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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파업에 참가한 날 오늘은 전체 파업일이다. 여기서 일한 지 처음으로 파업에 참여해 본다. 이미 파업에 참여한 동료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파업일에는 월급이 없어. 그러니까 조합에서 주는 보상금을 받으려면 출석체크를 꼭 해야 해." "아항..." 출석체크를 하러 갔더니 내 파업시간을 알려주었다. 10시부터 2시까지. 파업을 하면 하루종일 일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필수서비스' 직업군에 속하기 때문에 파업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는 일해야 한다. 아침에 오니 여러가지 할 일이 메일로 와 있었다. 그것도 오늘 끝내야 할 일들이다. 좀 촉박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파업하러 와서, 혹시 간식을 나눠주지 않나 하고 둘러보았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이 딱 맞다. 파업보다 간식.... 2023. 11. 7.
크리스마스 파티 회식 계획 팀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회식을 계획하고 있다. 난 크리스마스에 팀끼리 회식을 한다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니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바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한다. 보통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는 휴가를 많이 내니, 회식은 12월 초나 중순으로 잡는다. 크리스마스 기념 회식은 보통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정하는데, 퀘벡에는 외부 와인을 가져와서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꽤 있다. 이런 레스토랑은 다른 식당보다 좀 비싼 편이지만, 와인을 가져올 수 있으니 술값을 감안하면 다들 싼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크리스틴이 파티를 계획했다. 이번 파티는 마리의 베이비 샤워를 겸하는 거라, 마리가 출산휴가를 가기 직전으로 날짜가 정해졌다. 마리에게는 비밀로 하고 레스토랑과 선물.. 2023. 11. 4.
동료가 화났나? 오해가 생길뻔 했다 정신없는 하루가 또 지나간다.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와중에, 집에서 일하는 마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메일에 답장 했니?" "응, 할게!" 답장을 해놓고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리의 메시지가 또 왔다. "혹시 그 메일 답장할 때 나 빠뜨렸니?" "그랬나? 어, 그러네! 미안, 빠진 줄 몰랐다. 답장은 했어." "아, 그랬구나. 상관 없어. 그럼 네가 알아서 답장하도록 놔둘게. 근데 부탁할 일이 있는데..." 하는 마리의 메시지를 10분 늦게 확인했다. "됐어, 내버려 둬. 내가 알아서 할게. 아무튼 고마워." 하는 메시지가 왔다. 갑자기 마리가 평소보다 싸늘해진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음... 마리가 화났으려나? 내 쓸데없는 걱정인가, 아님 마리가 무시당했다고 생각.. 2023. 11. 3.
스토너 독후감 - 인생의 선택과 대가 스토너라는 책을 읽었다. 50여 년 전 처음 출판되었을 때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2010년부터 유럽 전역에서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챕터를 읽고 나서는 너무 잔잔하고 밋밋한 이야기에 매력을 못 느껴서 책을 덮을까 했는데, 두 번째 챕터부터 푹 빠져들었다.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미주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결혼을 했다. 박사과정을 끝내고 강단에 서서 영문학을 가르치다 삶을 마감한다. 언듯 보기에는 평범하고 심심한 삶이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도 단조롭지만 스토너가 매 챕터마다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 선택이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걸 목격하고 어쩐지 거기에 감동을 받았다. 선택의 순간이 모여 인생을 이루는 것 아니겠는가? 스토너의 선택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기술.. 2023. 11. 2.
쌀쌀해진 날씨와 할로윈 정말 겨울이 와버렸다. 공원은 아직도 이렇게 예쁘건만, 어제 아침에는 눈이 오고 오늘도 2~3도의 날씨라 겨울패딩을 꺼내입었다. 공원에는 눈이 녹아서 웅덩이가 생겼다. 오늘이 할로윈인줄도 몰랐다. 오랜만에 떼아가 와서 초콜릿을 나누어주었는데, 나도 다시 사람들에게 나누어줘야겠다. "떼아, 초콜릿 고마워! 진짜 오랜만이다. 아픈 건 괜찮아?" "아니, 여전히 아파. 병원가서 항생제를 받아오긴 했는데 그래도 기분은 영 별로야." "저런. 그래도 할로윈 기념으로 손톱 꾸몄구나, 예쁘네." "고마워. 그런데 할로윈 코스튬은 안 된대." "아무래도 병원이니까... 꾸미는 것도 좀 조심스럽긴 해." "그나저나 너희 부서 힘들겠더라! 정부에서는 계속 열라고 압박하고, 의사들은 계속 반대하고... 기사도 난 거 봤어... 2023. 11. 1.
가을풍경이 아름다운 몬트리올 식물원 산책 회사 동료 나디아가 가보라고 추천했던 몬트리올 식물원(jardin botanique)에 가보기로 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져 며칠간 패딩을 입어야 할 날씨다. 공식적으로 가을 마지막 날이라, 식물원도 다음주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오늘까지는 아직 따뜻해서, 점심 즈음에 식물원으로 향했다. 갈대와 연한 꽃들이 가을 느낌을 준다. 들어가자마자 약용식물과, 먹을 수 있는 정원이 나온다. 마늘이나 파, 케일 같은 것도 있었는데, 먹을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수확이 다 되었다. 허브밭의 레몬밤. 레몬 냄새가 좋아서 계속 맡았다. 사과나무에 조그만 사과들이 엄청 많이 열려 있었다. "이거 먹어볼까?" "먹어도 되나? 어때?" "오, 새콤하고 맛있다." 타임이다.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앤 타임~ 이것.. 2023.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