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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75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독후감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다. 헤르만 헤세는 독일계 스위스인인데, 얼핏 생각하면 불교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인물이다. 서양 관점에서 바라보는 불교와 싯다르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어, 특이하네?' 하고 느낀 부분은 바로 헤르만 헤세가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한 인물을 두 캐릭터로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서양의 철학적 사유는 둘로 나누는 이원론적 관점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 서양식 사고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도 나타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고타마는 위대한 정신적 스승이자 깨달음을 얻은 부처, 싯다르타는 구도자의 삶을 경험하는 인간으로 표현된다. 인간인 싯다르타는 붓다 고타마를 질투하기도 하고, 존경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타마와 싯.. 2022. 11. 6.
레미제라블 독후감 - 쟝발쟝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 요즘 짬짬이 틈나는 시간에 레미제라블을 읽고 있다. 레미제라블이 두껍다 두껍다 이야기는 들었어도, 정말 이렇게 두꺼운 줄은 몰랐다! 워낙 내용이 방대해서 흔히 알고 있는 레미제라블의 쟝발쟝 이야기는 한참 뒤에나 나온다. 쟝발쟝은 빵 하나 훔친 걸로 20년 가까이 감옥생활을 한다. 석방이 되었지만 감옥에 갔다는 꼬리표 때문에 어디서나 쫓겨난다. 그러다 흘러흘러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은식기를 훔치고, 잡힐 뻔한 순간에 미리엘 주교가 그를 도와주며 은촛대까지 선물한다. 여기까지가 어릴 적 보았던 동화의 내용인데, 그 이후 쟝발쟝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면 더 흥미롭다. 쟝발쟝은 은식기를 들고 가던 도중, 조그만 소년이 갖고 놀던 은화가 또르르 자기 발밑까지 굴러들어온 걸 본다. 이 은화를 발로 밟고 소년에게 .. 2022. 10. 7.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읽으며 아침에 일어나 10분 명상을 하고, 명상을 한 김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기 시작했다. 지루할 것 같아서 쳐다보지도 않던 책인데, 내가 명상을 하니 제목부터 관심이 간다. 다른 사람들은 명상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명상록은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의 명상 기록이다. 마르쿠스는 기원후 121년에 태어났다고 하니, 거의 2천 년 전 사람이다. 2천 년 전이라니! 이 책은 어떤 형식이 없고, 그래서 어떤 문학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다. 마르쿠스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한두 구절을 적어두는 식으로, 이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비망록이었다고 한다. 읽다 보니 어려운 단어들이 나온다. 일단 비망록이 뭐지? 찾아봤더니 그 뜻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기억을 돕.. 2022. 9. 6.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후감 - 당연함을 잃고 나서 얻는 것들 화제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처음에는 지루한 에세이라 생각했는데 꼭 참고 마지막까지 읽으면 쾌감이 터지는 책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제목이 무척 특이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뭔 소리야 싶지만, 끝까지 읽다 보면 정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 하고 깨닫게 된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누군가가 이마를 찰싹 한 대 친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우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혼자서 머릿속으로 질문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럼 우리가 아는 고등어, 장어, 참치는 뭐야? 물에 산다고 다 물고기인가? 그렇담 물 밖에서도 숨쉴 수 있는 망둥어는?.. 2022. 8. 1.
유선경 작가의 감정어휘 독후감 이번 주에 읽은 책은 유선경 작가의 '감정 어휘'이다. 불안하거나 답답함, 짜증 나는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고민을 덜어주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어떤 일이 내 맘대로 잘 안 되거나 어려운 방해물이 생겨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들 때, 우리는 "짜증 나!"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더 깊게 마음을 들여다보면, 짜증 난다는 말속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숨어 있다. 그 감정을 어떻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짜증나' 속에 숨겨진 감정은 분노하거나 불안한 것일 수도 있고, 겁먹은 것이거나 지루한 것일 수도 있다. 자기 비하, 적대감, 고단함, 좌절 등에 타격받은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나도 너무 화가 나서 결국 소리를 질렀던 .. 2022. 7. 4.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 독후감, 줄거리, 인상깊은 부분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억압적이고 공부를 강요하는 환경에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져버리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학생 시절 읽었을 땐 공부 스트레스가 심할 때였으니 묘하게 동질감이 갔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읽으니 '왜 결말이 이래?'하는 생각이 든다. 내 처지에 따라서 감상이 이렇게 다르다니 신기할 뿐이다. 줄거리 한스라는 소년은 독일 시골마을에서 공부 좀 꽤나 하는 학생이다. 다른 친구들이 기계공처럼 몸쓰는 노동을 직업으로 찾아 떠날 때, 한스는 신학교를 준비하기 위해 시험을 치러 간다. 한스만이 유일하게 시험을 치러 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스는 그 모든 부담을 떠안고 하루하루 시험을 준비해 나간다. 시험준비 루틴은 꽤 빡빡하다.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는.. 2022.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