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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234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야지! 오늘 아침엔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동료 셸비가 일한 지 이주일만에 그만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 나탈리한테 그만둔다고 말했어. 별 일 없으면 오늘이 마지막이야." "뭐? 정말? 너무 뜻밖인데?" "그렇지, 뜻밖이지.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 (쎄라비!)" 쎄라비(C'est la vie). 그게 인생이지! 라는 뜻이다. 셸비가 그 유명한 말을 덧붙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한다. 프랑스어 쓰는 사람들은 이 말을 시도때도 없이 하는 것 같다. 어느 상황에서 써도 다 말이 되기 때문일까... 셸비는 사무실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당장 내일 떠난다니 아쉬워졌다. "조지아가 내일부터 올거야. 여기서 일해봤던 사람이고, 경력도 나보다 훨씬 많으니 걱정하지 마." .. 2022. 2. 16.
수습기간의 반이 지나고,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이제 막 수습기간의 반이 지났다. 3월 중순에 수습기간이 끝나면 정규직이 되고, 휴가도 쌓을 수 있다. 일하는 게 조금씩 익숙해지니 이제 할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할 일이 별로 없어 널널했는데, 이제 일이 점점 쌓여 넘치기 시작한다. 업무가 마구마구 쌓이는 중이다. 어쩐지 지금까지 너무 한가하더라 싶었다. 일이 이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 다이앤이 퇴직하고, 한 달이나 비어 있던 마담 나탈리의 비서 자리를 채워줄 뉴페이스가 도착했다. 이름은 셸비. 셸비는 성격이 좋고, 이전에 우리 회사 다른 사무실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경험도 많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아직도 내가 막내다. 셸비가 경험이 많은 덕분에 금방 손맞춰 일하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었다. 셸비가 도착한 지 열흘밖에 지나지.. 2022. 2. 12.
찌찌뽕! 퀘벡에서는 뭐라고 할까? 점심시간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평소처럼 나는 대화의 70%는 알아듣지 못한 채로 그냥 듣고만 있었다. 업무 전달이나 교육받을 땐 그래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데, 동료들끼리 하는 일상대화는 퀘벡 사투리를 많이 써서 아직도 많이 어렵다. 오늘은 기념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소중해요'라고 적힌 나무집게 기념품을 모두가 받았기 때문이다. "나무집게? 이걸 어디다 쓰지?" "가방이나 물건에 달아도 되고, 아니면 소중한 사람한테 하나씩 줘도 되지." "그래야겠군." 난 그냥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크리스틴이 날 보더니 한 마디 한다. "꼬꼿, 너는 듣기를 잘하는구나." "하하, 아직 다 못 알아들어서 그래요. 그래도 많이 들어야 빨리 말을.. 2022. 2. 7.
빨리빨리 한국인이 느긋한 행정기관에서 일하며 느낀 점 느긋한 퀘벡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발견한 점이 하나 있다. 나는 정말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이구나! 한국에서 오래 살아온 나로서는 이미 빨리빨리가 습관화가 된 것 같다. 요즘은 사무실에서 차를 자주 마신다. 찻물을 끓이려고 공용 테이블의 전기포트 앞에서 물을 올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누군가가 와서 이렇게 말한다. "물 끓이는 거 기다리는 거야? 성급하네! 빨리 먹고 싶은 거구나?!" 하하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공용 전기포트나 전자레인지, 커피머신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충 버튼을 눌러놓고 딴 걸 하고 오다가 생각나면 다시 찾으러 온다. 전기포트에 물 끓이는 게 2~3분밖에 되지 않으니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퀘벡 사람들은 그걸 .. 2022. 2. 6.
오전 휴가를 내고 듀픽센트 연구를 도와주러 갔다 오전에는 피부과에 가야하기 때문에 오전 휴가를 냈다. 상사인 쟝에게 병원예약이 있어서 가야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쟝, 수요일 오전에 병원에 가야 하는데요." "응, 응, 갔다 와." "어, 그러면 출근부에 기록 어떻게 해요?" "찾아보면 코드가 있을 거야. 거기 코드대로 기록하면 돼. 풀타임 페이 받고 싶으면 추가적으로 더 일해도 되고, 아니면 말고..." 난 어떻게 병원에 간다고 말해야 하나 좀 망설였는데, 쟝은 정말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아무튼, 나는 아토피가 있는데 캐나다 병원에서 듀픽센트(듀필루맙)라는 약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제 이 약을 쓴 지 거의 1년이 되었는데, 정말 많이 나았다. 이제 1년에 한번만 가면 되지만 아토피 전문의인 닥터 잭이 듀픽센트를 쓴 환자들을.. 2022. 2. 3.
스누젤렌 방과 오은영 박사의 감각안정 솔루션 회사에서 남는 시간에는 거의 회의록을 검토하며 지낸다. 직속 상사인 쟝은 별로 힘든 업무를 주지 않고 '이러저러한 일을 찾아서 해봐라'라는 언질만 준다. 덕분에 내가 찾아서 일을 하니 스트레스도 적고 편안하다. 퀘벡의 '스스로 알아서 하는 문화(autonomie)'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익숙해지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다만 우리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직책 의회장인 마담 나탈리의 비서가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내게 처음 이틀간 업무를 가르쳐준 의회장 비서 다이앤은 내게 간식을 나눠준 그날로 장기휴가를 내고 퇴직해 버렸다(!) 😲 의회장 말고는 다이앤이 퇴직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까다롭지만 다정한 다이앤과 커피타임 까다롭지만 다정한 다이앤과 커피타임 정말 조용한 금요일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 202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