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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영화 화이트타이거 리뷰 - 인도 카스트제도, 부패와 자유 이야기

by 밀리멜리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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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신작 인도 영화, <화이트 타이거>가 큰 호평을 얻고 있다. 인도 작가 아라빈드 아디가의 동명 소설 <화이트 타이거>를 각색한 영화로, 원작 소설은 2008년 맨부커상을 받은 바 있다. 공개된 지 얼마 안돼서 넷플릭스 인기 차트 영화 1위를 차지한 <화이트 타이거>는 어떤 내용일까?

 

 

 화이트 타이거 줄거리

 

인도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발람. 머리가 좋은 편이라 학교에서도 유일하게 글을 읽을 줄 알고, 영어도 곧잘 하는 그는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한다. 가난한 출신 정치인이 정계에 떠오르면서, 인도에서도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의 사람도 언젠가 인도 총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발람은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인도에 뿌리 깊게 박힌 카스트 제도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가난한 아이도 언젠가 인도의 총리가 될 수 있다고요

옛 인도에는 1,000개도 넘는 카스트 계급이 존재했지만,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현대 인도에서는 단 두가지의 계급만 남았다. 부자와 빈자. 

 

지주에게 돈을 내지 못해 발람은 결국 학교에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찻집에서 석탄을 부수는 일을 해야 한다. 어딜 봐도 발람은 닭장 안의 신세를 면치 못하는 듯하다. 발람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 지주 둘째 아들의 운전기사로 취직하게 된다. 비교적 온화한 주인을 만난 그는 곧 운전기사의 삶에 젖어드는데...

 

 

 화이트 타이거와 닭장에 담긴 의미

 

화이트 타이거는 말 그대로 백호이다. 정글에서 가장 희귀한 종류이며 한 세대에서 딱 한 번만 나타난다고 한다. 

 

화이트 타이거

가장 희귀한 존재이자 고귀한 존재, 백호는 모든 동물들 위에서 호령하는 동물이다. 그런 화이트타이거는 굳건한 카스트 제도를 깨고 지배계급으로 올라서는 모습과 닮아 있다. 그러나 백호가 아주 희귀한 것처럼, 인도의 비천한 계급이 신분상승하기란 정말 드물고도 어려운 일이다. 신분상승 이전에, 인간다운 삶조차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발람이 사는 곳이다.

 

닭장에 갇힌 닭들은 탈출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닭장 안에 갇힌 닭들은 자신의 옆에 있던 닭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눈앞에서 그대로 보게 된다. 그리고 곧 자신의 차례가 올 것이라는 걸 알지만, 어느 닭도 감히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닭장 안의 생활에 푹 젖어, 탈출시도조차 하지 않고 체념하는 닭들의 모습은 낮은 신분이라는 체제 안에 굴복하는 발람의 삶과 닮아 있다.

 

운전기사로 취직한 발람은 직업을 바꿨지만, 안타깝게도 스스로 굴종하면서 노예같은 생활을 지속해간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온 발람의 주인, 마스터 아쇽과 마담 핑키는 대놓고 그를 중세시대 노예취급하지는 않지만 그들도 주인-하인 관계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발람은 그들을 모시면서 어떤 수모를 당해도 주인에게 충실스러운 하인으로 남는다.

 

결국에 마담 핑키는 발람에게 이런 말을 한다.

 

"수년간 열쇠를 찾아 헤맸겠지만,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어요."

 

마담 핑키는 비록 발람의 여주인이지만, 그녀 역시 본래 낮은 신분 때문에 힘든 생활을 겪었다. 그녀의 시선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는 발람은 열린 닭장 안에서 스스로 갇혀있는 닭을 보는 것 같았을 것이다. 다만 그것도 값싼 동정에 지나지 않는다.

 

발람을 노예취급하는 것에 반대했던 마담 핑키

 

 

 권력과 부패, 욕망과 자유 이야기

 

<화이트 타이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잡은 주제는 '부패'이다. 지주 계급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고, 그 돈으로 높은 자리의 정치인들에게 수도 없이 뇌물을 먹인다. 길거리에 나앉아 구걸하는 사람들의 목숨은 그다지 중요치 않으며, 노예제를 연상케 하는 신분제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다크하고 잔혹한 인도의 사회상은 어쩐지 여유로운 발람의 나레이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발람이 서서히 닭장 안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면서 바뀌는 패션도 살짝 코믹하다.

 

발람... 어디서 그런 옷은 가져다 입은 거야

전체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생각나기도 하는 영화였다. 자본주의와 그로 인해 더 굳건해진 계급, 그리고 그 계급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시도나, 운전기사-주인의 관계가 더욱 그렇다.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 특유의 카스트 제도와 인도 사람들에 관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부조리함과 어두운 면모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는 모습이다. 

 

<화이트 타이거> 로튼토마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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