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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데이 앳 어 타임 리뷰 - 깊은 울림이 있는 진짜 시트콤 넷플릭스 은 몇 번씩이나 배를 잡고 웃어야 할 정도로 재밌다. 그렇게 실컷 웃고 나면 아, 이런 사회적 문제가 있었구나 하고 배우게 되어,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탁 트인 것 같은 느낌이다. 시트콤은 말 그대로, 이야기 속에 코믹한 요소를 집어넣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다. 은 관객들이 무대를 보면서 환호하거나 함께 떠들썩하게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멀티캠 방식 코미디이다. 우리가 친숙한 와 같은 방식으로, 조금은 올드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막을 통해 대사를 읽는 한국인으로서는 관객들이 웃을 때 함께 웃을 수 없을 때도 가끔 있다. 그런 거리감을 감안하더라도 통쾌하게 사람을 웃길 수 있으니 참 잘 만든 시트콤인 것 같다. 가 다루는 사회 정치적 이.. 2020. 9. 22.
유나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렇게나 올려 묶은 머리는 시간이 갈수록 아무렇게나 흐트러졌다.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옆자리 운전석에 앉은 강석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유나의 귀에 대고 욕지기를 하더니 금세 술이 깬 모양이었다. 강석의 얼굴에 후회의 빛이 어렸다. 하지만 조금 전 뺨을 크게 한 대 맞은 유나는 귀가 먹먹해져 흐린 눈으로 강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멍 심해지겠다. 마사지 잘해서 풀어." 유나는 그저 체념한 듯 웃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유나의 크림색 니트 카디건이 스르르 떨어져 가녀린 어깨가 드러났다. 흰 피부 위에 보이는 시린 멍 자국이 아직은 쌀쌀한 그 날 새벽하늘 색깔 같기도 했다. 강석은 떠나는 유나를 굳이.. 2020. 9. 21.
어느 밤, 아이리시 펍 아직 해가 떠 있는 이른 저녁이지만 거리는 북적였고 가게들은 저마다 작은 조명을 밝히기 시작했다. 붉은 벽돌과 제라늄 화분 사이 흑판에 흰 분필로 적힌 낯 뜨거운 칵테일 이름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자는 가슴이 길게 패인 검은 드레스를 입고 들어왔다. 일순 펍에 있던 손님들이 여자의 드레스를 스치듯 탐닉했다. 여자는 벽난로 옆 스툴에 앉아 엘더플라워 진토닉을 주문했다. 성 축일이랍시고 쨍한 초록색 옷을 입고 기네스만 마셔대는 것 따위는 딱 질색이었다. 한 모금. 라임향이 감도는 차가운 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누군가 바이올린을 켰다. 또 한 모금.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적시다가 확 하고 알콜향이 퍼졌다. 누군가 원목 바닥을 구둣발로 두드리며 춤을 추었다. 진토닉을 비웠다. 옆에 앉은 어느 여행객은 그녀.. 2020. 9. 21.
내가 블랙핑크를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다니... 어제 있었던 일이다. 그냥 할거 하면서 유튜브 보면서 놀고 있었는데 무슨 알고리즘의 도우심인지 'Blackpink - How you like that 해외반응'이라는 비디오를 눌러보고 싶었다. 비디오를 클릭한 순간부터 비디오를 보고 환호하는 유튜버들과 한마음이 되어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언니들 댓 배대스 쏘 쿨 앳더샘타임 쏘 핫! 뮤직비디오의 모든 컷들이 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셔서 정신을 쏙 빼놓는다. 뮤직비디오의 영상미를 보다가 비트드랍이 나오면서 블랙핑크 멤버들의 매력에 사로잡혀 버렸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lavish라는 단어가 그 느낌을 가장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열대 우림이 나왔다가, 웅장한 궁전이 나오고, 아랍풍의 시장에서 차가운 겨울 느낌이 나는 영상이 쉬지않.. 2020. 9. 20.
넷플릭스 <삼생삼세 십리도화> - 그렇게 완벽하지만은 않은 신선의 사랑 이야기 우연히 라는 웹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넷플릭스로 보게 되었고, 너무나 푹 빠져 시청한 나머지 그날 밤 신선이 되는 꿈을 꿨다. 원작이 책이라는 말을 듣고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해 읽었는데, 그 책을 또 읽고도 드라마를 한번 더 정주행 할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 백천과 남주인공 야화의 나이차이는 무려 구만 살이다. 수십만 년을 사는 신선들이라면 사랑도 질투도 없이 초연할 것만 같지만, 이 신선들은 마치 몇십 년밖에 못 사는 인간들처럼 뜨거운 사랑을 한다. 나는 항상 이야기의 캐릭터에 먼저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신선들을 가지고 어떻게 작가가 재밌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지 궁금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이 신선이라는 캐릭터가 언듯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 2020. 9. 19.
넷플릭스 설국열차 - 재밌지만 억지스러운 설정들 넷플릭스로 공개된 설국열차 시리즈 -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만하지만, 굳이 이런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서 리메이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일단 영화와 세계관은 같습니다. 빙하기가 왔고 도저히 살 수 없는 시대에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설국열차에 탄 사람들만이 유일한 생존자들입니다. 다만, 영화보다 몇 년 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선 다루고 싶은 점은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열차 자체를 어떻게 그려내는가인데요. 영화에서는 이 설국열차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축소판처럼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열차 안의 아쿠아리움이나, 학교, 병원, 나이트클럽 등등 우리가 사는 도시처럼요. 시리즈에서도 물론 이와 비슷한 모습이 묘사되지만, 일등칸의 사치스러움과 화려함에 더 집중한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2020.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