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휴가가 끝났다.
몬트리올에 도착한 건 토요일 오전 11시. 공항에서 대중교통 4월 정기권을 끊었다. 집에 도착했는데, 워낙 비몽사몽이어서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던가...?' 하고 되묻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그제야 긴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전에 청소를 다 해 놓아서 다행. 게다가 집이 엄청 깔끔해졌다. 여행 전에 아래층 이웃인 산드로에게 미리 말을 해 두었다.
"우리 한국 가느라 2주쯤 집을 비울 거야!"
"오, 그래? 여행 잘 다녀와! 그럼 너희 집 비운 동안 내가 싹 정비해 줄게!"
시설관리 총책임자인 산드로는 우리의 아래층 이웃이자 친한 친구다. 집을 자세히 보니 전구 나간 것을 새로 싹 갈았고, 벽에 새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으며, 헐겁던 수건걸이도 새것으로 갈아주었다. 심지어 화장실 실리콘마감도 새로 되어 있고, 블라인드도 새것으로 갈았고, 눈자국으로 더럽던 현관까지 싹 청소가 되어 있다. 이럴 수가...🥺
산드로에게 고맙다고 음식이라도 대접해야겠다.🤗
집 앞 레바논 음식점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 두 개를 샀다. 대충 먹고는 여행가방을 모두 풀고 세탁기를 세 번이나 돌렸다. 그리고는 오후 내내 잠을 잤다. 꼬박 5시간을 자고 나서는 30분 달리기를 했다. 몸을 좀 움직여야 시차 적응이 힘들지 않을 것이다. 저녁으로 미음을 끓여 먹고는 또 7시간이나 잤다. 많이 자고 나니 벌써 익숙해진 것 같다.
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9시 반에 일어났다. 기온은 -5도로 좀 추워서 다시 패딩을 꺼냈다. 그렇지만 공기가 상쾌하다. 아, 한국도 이렇게 공기가 맑아서 파란 하늘을 매일 보면 참 좋을 텐데.
집에 있으면 더 피곤할 것 같아 찬이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오자고 한다. 좋은 카페를 알아놨단다. 나도 여기 시간대에 맞춰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자고 했다.
"카페 어디 알아놨는데?"
"베르덩 쪽에. 드 레글리즈 역 근처야."
"그래...? 지하철 타고 가야 하겠네? 그냥 집 앞에 안 가고?"
"너 그 말할 줄 알았다. 그래도 좀만 움직이면 돼. 너 자는 동안 알아놨으니까 가자."
몬트리올의 베르덩 지역은 예쁜 카페가 많은 주거 지역이다. 크리스틴이 이곳에 사는데 동네 자랑을 자주 한다. 정말 자랑할 만큼 분위기 좋은 동네다. 나도 언젠가 여기 쪽에 집을 얻고 싶다...🏡
베르덩 카페 거리에서도 유명한 카페, '릴리 앤 올리'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역시 유명한 곳인가 봐.
이곳은 커피도 좋지만 마차 라떼가 유명하다고 한다. 내 앞의 사람도, 그 앞의 사람도 마차 라떼를 주문한다.
베이커리도 몇 가지 있다. 바나나 파운드 케이크를 먹을까...?
"우리 마차라떼랑 차이라떼 시키자. 바나나빵 하나 먹을까?"
"여기는 스콘이랑 크로와상이 유명하대."
"그래? 크로와상은 진열대에 있는데, 스콘이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빨간 머리 앤처럼 양갈래 땋은 머리를 한 점원이 웃으며 묻는다.
"알로! 싸바비앙?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어때요?)"
정말 오랜만에 듣는 프랑스어다. 인사를 하고 보니 점원 앞에 놓인 접시에 빵이 놓인 게 보인다. 싸바비앙(안부인사)만 프랑스어로 하고 영어가 튀어나온다. 아직 프랑스어 모드로 돌아가려면 좀 기다려야 하나.
"싸바비앙, 고마워요. 그런데 이게 뭐죠?"
"아, 이건 치즈스콘이에요. 방금 나왔어요."
"좋아요. 이 스콘 하나랑 마차라떼, 차이라떼 주세요."
"레귤러 밀크로 드릴까요?"
"음, 마차라떼는 아몬드 밀크로 주세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운 좋게도 창가 자리를 잡았다.
스콘! 이 카페에서 유명한 스콘답게 맛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치즈향과 양파맛이 나면서 촉촉하고...
"스콘 맛있네요. 이게 무슨 스콘이에요?"
"오, 이건 우리 카페 스페셜티라 레시피는 비밀이에요. 그래도 재료 몇 개만 말해줄게요. 부추, 페코리노 이탈리안 치즈, 체다 치즈, 마늘이 들어갔어요."
친절하시네... 비밀이라면서 다 말해준다.
"여기 사람들 마차라떼만 시키나 봐."
"그래?"
"스태프들이 마차라떼만 6잔 만들고 있더라."
마차라떼는 달지 않고 숲속 향이 났다. 인기 있는 이유가 있었네.
음, 숲속 향이라니...🍃
왼쪽 사람은 프랑스어를 하고 오른쪽 사람은 영어로 이야기한다. 와, 진짜 몬트리올에 돌아왔네!
한국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사람들이 다들 예쁘고 옷을 잘 입는다는 것. 패션이 정말 세련되었다. 그리고 피부가 다 곱고 예뻐... 선크림을 잘 발라서 그런가? 나도 선크림 발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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