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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프랑스어로 전화하는 게 예전엔 무서웠지만...

by 밀리멜리 202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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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무실을 이사했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이것도 자주 하다 보니 그렇게 힘들지 않다. 한동안은 이 사무실에서 지낼 것 같다. 

 

새로운 사무실

이사한 사무실도 느낌이 좋다. 새로운 사무실의 좋은 점은 커다란 공원이 옆에 있다는 것, 카페테리아가 맛있기로 소문났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이 주변에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점심을 먹고 소화시킬 겸 공원을 좀 더 걸으면 호수까지 구경할 수 있다. (어쩐지 다 먹을 거 관련된 이유네...😋) 

 

난 괜찮은데 자꾸 환경이 바뀌고 혼자서 출근하는 날이 많으니 쟝이 '불쌍한 것! (뽀브 뚜아, Pauvre toi!)'하며 위로해준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그 느낌이 잘 안사는데, 상대방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에그, 저런!'하면서 위로하는 느낌이다. 

 

아직 겨울느낌의 공원

사무실을 이사하면 전화기에 음성사서함의 메시지를 바꿔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한국보다 음성메시지를 정말 많이 써서 놀랐다. 한국에서는 다 문자로 처리할 일들을 음성으로 처리하고, 그래서 음성 사서함의 부재중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치만 이게 뭐라고, 나는 좀 떨린다. 한국에서는 잘 하지 않았던 거라 더 어색하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ㅇㅇㅇ의 사무실입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같은 말을 하면 되는 건데, 자꾸 실수를 하거나 말이 막혀서 메모장에 아예 대본을 써놓고 읽었다.

전화기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서 모르는 사람과 전화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할 때도 제일 힘들었던 업무가 학부모 상담전화였는데, 그게 업무다보니 차츰 익숙해져서 어렵지 않게 되었다. 

 

캐나다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영어나 프랑스어로 전화하는 게 무섭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거의 전화공포증이 와서 웬만한 통화는 남친에게 맡기고, 전화를 아예 무음으로 해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전화를 받다 보니 외국어로 하는 전화도 익숙해졌다. 아직도 한참 못 알아듣는 말이 많지만, 예전보다 캐치하는 단어가 많아졌다. 공포증을 극복하는 법은 역시 그냥 많이 해보는 것인가 보다.

 

오늘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치하느라 기술팀에 전화해서 50분동안이나 통화했다. 그런데 기술팀도 잘 몰라서 결국 설치에 실패했다. 예전이라면 스트레스 받을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뭐 그러려니 한다.

 

그 50분동안, 상대방이 하는 말을 못알아들어서 '빠동? 빠동?'을 자주 말했다. 빠동은 프랑스어로 Pardon이라고 쓰고, 뜻은 두 가지가 있다. '빠동'을 말할 때 끝을 내리면 "실례합니다"라는 뜻이고, 끝을 올려서 빠동?하고 말하면 "뭐라고요?"의 뜻이 된다.

 

빠동? 뭐라구요?

스태프가 하는 말을 못알아들어서 오늘도 '빠동?', '빠동?'을 날려댔다.

 

스태프도 답답했는지,

 

"마담, 정말 못 알아들으시는군요. 따바웻!"

 

하며 답답한 티를 내었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이런 반응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천연덕스럽게 요구한다.

 

"네, 그러니까 좀 천천히 말해주세요."

"하하, 내가 너무 빠르게 말하죠? 퀘벡 악센트가 원래 좀 심해요."

 

자기 표현을 하니 이해를 받는다. 동료 마리-크리스틴이 '의견을 표현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 조언이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전화를 해도 마음이 느긋해져서 좋다. 

 

 

 

 

 

* 따바웻의 뜻을 알고 싶다면?

 

참고글: 퀘벡 욕(Sacre)에 담긴 독특한 퀘벡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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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 마리-크리스틴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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