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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701

영어공부법에 대한 단상 – 단어장만 줄줄 외우는 게 도움이 될까?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 영화인데,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한 방에 모여 있다. 40대 주부와 50대 회사원도, 20대 학생도 더듬더듬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해나간다. 그러다 50대 회사원이 사전에나 나올 법한 어려운 영단어를 말한다. “어머, 영어 참 잘하시네요!” 하며 모두가 감탄하고, “내가 학창시절에는 사전을 씹어가며 영어공부를 했지!” 하고 자랑하지만, 결국 이 나이 지긋한 회사원은 자연스러운 회화에는 실패한다. 나도 대학생 때,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단어가 중요한가? 자연스럽게 회화하는 게 더 중요하지. 수험생도 아닌데, 수능시험 다 치고 토익점수 있으면 됐지 뭘… 하면서 어휘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괜히 내 실력보다 어려운 것들만 잡고 있었다. 그.. 2020. 10. 24.
마지막 가을날 즐기기 - 오카 비치(Oka Beach)와 캐나다 아빠의 아이 달래는 법 마지막 가을날이라고 하니 '벌써?'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곳은 꽤 추운 지역이라 겨울이 빨리 온다. 오늘을 기점으로 3일간 비가 온다고 하니, 그 이후엔 아무래도 겨울이 올 것 같다. 운이 좋다면 다음 주 일요일쯤에 화창한 가을날을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화창한 가을은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몬트리올에서 50분 남짓 서쪽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오카 국립공원이 나온다. 단풍이 절정이라,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도 양옆으로 펼쳐진 단풍숲들이 에 나오는 숲 속 같아서 무척이나 황홀했다. 단풍이 든 나무와 붉은 숲도 아름다웠지만, 그 숲 속 사이로 흰색 칠을 한 별장 같은 집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이런 곳에는 누가 살까 무척 궁금해졌다. 사진을 직접 찍지 못해 비슷해 보이는 별장 사.. 2020. 10. 19.
"How are you?"라는 질문 앞에 얼어붙는 나 우리가 영어를 처음 접할 때 배우는 표현이 바로, Hi, how are you? 일 것이다. 영어 교과서 맨 앞장에 쓰인 가장 기초적인 표현인데, 그만큼 영어 사용자들은 이 말을 시도때도 없이 쓴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 질문이 너무나도 어렵고 당황스럽다. 한국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외국에 와서 그런지, 나는 이 how are you가 너무 낯설다. 직역하면 '너 어때?'인데, 일단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대답하게 되는 버릇이 있는지라 대답이 빠르게 나오지 않는다. "How are you?" '나? 어떠냐고? 나 오늘...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좀 우울한 일이 있었지만 그걸 너한테 이야기할 정도로 친하지 않은데... 어쨌든 전반적으로 괜찮아' 라는 생각을 혼자 하게 되면서, h.. 2020. 10. 16.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이유 - 목적이 있는 삶 세탁기를 보니 빨래가 쌓여 있고, 재활용품을 내다 놓는 통도 가득 찼다. 아침을 먹고 난 설거지도 그대로이고, 요리를 하고 나서 남은 채소도 부엌 카운터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눈앞에 널려있는 집안일을 분명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어깨가 아프다는 핑계로 그걸 미뤄버렸다. 집안일은 귀찮다. 어렸을 땐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었으니 그게 귀찮은 일이었다는 걸 모르고 지냈다. 이제 와선 집안일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귀찮다. 지금 꼭 안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니, 미루기도 쉽다. 내가 집안일을 하는 이유는 더러운 꼴을 보기 싫어서, 정말 돼지우리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고 싶어서 집안일을 하기 싫지만 억지로 했던 것 같다. 미루던 세탁과 설거지를 하고, 재활용품을 버리면서, 며칠 .. 2020. 10. 16.
캐나다 퀘벡에서 병원가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캐나다 중에서도 퀘벡은 세금이 높은 대신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다. 나는 오랫동안 한 가지 질병을 앓아왔는데, 이게 괴롭고 삶의 질을 엄청 떨어뜨리지만, 또 당장 나를 죽이는 심각한 병은 아니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 나는 정말 자주, 오랫동안 병원을 들락날락거렸는데, 캐나다에 온 이후 보험이 없어 그냥 방치해 놓고 있었다. 다행히 보험 자격이 되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퀘벡주 의료보험 (RAMQ) 퀘벡주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은 RAMQ(함큐/람큐)라고 부른다. 학생비자로 이곳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은 대부분 이 RAMQ, 의료보험 자격이 없지만 워킹비자가 있으면 자격이 된다. 내 경우, 학교가 얼마 전에 끝났고 졸업을 인정받아 학생비자.. 2020. 10. 15.
추리소설을 읽다가 - 형사를 만난 기억 이북으로 빌린 추리소설을 보다가 이런 대목에서 잠시 멈추고 한창 딴 생각을 했다. "7월의 어느 날, 형사가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알렸다. 형사는 내가 작품 속에서 그렸던 것보다 훨씬 평범했는데, 대신 분위기는 있었다." 형사를 실제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훨씬 평범할까?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형사의 모습과 실제 형사는 많이 다르겠지? 기억을 되짚어 보니, 나도 형사를 만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강사로 일하던 어느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이어서 4시쯤인가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잠깐, 이게 뭐야. 토요일 일한 것도 수당 못받았는데, 일찍 퇴근을 해서 좋다니 이게 정말 무슨 노예 근성이야. 아침 9시부터 토요일 4시까지 무상으로 일한 게 지금 생각하니 뭐가 좋다고.... 도대체 난.. 2020.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