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29

역사는 뭐하러 배워요? 지루하기만 한데. "선생님! 근데 역사는 뭐하러 배워요? 다 쓸모없고 지루하기만 한데. 역사 수업은 다 필요 없는 거 같아요." 기습 질문이 들어왔다. 역사가 중요하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실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학교에서 가르치니까, 그리고 교과서에서 중요하다고 하니까. 역사 교과서 첫 페이지에 매번 등장하는 E.H 카의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인용해봤자, 이미 역사가 따분하고 지루한 아이들에게 먹힐 리 없다. 나는 매 수업 20분 정도 자유토론 시간을 정해놨는데,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겠다 싶어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역사 수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보니까, 그렇잖아요. 만약에 내가 의사 되거나, 요리사 되.. 2021. 11. 21.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 은따, 내 이야기 같아요 어른들은 흔히 사춘기 아이들은 예민하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사춘기니까 그래."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예민하고 상처 받으며 고민하는 그 시기를 다 경험하고 자랐다. 는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가슴 찡한 장면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다현이는 중학교 2학년, 사춘기의 절정을 겪으며 학교생활과 친구가 만들어내는 인간관계를 배워나간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 15살 다현이와 꼭 같은 나이의 학생들과 함께 읽었다. 한글 수업을 위해 고른 책이지만, 이 책은 한글 수업 그 이상의 깨달음을 준다. 한 학생은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이건 꼭 내 이야기 같아요. 나도 친구하고 이런 거 많이 겪었거든요. 아, 이야기하기 힘든데. 아무튼 나도 친구한테 상처 받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그.. 2021. 11. 14.
어쩌다보니 중학생의 연애상담을 하게 되었다 수업을 하고 아이들과 친해지다 보니, 사춘기 학생의 연애 고민을 들어주게 되었다. 원래 수업시간 남은 20분동안 토론을 하려고 했었는데, 남자친구 고민으로 꽉 찬 A에게는 토론이고 뭐고, 상대 남자친구의 마음을 알 수 없어 그 생각뿐이다. 환경문제, 과학윤리문제, 성소수자 문제 등 토론거리는 가득한데, A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 제쳐두고 제 앞에 놓인 수수께끼같은 감정에 사로잡힌 모양이다. 어차피 수업도 끝나가고 좀 지루했겠다, 우리는 다같이 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기로 했다. 한국나이로 중학교 2학년쯤인 A의 고민은 이러했다. 요즘 A의 머릿속은 남자친구로 꽉 차 있다. 2주 전,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남자애와 사귀기로 한 것이다. 행복한 감정도 잠시, 남자친구는 메신저에서만.. 2021. 10. 17.
너... 우리 동네 살고 있었구나? 줌으로 한국어 수업을 하니 이런 일이 생겼다.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다가 '이 거리, 눈 감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다'라는 문장이 나왔다. 우리 집 옆에는 우체국이 있고, 공인중개사가 있고, 동물병원이 있는 곳은 치킨을 팔던 곳이었다 등등.. 그래서 우리도 익숙한 풍경을 묘사해보자, 하고 한 명에게 가장 잘 아는 풍경을 이야기해보라고 시켰다. "집 정면에는 약국이랑 슈퍼가 있고요. 그 맞은편엔 문방구가 있어요. 더 멀리 가면 홈리스 피플이 좀 있구요. 공원이 나오는데, 그 공원에는 아이들이 많아요." 잉?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왼쪽으로 가면 제 동생 학교가 나와요. 그 옆에도 또 학교가 있구요. 뒤쪽으로는 메트로하고 쇼핑몰이 있어요..." 아, 아무래도 여긴 우리 아파트이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 2021. 10. 3.
선생님, 선비질이 뭐예요? 한국어 수업을 하다가 어느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선비질이 뭐예요?" 한국에서는 다들 쌤, 쌤, 이렇게 줄여 부르는데 이곳 아이들은 음절 하나하나 선생님이라고 불러준다.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요즘 아이들과 청소년문학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 '선비질', '진지충'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어가 서툴어 '선비'와 '진지하다'라는 뜻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 단어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음, 일단 이 말은 사전에는 없는 슬랭이야. 남을 욕할 때 쓰는 나쁜 말인데..." 선비가 무엇인지부터 알려줘야겠다 싶어서 구글에 선비를 검색했다. 줌 수업을 하고 있어서 화면공유를 하면 이미지를 바로 보여줄 수 있어서 편하다. "한국의 사극 드라마에서 이런 복장을 본 적.. 2021.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