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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새로운 가방 사기,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by 밀리멜리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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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방을 사야할 일이 생겼다. 원래 쓰던 가방 지퍼가 뜯어져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고장이 난 이유는... 내가 커다란 음식 컨테이너를 작은 가방에 억지로 넣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

 

금요일 오후, 퇴근길에 치킨집에 들러서 치킨을 사가지고 왔다. 퇴근길 치킨 사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어릴 때 아빠가 저녁에 퇴근하고 치킨을 사온 날은 진짜 좋았는데 😁

 

회사에서 치킨집까지 가려면 공원을 가로질러야 한다. 어둑어둑해지고 가로등을 켜니 공원이 정말 예쁘다.

 

가로등이 켜진 공원
내 치킨!

치킨집에 와서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 내 앞에 있는 꼬마애가 함께 파는 페스츄리를 가리키는 게 정말 귀엽다. 아이의 말을 유심히 듣는 아빠와 다정한 모습이 보기 좋다.

 

이곳에서 항상 시키는 메뉴는 푸틴 하나랑 치킨 한마리다. 대기 중인 메뉴들 중에서 내 주문이 제일 큰 것 같다. 이 정도 양이면 3일까지 먹을 수 있고, 여기 치킨은 항상 맛있다. 이곳 식당 마뿔무이예 포스팅은 벌써 세 번 정도 한 것 같다. 😋

 

포르투갈 사람이 캐나다 음식을 만들었다! 마뿔무이예 푸틴

통닭집에서 파는 에그타르트?! - 포르투갈 정통 디저트 나타

또 포르투갈 치킨구이를 사러 갔다

 

이 정도면 마뿔무이예에서 나에게 광고비를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치킨을 받아들고 내 백팩에 넣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너무 무리했는지 가방을 닫다가 지퍼가 튕겨나가져 버렸다. 지퍼가 아예 고장 나서 가방을 닫을 수도 없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가방 안에 치킨을 쑤셔 넣고 그걸 안고 왔다.

 

집에 도착했더니 가방은 치킨기름으로 다 범벅이 되어버렸다. 지퍼도 고장나고, 기름범벅이 된 가방을 보고 새 가방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쓰던 가방은 캐나다 도착하자마자 지하상가의 중국인 마켓에서 산 가방이다. 3년동안 매일매일 쓰던 가방인데, 싸게 샀지만 그럭저럭 잘 썼다. 지퍼가 다할 때까지 유용하게 써서 미련이 없다.

 

* * *

 

하나뿐인 가방이 고장났으니 새 가방이 필요하다.

 

어떤 가방을 살까 하다가 내가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 도시락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 물통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 가끔 노트북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 펜, 노트, 파우치, 손소독제 등등 자잘한 물건도 담을 주머니가 많으면 좋겠다.

-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용량이 넉넉한 백팩을 사기로 했다. 남친과 함께 쇼핑몰을 둘러봤다. 회사 일을 하면서 알게된 싸이먼이라는 퀘벡 패션몰을 찾았다.

 

싸이먼 쇼핑몰의 백팩

여러 가지 가방을 둘러봤는데 딱히 살만한 가방이 없었다. 너무 투박하거나 아니면 너무 밋밋하거나...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도 않았다.

 

2시간이나 쇼핑몰을 둘러봤지만 결국 빈손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쇼핑을 좋아하는데, 난 쇼핑하는 게 힘들어서 별로 안 좋아한다. 물건 몇 개 보고 나오면 진이 빠지고 뭘 골라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결국 가방을 잘 아는 친구에게 전화해 sos를 쳤다.

 

"나 가방 사려는데, 백팩으로 사려고 하거든. 이전 백팩이 고장나서, 좀 튼튼했으면 좋겠고 주머니도 많고 디자인도 이쁘면 좋겠어. 좋은 가방 있으려나?"

"내가 살펴보고 좋은 거 골라줄 테니까 기다려 봐."

"고마워!"

"그런데 알아둬야 할 게 있어. 네가 예전에 싼 가방을 샀으니까 고장이 났던 건데, 가방을 한번 사면 오래 쓴다는 생각으로 좀 가격이 있는 걸 사는 게 좋아. 그게 훨씬 나아. 그러니 예전에 쓰던 것보다 좀 더 가격이 비쌀 거라고 생각해야 해."

"음, 네 말이 맞아. 좀 비싸더라도 오래 가는 게 좋지." 

 

친구는 몇시간만에 엄청난 리스트를 보내주었다.

친구가 보내준 리스트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모든 링크를 살펴보았다. 역시 가방 전문가답게 정말 다 좋은 가방이어서 고르느라 한참 걸렸다. 이걸 보다보면 이게 마음에 들고, 다른걸 보면 다른 게 마음에 든다.

 

어떤 가방은 정말 예쁜데 자석으로 닫히는 방식이라 물건을 흘릴까봐 걱정이 되었고, 어떤 가방은 정말 튼튼하고 수납공간이 많은데 디자인이 덜 예쁜 가방도 있었다. 결국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친구가 보내준 리스트 중에 적당한 하나를 골랐다.

 

결국 고른 가방

벨로이라는 브랜드의 백팩인데, 일단 튼튼해 보여 마음에 든다. 가방 등판의 쿠션도 마음에 들고, 어깨걸이에 귀여운 올빼미 로고도 마음에 든다.

 

수납공간이 나뉘어져 있는 것도 좋다. 특히 펜꽂이가 귀엽다.

 

주문을 했고 2~3일이면 온다. 그전까지는 회사에서 받은 에코백을 써도 될 것 같다.

 

이 가방을 고르자 친구가 좋은 걸 잘 골랐다고 말해준다.

 

"나도 벨로이 브랜드 좋아하는데! 예쁘고 튼튼한 걸로 잘 골랐다."

"네가 추천해 준 것들 다 예쁘고 튼튼하더라, 뭐."

"왜냐면 나도 벨로이 가방 사고 싶었거든. 그런데 네가 먼저 사다니!"

"하하, 우리 다음에 한국에서 만나면 이 가방 구경해 봐. 그때까지 잘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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