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생활739 새로운 팀 회식 -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쉐프 금요일은 재택근무날이지만, 목요일 오후에 이사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금요일 오전에 쉐프들이 회의 때문에 모두 모이는데,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까 해. 너도 올래?" 우리 팀 쉐프(관리자)들은 모두 화상회의로만 본 적이 있고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못 알아들을까봐, 그리고 어색할까 봐 고민했는데, 그래도 부딪혀 보고 직접 겪는 게 낫지 싶어서 가겠다고 했다. 우리 팀 쉐프들은 모두 여자다. 이렇게 관리자들이 여자로만 구성된 팀은 처음이다. 확실히 퀘벡은 여성이 관리직에 올라가는 비율이 정말 높다. "안녕! 와줘서 고마워. 화상회의로만 보고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맞아요, 반가워요." "너는 일한 지 얼마 됐어?" "저도 음, 이사벨하고 일한 지는 4개월 됐어요." "얼마 안 됐네? 난 오래 된.. 2022. 10. 3.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프랑스어 발음을 배운다 한국어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학기는 중학생들이 아니라 7~8살 아이들이다. 벌써 수업을 한 지 3주나 되었는데, 친화력이 좋은 아이들이라서 다행이다. 자기들끼리 벌써 친해지고, 나도 많이 좋아해준다. 놀이를 준비해야 하니 좀 다르다. 아이들이 특히나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감정활동과 그림그리기를 함께 통합한(?) 놀이를 끼워넣어 보았다. "우리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그리기 할까?" "와, 좋아요!"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뭐야?" "포켓몬!!" 반 아이들 전원이 포켓몬 광팬이다. 그 중에서도 영어만 할 수 있고 한국어는 거의 못 하는 한 아이는 지루해하다가도 포켓몬 소리에 눈이 반짝 한다. "피카츄, 이브이!" "다 좋아요!" "뮤 좋아요, 뮤!" "불바자르!" "불바자르? 그게 뭐지?" "선생.. 2022. 10. 2. 팀원의 생일, 푸틴과 피클 튀김을 먹어보다 오늘은 마리크리스틴의 생일이었다. 팀원의 생일이 돌아오면 항상 점심회식을 하고, 생일 맞은 사람에게 밥을 사주는 전통이 있다. 우리 회사는 회식이라고 비용을 따로 내주거나 하지 않는다. 이건 다른 회사에서도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따로따로 자기가 먹은 건 엔빵을 하는 게 매우 익숙해 보였다. 나는 마리크리스틴에게 뭘 사줄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말았다. 쟝에게 준 것처럼 에클레어 하나를 사주려고 했는데, 신선함이 생명인 에클레어를 사줄 시간이 없어서 어물어물 넘어갔다. 대신 생일 카드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일하면서 여러가지 알게 된 툴과 비품실의 두꺼운 종이를 가져다가 프린트했더니 제법 예쁘게 나왔다. 아침에 가자마자 이 카드를 건네주었다. "아, 역시 생일 잊지 않았구나. 우와.... 2022. 9. 30. 회사에 새로 생긴 카페와 스타벅스 샌드위치 회사 1층에 카페가 생겼다.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 한창 카페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언제 열리나 궁금하기만 했다. 카페테리아 커피와 빵들은 좀 어쩐지 노조의 거친 손길이 느껴지는 맛이라... 그렇게 맛있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커피 맛이 다른 건 잘 모르지만, 사람들은 카페테리아의 커피를 '카페 상디까', 노조 커피라고 부른다. 그냥 있으니까 마시는 커피?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새로 생긴 카페에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스러웠다. 커피나 빵들이 모두 카페테리아와 똑같은 것들이라니... 😥 "새로 생긴 카페 가봤어? 어때?" "음, 커피랑 빵들은 카페테리아랑 꼬삐꼴레야." "엥, 그래? 그냥 카페테리아 꺼 가져온 거야?" 꼬삐꼴레는 복사 붙여넣기라는 뜻이다. 꼬삐는 카피, 복사라는 뜻이고 꼴레는 .. 2022. 9. 30. 조그만 다육식물에게는 무슨 화분이 필요할까? 미뤄놓았던 화분을 사기로 했다. 예전에 샀던 화분, 버블이와 니들이가 아직도 슈퍼에서 파는 쪼끄만 화분 그대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버블이가 막 자라기 시작해서 좀 큰 화분에 옮겨줘야 하지 않나 싶다. 사실 버블이에게는 옆으로 난 싹이 둘이나 더 있었다. 그런데 자리가 좁아서인지, 제일 큰 줄기 빼고는 다 시들어 버렸다. 시들시들해질 때 바로 화분을 바꿔줬어야 하는데! 게으름이 이 사태를 만들어 버렸다. 여름에 따뜻하고 직사광선이 집으로 들어올 때는 버블이가 신나게 자랐다. 버블이를 살 때 꽃집 주인이 "얘는 엄청 느리게 자라요."라고 말해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은근 자란 게 느껴진다. 어떻게 이렇게 싹이 나는지 신기하다. 이름도 없는 잡초라던 니들이도 좋은 흙을 주어야 할 것 같다. 맨 오른쪽, 물.. 2022. 9. 28. 조용한 동네의 창고 세일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창고 세일을 발견했다. 한 집의 물건은 아닌 것 같고, 아파트 전체에서 물건을 내놓은 것 같다. 각종 잡동사니들이 많다. 오래되어 보이는 가구들도 있고, 쇼파도 있다. 이런게 팔리긴 팔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옷가지들을 유심히 구경하던 여자가 옷을 사겠다고 한다. "근데, 현금만 받으시죠?" "네." "그럼 제가 고른 옷들 좀 맡겨주세요. 은행에 가서 돈 뽑아올게요." "그러세요." 주인은 물건이 팔리든 말든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 뭔가 이런 동네 느낌 좋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느낌. 낡은 책들과 DVD도 눈에 보인다. 찬이가 반지의 제왕 디브이디를 들고 묻는다. "우와, 이거 살까?" "....? 사고 싶으면 사고. 근데 언제부터 디브이디를 봤어?" 내 반응이 시큰.. 2022. 9. 28.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1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