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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지는 공원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주말에 뭐 했어?"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었어. 너무 춥더라!" "하하하, 나도!" 사실 일요일 오전에 잠깐 밖을 걷긴 했는데, 너무 추워서 5분만에 그냥 돌아왔다. 바깥 활동을 안 해서 그런지, 월요일이 좀 더 지루해진 느낌이다. 자꾸 하품이 나고 일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일할 기분이야 원래 없어도 그냥 일하는 거지만... 오늘은 특히 기분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역시 이럴 땐 나디아와 함께 공원 한 바퀴를 걷는 게 좋겠다. 일주일 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이땐 그래도 잎이 달려 있었는데... 일주일만에 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졌다. 아, 겨울이구나! 이 예쁜 빨간 나무들도 곧 눈으로 덮이겠지. 추워져서 쌀쌀하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오늘은 수영 연습이 있는 날이다. 가기 귀찮지만, 그래.. 2023. 11. 14.
에쿠니 가오리 - 낙하하는 저녁 독후감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을 읽었다. 실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다케오와 리카라는 연인이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 이사할까 봐.'라는 우물쭈물하는 말을 꺼내며 이별을 고하는 다케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케오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케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리워하는 리카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냥 잔잔한 연애 소설인줄 알았는데, 읽으면서 '엥?' 소리가 여러 번 나오게 만든다. 우선 둘이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긴, 요즘은 그런 커플도 많지.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케오가 전여친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케오는 다른 여자가 좋아져서 헤어지자고 말한 주제에, 리카에게 전화를 걸어 "나 못 만나서 쓸.. 2023. 11. 12.
명상하는 개구리 인형 클레이로 만들기 어느 가게에서 도자기로 만든 명상하는 개구리 인형을 본 적이 있다. 명상용품과 부처조각상을 파는 가게였는데, 그 중에서도 개구리 인형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너무 귀여워서 살까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클레이로도 만들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인형을 사지 않고 집에 왔다. 그리고 깜박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찬이와 싸웠다. 찬이는 삐져서 밖에 나갔고, 나는 집에서 혼자 투덜거리다가 초록색 클레이를 발견했다. 예전에 한글수업할 때 아이들하고 놀자고 사왔던 클레이였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그럭저럭 비슷하게 만들어봤다. 은근 귀여운데!? 2023. 11. 10.
35년 일한 간병인을 위한 은퇴 파티와 바클라바 전통 케이크 오전에 가끔씩 나디아가 메일을 보내 질문을 해 온다. 아무 일이나 하다가 막히면 보통 나한테 오는데, 일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아무튼 내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소영, 이거 봐. 이 링크를 아무리 눌러봐도 안 된다." "으음, 그러네... 아무래도 이 문서 만든 사람하고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하고 별 영양가 없는 조언을 해 주지만, 이 김에 얼굴 보고 인사하는 거다. 산부인과 병동에 가서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복도에는 지넷이라는 간병인이 왕관과 휘장을 두르고 있었다. 나는 곧 지넷이 은퇴한다는 걸 기억해 냈다. "지넷! 왕관 잘 어울리네요. 잘 지냈어요?" "고마워, 잘 지냈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그렇군요. 기분이 어때요?" "음-. 뭐, 행복하고 좋아... 2023. 11. 9.
처음으로 파업에 참가한 날 오늘은 전체 파업일이다. 여기서 일한 지 처음으로 파업에 참여해 본다. 이미 파업에 참여한 동료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파업일에는 월급이 없어. 그러니까 조합에서 주는 보상금을 받으려면 출석체크를 꼭 해야 해." "아항..." 출석체크를 하러 갔더니 내 파업시간을 알려주었다. 10시부터 2시까지. 파업을 하면 하루종일 일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필수서비스' 직업군에 속하기 때문에 파업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는 일해야 한다. 아침에 오니 여러가지 할 일이 메일로 와 있었다. 그것도 오늘 끝내야 할 일들이다. 좀 촉박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파업하러 와서, 혹시 간식을 나눠주지 않나 하고 둘러보았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이 딱 맞다. 파업보다 간식.... 2023. 11. 7.
크리스마스 파티 회식 계획 팀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회식을 계획하고 있다. 난 크리스마스에 팀끼리 회식을 한다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니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바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한다. 보통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는 휴가를 많이 내니, 회식은 12월 초나 중순으로 잡는다. 크리스마스 기념 회식은 보통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정하는데, 퀘벡에는 외부 와인을 가져와서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꽤 있다. 이런 레스토랑은 다른 식당보다 좀 비싼 편이지만, 와인을 가져올 수 있으니 술값을 감안하면 다들 싼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크리스틴이 파티를 계획했다. 이번 파티는 마리의 베이비 샤워를 겸하는 거라, 마리가 출산휴가를 가기 직전으로 날짜가 정해졌다. 마리에게는 비밀로 하고 레스토랑과 선물.. 2023.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