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109

시험에 떨어져도 혼내지 않는 캐나다 엄마 "아, 우리 딸이 시험 통과 못했대!" "지금 중학생이지?" "응, 아휴, 많이 속상해 하겠다..." 크리스틴이 휴대폰 화면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나도 이번에 내 과학숙제 점수가 생각났다. "크리스틴은 친절한 엄마네. 딸 기분도 생각해 주고... 보통 아시아 엄마들은 시험점수 떨어지면 혼내거든." "그래?" 크리스틴은 내 말에 대충 대답하고는 계속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딸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딸의 기분을 살피다니. 크리스틴이 친절하기도 하지만 문화가 다른 것 같다. 캐나다 퀘벡은 시험성적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한국에 비하면 훨씬 관대하다. 보통 65-70점 넘으면 그냥 잘 했다고, 통과했으니 축하한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데... 내.. 2023. 11. 16.
한국드라마와 퀘벡드라마의 특징과 차이 점심시간, 나시마가 뭔가를 들고 왔다. "먹어봐, 이거!" "오, 이게 뭐야?" "진저 비스킷." "두 개 가져가도 돼?" "당연하지!" 나시마가 동료들에게 모두 쿠키를 돌리고, 먹는 김에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이 쿠키 직접 만든 건가 봐! 생강 향이 좋다." "아니! 이케아에서 산 거야." "아하하, 그렇구나. 그래도 사길 잘했어. 맛있어." "그나저나 크레이브에서 하는 그 시리즈 들어봤어? 앙스피레 엑스피레." 한국에 웨이브나 왓챠같은 오티티 서비스가 있듯이, 여기에는 크레이브라는 퀘벡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내 동료들은 넷플릭스보다 크레이브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드라마를 본다'는 말 대신에, '시리즈를 듣는다'라는 프랑스어 표현을 쓴다. 영화는 보는데, 드라마는 듣는다. 왜 .. 2023. 11. 15.
낙엽 지는 공원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주말에 뭐 했어?"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었어. 너무 춥더라!" "하하하, 나도!" 사실 일요일 오전에 잠깐 밖을 걷긴 했는데, 너무 추워서 5분만에 그냥 돌아왔다. 바깥 활동을 안 해서 그런지, 월요일이 좀 더 지루해진 느낌이다. 자꾸 하품이 나고 일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일할 기분이야 원래 없어도 그냥 일하는 거지만... 오늘은 특히 기분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역시 이럴 땐 나디아와 함께 공원 한 바퀴를 걷는 게 좋겠다. 일주일 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이땐 그래도 잎이 달려 있었는데... 일주일만에 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졌다. 아, 겨울이구나! 이 예쁜 빨간 나무들도 곧 눈으로 덮이겠지. 추워져서 쌀쌀하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오늘은 수영 연습이 있는 날이다. 가기 귀찮지만, 그래.. 2023. 11. 14.
에쿠니 가오리 - 낙하하는 저녁 독후감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을 읽었다. 실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다케오와 리카라는 연인이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 이사할까 봐.'라는 우물쭈물하는 말을 꺼내며 이별을 고하는 다케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케오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케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리워하는 리카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냥 잔잔한 연애 소설인줄 알았는데, 읽으면서 '엥?' 소리가 여러 번 나오게 만든다. 우선 둘이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긴, 요즘은 그런 커플도 많지.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케오가 전여친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케오는 다른 여자가 좋아져서 헤어지자고 말한 주제에, 리카에게 전화를 걸어 "나 못 만나서 쓸.. 2023. 11. 12.
명상하는 개구리 인형 클레이로 만들기 어느 가게에서 도자기로 만든 명상하는 개구리 인형을 본 적이 있다. 명상용품과 부처조각상을 파는 가게였는데, 그 중에서도 개구리 인형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너무 귀여워서 살까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클레이로도 만들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인형을 사지 않고 집에 왔다. 그리고 깜박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찬이와 싸웠다. 찬이는 삐져서 밖에 나갔고, 나는 집에서 혼자 투덜거리다가 초록색 클레이를 발견했다. 예전에 한글수업할 때 아이들하고 놀자고 사왔던 클레이였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그럭저럭 비슷하게 만들어봤다. 은근 귀여운데!? 2023. 11. 10.
35년 일한 간병인을 위한 은퇴 파티와 바클라바 전통 케이크 오전에 가끔씩 나디아가 메일을 보내 질문을 해 온다. 아무 일이나 하다가 막히면 보통 나한테 오는데, 일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아무튼 내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소영, 이거 봐. 이 링크를 아무리 눌러봐도 안 된다." "으음, 그러네... 아무래도 이 문서 만든 사람하고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하고 별 영양가 없는 조언을 해 주지만, 이 김에 얼굴 보고 인사하는 거다. 산부인과 병동에 가서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복도에는 지넷이라는 간병인이 왕관과 휘장을 두르고 있었다. 나는 곧 지넷이 은퇴한다는 걸 기억해 냈다. "지넷! 왕관 잘 어울리네요. 잘 지냈어요?" "고마워, 잘 지냈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그렇군요. 기분이 어때요?" "음-. 뭐, 행복하고 좋아... 2023.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