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

마음을 치료하는 루프탑 토마토를 받았다

by 밀리멜리 2022. 4. 14.

반응형

시내 중심가를 걷다가 지하상가 한쪽 구석에서 네다섯명의 사람들이 한손에 토마토 한 박스씩을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코너를 도니 토마토를 진열해 놓은 스탠드가 있었다. 

 

시내 지하상가


슈퍼도 아니고 옷가게들이 가득한 지하상가인데 왠 토마토인가 싶었다.

 


"토마토네?"

내 혼잣말을 들은 직원이 대답했다.

"네, 맞아요. 토마토예요. 한박스씩 가져가세요!"
"네? 공짜로요?"
"공짜예요. 여기 체리토마토도 있고, 큰 토마토도 있어요."

 

 

스태프가 내게 체리토마토 박스를 건네주었다.


"왜 공짜예요?"
"도시농업 프로젝트라고 해서, 이 건물 루프탑에서 키운 토마토예요. 지금은 파일럿 프로젝트로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분들에게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어요!"

 

도시농업 프로젝트

이런 건 거절할 수 없지. 그래서 지나치는 사람들도 하나씩 토마토를 들고 있는 거였구나. 나는 스태프가 주는 체리토마토 박스를 얼른 받았다.

"고마워요!"

토마토 박스를 들고 나오면서도 아직 남친과 나는 어리벙벙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토마토를 받다니...

하지만 도시농업 프로젝트는 회사에서도 들어본 적이 있다. 도시농업 전문 연구원이 우리 시설에 농업용 밭을 짓고 싶다고 제안해서 회의에 초대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회의에서 노트를 받아적었다.

 

마음을 치료하는 도시농업

내가 일하는 시설에는 청소년 보호시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재활과 정신건강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감각자극을 안정시키는 스누젤렌방이나, 감정회복을 돕는 도우미 강아지, 그리고 도시농업 체험도 아이들 정신건강 재활 프로그램에 속한다.

텃밭에서 직접 작물을 키우며 수확을 해서 먹으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농작물을 키우는 작업은 치유의 힘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인들에게 좋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은 마음이 치료된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게 바로 얼마 전인데, 이렇게 지나가다가 우연히 공짜로 수확물을 받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집에 와서 물로 깨끗이 씻어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고 싱싱하다. 체리토마토는 간식으로 먹고, 큰 토마토는 썰어서 계란과 함께 구워먹었다.

 

아직도 도시 중심에서 키운 토마토를 들고 집으로 온 일이 어리벙벙한데, 아무튼 맛이 좋다! 

 

 

 

이전글: 스누젤렌 방과 오은영 박사의 감각안정 솔루션

 

스누젤렌 방과 오은영 박사의 감각안정 솔루션

회사에서 남는 시간에는 거의 회의록을 검토하며 지낸다. 직속 상사인 쟝은 별로 힘든 업무를 주지 않고 '이러저러한 일을 찾아서 해봐라'라는 언질만 준다. 덕분에 내가 찾아서 일을 하니 스트

milymely.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