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캐나다 맛집탐방

몬트리올의 크리스마스 회식: 아프간 식당 키버 패스(Khyber Pass)

by 밀리멜리 2022. 12. 17.

반응형

연말 시즌이라 회사에서 모임이 많아졌다. 노엘(크리스마스)부터 1월 첫 주를 펫트(fête)라고 하는데, 부서마다 회식을 한다. 이번에는 조금 떨리는(?) 셰프들과의 회식이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때문에 크리스마스 파티가 없었다는데, 이번에는 셰프들이 벼르고 별렀는지 11월 초부터 파티를 계획하자고 했다. 이사벨이 내게 적당한 레스토랑을 찾아서 파티 준비를 하라고 맡겼는데, 운좋게도 평점이 엄청 높은 아프간 레스토랑을 예약할 수 있었다.

 

이 아프간 레스토랑은 Khyber Pass라고 하는데,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예약 없이는 오기 힘들다고 한다. 수프부터 앙트레, 본식과 후식이 나오는 레스토랑이라 가격이 좀 있는 편이지만, 각자 와인을 가져올 수 있다. 이곳에서 와인은 싼 편이니, 와인을 가져오면 오히려 더 싸다. 이렇게 와인을 가져올 수 있는 식당에는 "Apportez votre vin (와인을 가져오세요)"라는 안내문이 있다.

 

사실 이 레스토랑은 맛집 감별사 찬이가 예전부터 점찍어놓은 곳이다. 

 

"나 이번에 부서 노엘 파티로 키버 패스 가는데..."

"아, 카이버 패스 말하는 거야?"

"키버 패스나 카이버 패스나..."

 

몬트리올 사람들 중 영어 쓰는 사람은 khyber를 카이버라고 읽고, 프랑스어 쓰는 사람은 키버라고 읽는다. 식당 직원도 키버라고 읽으니 아마 이름은 키버가 맞을 것이다.

 

"너 좋겠다, 나보다 먼저 가다니! 나랑도 꼭 같이 가야 해. 나 거기 꼭 먹어보고 싶었단 말이야."

"알았어, 내가 가서 뭐가 맛있는지 알아보고 올게."

 

와인 가져오세요

 

예약한 시간이 되자, 셰프들이 도착했다. 셰프들이 있는 자리에서 좀 더 긴장이 된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프랑스어가 더 안들린다. 물론 다들 셰프니 상사들 모임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셰프들은 말도 빠르고, 퀘벡 사투리도 찐하다.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 레스토랑을 회식으로 와보겠어?

 

그래도 동료 비서 나시마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메뉴를 보는데 다 생소한 이름이라 많이 고민이 되었는데, 나시마 덕에 좋은 음식을 잘 골랐다. 

 

"여기 메뉴 스페셜이 뭐예요?"

"양고기 다리인데요, 아프간 향신료와 향기나는 쌀로 볶음밥을 곁들여서..."

 

웨이터가 메뉴 종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한다. 음, 양고기 다리가 유명하단 말이지...

 

"나시마, 너는 뭐 시킬 거야?"

"난 이미 여기 오기 전에 다 메뉴 정해놨지. 수프 드 메종, 가지 보라니, 카불리 발라우(양고기 다리), 피스타치오를 뿌린 로즈워터 푸딩을 먹을 거야."

"오...!"

 

나시마의 메뉴를 따라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

 

캐나다 의료비서 공무원의 브런치 점심회식

 

캐나다 의료비서 공무원의 브런치 점심회식

이번주는 일이 정말 바빴다. 역시 새로 옮긴 부서는 정말 바쁘다. 임시직일 때는 청소년복지쪽에서 일했는데, 정규직이 되고 나서는 의료 최전방(?)에 배치되었다. 내가 지원했으니 어쩔 수 없지

milymely.tistory.com

 

 

새로운 팀 회식 -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쉐프

금요일은 재택근무날이지만, 목요일 오후에 이사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금요일 오전에 쉐프들이 회의 때문에 모두 모이는데,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까 해. 너도 올래?" 우리 팀 쉐프(관리자)들

milymely.tistory.com

 

나도 나시마와 똑같은 메뉴를 시켰다. 나시마는 알제리 출신이어서 중동 음식을 잘 알거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가지요리를 먹을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나시마의 강력 추천이 있었다.

 

"가지 보라니 꼭 먹어야 해요. 이건 진짜 맛있어요."

 

가지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으려고 싶어서 가지 요리를 안 넣으려다가, 결국 궁금해서 시켰다. 보라니는 옛 페르시아 지역의 요거트 샐러드를 가리킨다고 한다. 

 

"너한테 설득당했어. 나도 먹을래."

"나도."

"나도."

"다 같은 거 시키는 거죠?"

 

결국 나시마 덕에 5명이나 가지요리를 시켰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진짜 맛있었다!

 

가지 보라니 (Borani aubergine)

 

나이프로 가지를 썰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이 쑥 하고 포크로만도 썰어진다.

 

한 입 넣었는데, 와, 이게 가지가 맞아? 싶었다.

 

가지가 아이스크림같이 부드러워!! 🤩 게다가 생소한 아프간의 향신료들이 입안에서 터진다. 

 

튀긴 가지를 토마토 소스에 적시고, 갈릭 요거트 소스를 뿌렸다고 한다. 

 

맛있는 건 한번 더...

가지는 좀 식감이나 향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번에 이걸 먹고 가지에 대한 편견이 모두 없어졌다.

 

가지 너무 맛있어!

 

식전빵

 

"가지 정말 맛있다! 고마워, 나시마. 너 아니었으면 모를 뻔 했어."

"음, 뭘 이런 거 가지고. 나는 이 요리 예전에 먹어봤으니까. 그런데, 식전빵이 좀 눅눅한데? 별로 안 신선해."

"그래? 난 모르겠는데..."

"아냐, 이거 신선하지 않아. 무슈, 질문이 있는데요!"

 

나시마는 웨이터를 불러 세우더니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이 식전빵이 별로 신선하지 않은데, 왜 그렇죠?"

"아, 그런가요... 그게, 냉장고에 있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린 거라서..."

"그랬어요? 아, 어쩐지 그런 느낌이 났어!"

"얼른 새로 구운 걸로 갖다드릴게요."

"고마워요!"

 

곧 따끈한 식전빵이 나왔는데, 정말 더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웠다. 역시 여기 사람들, 불만사항은 딱딱 차분하게 말하는 게 멋있다. 이런 건 배워야 겠다. 나시마 덕을 많이 봤다.

 

카불리 팔라우

이게 카불리 팔라우, 양고기 다리 볶음밥이다.

 

이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고기도 맛있지만, 아프간 향신료 덕분인지 독특하고 새로운 향이 많아서 코가 즐거운 느낌이다.

 

피스타치오를 뿌린 로즈워터 푸딩

디저트로 나온 푸딩이다. 로즈워터 푸딩이라니 어쩐지 푸딩 이름이 근사하다. 

 

맛은 그냥 달콤한 우유 맛이 나는데,  향이 정말 좋다. 장미 향도 달달하게 나고 톡톡 터지는 듯한 향이 난다. 

 

중동 지방에서는 로즈워터를 많이 먹는다는데, 피부에 좋다고 한다. 오! 😮

 

차로 마무리!

 

좋은 식당이었다. 덕분에 이곳 예약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뭘로 건배하지?"

"여기 예약해줘서 고마워, 상떼(건배)!"

 

 

친구가 요리한 이스라엘식 가지요리와 치킨

 

친구가 요리한 이스라엘식 가지요리와 치킨

노만과 까미유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 나와 남친을 초대했다. 노만도 나도 최근에 직장을 구했는데, 나는 월-금에 일하고, 노만은 금토일에 특히 바쁘다. 지금까지 노만이 세네번이나

milymely.tistory.com

 

중동에서는 가지를 어떻게 요리하는 걸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