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에도 이누이트 예술품 박물관이 있었다. 몬트리올과 비슷하게 대부분 전시 작품이 판매 가능한 조각품이었다.
북극 원주민 미술관 관람기 - 조각상을 사려는 건 아니구요...
한번 이누이트 박물관 가봤다고 고래뼈로 만든 작품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작품을 구경하다가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나에게 물었다.
"혹시 일본인이신가요?"
"아니요, 한국인이예요."
"아, 죄송합니다. 일본어로 된 설명서가 있어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한국인이셨군요! 여기 영어 설명서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사실 드라마 도깨비 이후로 한국 분들이 많이 오세요. 제 전 여자친구도 한국인이었거든요."
엥?? 갑자기 자기 전여친 이야기를 하는 갤러리 담당자가 재밌어서 수다를 떨었다.
"그래요? 와, 신기하네요."
"네, 판데믹 때문에 헤어지긴 했지만요."
"그랬군요. 어떻게 만났어요?"
"바로 여기서요. 핸드폰 카메라로 자신을 찍길래 신기하다 생각했죠. 그러다 말을 걸고, 저녁 먹고 연락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헤어지기도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어지기도 했어요. 그녀는 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판데믹 격리가 시작되고, 유학생들은 강제로 기숙사에서 쫓겨나게 되었어요. 갑자기 갈 데가 없다길래, 퀘벡으로 오라고 해서 같이 살게 되었죠. 그때가 만난지 3일째였어요."
"우와, 3일만에 사귀었다고요."
"네, 그래요. 거짓말 아니예요. 제가 사진 보여드릴게요."
핸드폰을 꺼내더니 강가를 배경으로 찍은 예쁜 커플 사진을 보여준다.
"여행 간 거예요?"
"네, 판데믹 격리가 시작하자마자 모든 건물이 문을 닫았잖아요? 할 게 없어서 이곳저곳 구경다녔죠."
"예쁘네요!"
"네, 비디오도 많이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었는데, 얼마 전에 그녀가 비디오를 지웠더라구요. 우리가 헤어진 건 알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너무 좋은 추억이거든요. 왜 지웠냐고 연락했더니 아무 대답이 없어요."
"그랬군요. 아쉬웠겠어요. 그래도 음, 한국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 걸 수도 있어요."
"네? 그게 어떻게 예의예요?"
"글쎄요. 완전히 끝내고 추억도 지우는 거죠. 저도 그랬거든요.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커플이 헤어지고 나서도 쿨하게 친구로 지내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는 전여친 전남친이랑 친구로 많이들 지내던데, 나는 못 그럴 것 같거든요."
"음... 아직도 이해는 안 가지만. 그래도 한국 여자 심리에 대한 인사이트는 고마워요!"
"아참, 이거 계산해 주세요."
나는 카드를 몇 장 사서 엄마아빠와 동생, 그리고 이날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에게 카드를 썼다. 아마 도착하기까지 꽤나 걸릴 테지만, 카드 써서 보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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