souper)
여기 산 지 꽤 되어서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헷갈려서 '디네'를 저녁식사로 알아들었다.
"오, 그렇구나. 그럼 저번 회식처럼 바에 가? 아님 레스토랑?"
"아니아니, 디네라니까."
"아항... 점심시간에 나갔다 오는 거구나."
"맞아, 한번 우리 주변 식당 좀 찾아볼래? 아니다, 아니야. 내가 아는 식당 중에 '담 타르틴'이랑 '푸틴빌'이 있는데, 어떤 게 좋아?"
"글쎄... 찾아볼게. 둘 다 좋아 보이는데. 정말 어려운 결정이군. 조지아 생일이니까 조지아한테 물어볼게!"
"안돼!"
"왜?"
"생일이니까 서프라이즈를 해야지. 조지아한테 말하지 마. 누구한테 물어보는 게 좋으냐면, 너한테 물어보라고 하겠어. ㅋㅋㅋ"
"그럼 내가 정하는 거야? 흠..."
'담 타르틴'은 브런치 레스토랑이고, '푸틴빌'은 말처럼 푸틴을 파는 곳이다. 푸틴은 러시아 대통령이 아니라, 감자튀김에 치즈와 소스, 소시지 등을 넣은 음식이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고민을 하자, 프랑스가 한 마디 했다.
"너 어쩐지 푸틴을 좋아할 것 같아."
"물론 푸틴도 좋지만, 브런치도 좋은데. 브런치 식당으로 가자!"
그래서 월요일 점심, 브런치 식당에서 다같이 모여 조지아의 생일을 축하했다. 이 식당에 와서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뭐 시키지?"
"에그 베네딕트도 맛있을 것 같고... 넌?"
"나는 오늘의 메뉴 시킬래."
오늘의 메뉴 안내판을 보니 생선구이와 파스타가 있다. 나도 그걸 먹을까 고민하다가 브런치 클래식을 주문했다.
월요일이라 다들 배고프고 피곤했던지, 무료로 주는 커피를 다들 받아마셨다.
"저번주에 인사했던 그 무슈 말야. 누군지 알아?"
"아니, 나 모르고 인사했는데. 누구야?"
"우리 센터의 넘버 원이야."
"잉? 그랬다고?!"
"하하하!"
사무실 이사를 온 날, 어떤 양복을 입은 사람과 인사하고 통성명을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기관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었다.
제일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옷도 캐주얼한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사무실이 특별히 크거나 하지도 않았다. 한번은 점심시간에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뎁히려고 함께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걸 어색하게 기다린 적도 있다. 그 도시락통을 든 사람이 넘버 원이었어?
한국에서라면 기관장이 도시락통을 들고 전자레인지 앞에서 기다리는 건 보기 힘든 장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곳도 공무원 사회니만큼 위계서열은 있지만, 분위기가 훨씬 경직되지 않은 느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점심을 푸짐하게 잘 먹었다. 식당 내부가 좀 시끄러워서 팀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못알아들은 게 아쉽다. 빨리 프랑스어 실력이 좋아져서 바로바로 이해하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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