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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재미있는 퀘벡 사투리 프랑스어

by 밀리멜리 2021.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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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의 프랑스어를 직접 들어보면 프랑스어에 대한 환상이 깨질지도 모르겠다. 우아한 느낌은 별로 없고, 꽥꽥거리는 느낌의 사투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프랑스의 '앙'발음을 이곳에선 '앵'으로 한다. '무아(moi, 나)'는 '무외'가 되고, '비앙(bien, 좋음)'은 '비앵'이 된다. 

 

심지어 퀘벡 토박이 친구마저도 퀘벡 프랑스어가 멋이 없다면서 실망했었는데, 그래도 나는 퀘벡 프랑스어가 재밌고 마음에 든다. 내 첫 프랑스어 선생님은 벨기에 사람이었고, 그 이후로도 프랑스 사람에게 배웠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투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여기서 살아가며 조금씩 배우고 일부러 사투리를 써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러자 신기하게도 프랑스 친구가 내 프랑스어의 퀘벡 사투리를 발견해내고 웃은 적이 있다. 

 

야 너 왜 프랑스어 웃기게 하냐

웃지 마라...🤐라고 할 수는 없다. 나도 처음에 길거리 다닐 때 엄청 웃었기 때문에...😆

 

 

퀘벡의 프랑스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대단하다. 캐나다의 다른 곳들은 다 영어를 쓰는데, 몇백 년 넘게 퀘벡 지방만 프랑스어를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왜 퀘벡이 프랑스어를 계속 고집하느냐 하는 이유는 복합적인데, 다른 글에서 좀 더 설명한 적이 있다.

 

퀘벡 욕(Sacre)에 담긴 독특한 퀘벡 역사

 

퀘벡 욕(Sacre)에 담긴 독특한 퀘벡 역사

퀘벡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쓰지만, 본토 프랑스에는 없는 특별한 욕이 있다. 어느 언어든 욕이 성적이거나 더러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반면, 퀘벡의 욕은 매우 종교적이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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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어와 프랑스어, 두 언어가 공존하는 지역에 산다는 것은 정말 특이한 경험이다. 언어라는 것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라 두 세력이 있다면 한 세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퀘벡 또한 영어의 세력이 크고, 외부 자본 세력은 모두 영어라서 프랑스어를 계속 쓰기 위해서는 인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외래어를 자국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런 인공적인 노력이 엿보인다. 퀘벡 외래어를 보면 북한의 문화어에서 외래어를 바꾼 표현들이 생각난다.

 

주스 - 과일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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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도 마찬가지이다. 정작 프랑스 본국에서는 영어 외래어를 그대로 쓰지만, 퀘벡에서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스캔은 우리나라 말로도 스캔하다라고 쓰고, 영어로도 scan이고, 프랑스어로도 '스꺄네(scanner)'라고 한다. 어느 날 문서의 스캔파일이 필요해서 복사집에 간 날이었다. 

 

"이 문서를 스캔하고 싶은데요. (Je veux scanner cette feuille.)"

"아, 저기서 누메리제하면 됩니다. 저기 누메리저가 있어요. (Vous pouvez la numeriser là-bas. Y'a un numeriseur.)"

 

 이게 누메리저?

누메리제라는 말에 나는 잉? 했지만 곧 이해가 갔다. 오, 정말 기발한 단어인데?

 

영어로 '디지털(digital)'이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누메릭(numeric)'이라는 말을 쓴다. 디지털의 어원인 Digit은 곧 숫자라는 뜻인데, 숫자가 곧 넘버(number)이고, 프랑스어로는 누메로(numero)가 된다. 그러니까, 디지털과 누메릭은 물질적인 것을 숫자, 곧 전자파일로 만든다는 뜻이니 결국 같은 뜻이다.

 

전자파일로 만든다는 행위를 스캐너라고 하는데, 원래 스캔은 '훑다'라는 뜻이 있다. 스캐너가 종이를 읽을 때 휙 하고 훑으니 그런 말이 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종이를 전자파일로 만든다는 뜻이니, '누메리제'가 좀 더 그 행위에 부합하는 말이다. 

 

이메일도 그렇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메일을 그냥 이메일 그대로 영어를 쓰지만, 여기서는 꾸리엘이라는 말을 쓴다. 꾸리엘은 전자우편(Courrier électronique, 꾸리에 엘렉트로닉)의 준말이다. 아무튼 본질에 충실한 작법이다.

 

주말에 인사를 할 때, 프랑스 사람들은 봉 위켄드(bon weekend, 좋은 주말)라고 말하지만, 퀘벡 사람들은 "본 팽 드 스맹(bonne fin de semaine)"이라는 인사를 쓴다. 팽(fin)은 끝, 스맹(semaine)은 일주일이라는 뜻이어서 "좋은 일주일의 끝!"이라고 굳이 길게 말한다. 나는 아직도 이 인사가 좀 어색하다. 

 

쇼핑이라는 단어도, 프랑스인들은 쇼핑간다라는 말을 그대로 쓰지만 이곳에서는 꼭 마가지네(magasiner)라는 단어를 쓴다. 마가장(magasin)은 가게라는 뜻이고, 여기에 동사형만 붙여서 쇼핑 대신에 쓴다. 나 가게하고 올게!!!

 

 

사실 이렇게 사람이 만든 단어는 좀 어색함이 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몰라도... 사실, 퀘벡 프랑스어에는 영어가 섞인 말이 훨씬 더 많다. 하도 많아서 이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인데... 여기에 관한 에피소드는 다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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