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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29

줌 수업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시간 주는 방법 - 소회의실 줌으로 한국어 수업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소회의실 기능을 발견했다. 줌 수업을 할 때 작은 회의실을 켜고 학생들을 랜덤으로 배정하면 조별활동이 가능하다! 이 좋은 기능을 왜 이제야 발견했나...🤩 아이들에게 서로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화상수업이라 그러지 못해서 내내 아쉬웠다. 쉬는 시간에도 카메라와 마이크를 다 꺼버리니... 원래 어렸을때부터 알고 지냈던 아이들이 줌 수업으로 보니 자기들끼리 수다떨 기회가 없어서 점점 서먹해지는 게 느껴졌다. 다들 친구가 중요한 나이인데! 그런데 소회의실을 만들어 놓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니, 막혔던 둑이 터지듯 수다가 터져나왔다. 아이들에게 과제를 주고, 서로의 의견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이렇게 지시했다. "자, 우리.. 2022. 5. 22.
숙제를 안하는 아이에게 뭐라고 할까? 금요일에는 마리-크리스틴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이번 주말엔 뭐해?" "글쎄... 금요일 저녁엔 날씨 좋으니까 좀 돌아다닐 거고, 토요일에는 운동 좀 하고, 운동이라니 좀 지루하지? 그리고 일요일에는 집안일 하려고 해. 넌?" "글쎄.. 나는 토요일에는 학생들 가르치는데. 아이들에게 한국어 가르쳐.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한국 아이들." "오, 그렇구나. 봉사활동이야?" "아니, 봉사활동 아니고 일 하는 거야." "아, 또 일이라니! 월화수목금 일하고 토요일에 또 일?! 참 대단하다. 괜찮아?" "좀 지치긴 하는데, 그래도 애들 가르치는 건 재밌어." 내 솔직한 심정이다. 애들 가르치고 한국어로 함께 책 읽고 이야기하는 건 재밌다. 아이들도 재밌어하고, 그러다보면 보람도 느껴진다. 다만 수업을 하기 전이.. 2022. 5. 15.
사랑이란 뭘까, 그 흔한 말. 오늘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랑이라니! 그 시작은 소설 아몬드의 다음 부분을 읽으면서부터였다. 텔레비전에서 데뷔 삼 년 만에 처음으로 1위를 한 5인조 걸그룹의 수상 소감을 보고 있던 그 일요일 오후도 그랬다. 짧은 치마에 가슴을 겨우 가린 탑을 입은 내 또래의 여자애들이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다. 리더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의 매니저와 사장, 기획사 직원들과 스타일리스트, 팬클럽의 이름을 달달 외운 듯 속사포로 뱉어 내더니 울먹이며 익숙한 대사를 읊었다. -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정말 사랑해요. 아름다운 밤입니다! 가요 프로를 즐겨 보던 엄마 덕에 수없이 봐 온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의문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말이 저렇게 흔하게 쓰여도 되는걸까. - 아몬드,.. 2022. 5. 8.
나는 뭘 잘하고 싶을까? - 연습과 기다림, 칭찬 오늘은 수업을 하다 연습과 노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감정을 느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타고난 머리의 문제라면요. 엄마가 시켜서 매일 아몬드도 먹었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 음, 글쎄. 아몬드를 먹는 대신 자극을 주는 건 조금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뇌라는 놈은 생각보다 멍청하거든. 편도체가 작게 태어났지만 노력을 통해 가짜 감정이라도 자꾸자꾸 만들다 보면 뇌가 그걸 진짜 감정으로 인식할지도 모르는 게 심 박사의 말이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게 조금은 쉬워질지도 모른다고. - 예를 들어 주마.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이 백날 연습을 한다고 금메달 스케이터가 될 순 없겠지. 타고난 음치가 오페라의 아리아를 불러 박수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그래도 연습을 하면, 적어도.. 2022. 5. 1.
소설을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점 오늘 한국어 수업에서는 계속해서 소설 '아몬드'를 읽었다. 아이들과 함께 밑줄 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놓친 참신한 아이디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설 아몬드에 '곤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곤이는 어릴 때 놀이동산에서 엄마의 손을 놓쳐 미아가 되고, 이후 낯선 부부 밑에서 자라다가 아동 보호시설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도 입양이 되었다가 파양이 되고, 이런저런 사고를 쳐서 소년원에도 들락날락거렸다. 곤이의 부모는 아이를 찾을 거라는 희망을 놓아버렸고,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13년이 지난 후에야 시설에서 연락을 받고 곤이의 아버지, 윤 교수는 아들 곤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곤이는 윤 교수가 기대하는 모습과는 달랐다.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들락날락하고, 학교에서도 주인공 선윤.. 2022. 4. 24.
봄비가 내리는 날, 예감의 인과관계 토요일 한국어 수업 시간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벌써 '아몬드' 책을 반이나 읽었네! 오늘 읽었던 부분에서 제일 인상깊은 부분은 뭐야?" "저는 비오는 부분이요." "오! 그 부분 한번 읽어 줄래?" "빗줄기가 창문에 길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봄비다. 엄마는 비를 좋아했다. 비 냄새가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빗소릴 들을 수도, 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 "오, 정말 좋다." "네. 이거 하이라이트했는데, 왜 했냐면요, 제가 이 부분을 학교 끝나고 버스 안에서 읽었거든요. 근데 그때도 마침 비가 내리고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이어폰으로 음악 듣고 있어서 빗소리는 안났지만, 그래도 봄비니까 딱 맞아 떨어져서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코로나 걸렸다가 나았거든요. 몸은 다 나았는데 아직도 .. 2022.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