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생활739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를 못하면 불편할까? - 다채로운 언어의 도시 몬트리올은 바이링구얼, 즉 2개 국어 사용자가 많은 곳이라고들 한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둘 다 쓰기 때문이다. 2개 국어는 물론이고, 3,4개 국어 능통자가 흔하다. 이곳 사람들은 언어에 관심이 많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데 적극적이다. 어느 몬트리올 사람이 4개 국어 능통자라는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고, "오, 너도 언어 좀 많이 하는 그런 타입이구나." 이런 반응을 보인다. 몬트리올의 다운타운의 아무 식당이나 가게를 들어가면, 프랑스어와 영어가 섞인 이곳만의 특이한 첫인사를 들을 수 있다. "봉주하이! (Bonjour/Hi!)" 대답하는 사람은 자기 취향에 따라 '봉주!'하고 프랑스어로 대답할 수도 있고, '하이!'하고 영어로 대답할 수도 있다. 이 대답에 따라 다음 대화를 .. 2020. 10. 26. 프랑스식 디저트 가게 '마미 클라푸티'와 프랑스어 고쳐주는 점원 플라토의 생드니 거리를 산책하다가, 어느 핑크색 벽의 빵집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빵집인지 몰라도, 길게 줄을 서 있으니 당연히 맛집이겠지? 빵을 살 계획은 없었지만 줄의 맨 끝으로 이동해 줄을 섰다. 이 빵집의 이름은 '마미 클라푸티'로,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4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고, 그래서 줄이 더 길어지고, 줄이 길어지니 지나가며 산책하던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처럼 줄을 서고,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몰리는 바쁜 곳이다. 많은 빵 중에 뭘 살까? 줄 서는 동안 레딧을 재빠르게 검색해 베스트 메뉴를 찾아냈다. 사람들은 '오 몽 듀'라는 초콜릿 패스츄리와 우유식빵, 클라푸티를 꼭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오 몽 듀(Oh mon d.. 2020. 10. 25. 영어공부법에 대한 단상 – 단어장만 줄줄 외우는 게 도움이 될까?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 영화인데,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한 방에 모여 있다. 40대 주부와 50대 회사원도, 20대 학생도 더듬더듬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해나간다. 그러다 50대 회사원이 사전에나 나올 법한 어려운 영단어를 말한다. “어머, 영어 참 잘하시네요!” 하며 모두가 감탄하고, “내가 학창시절에는 사전을 씹어가며 영어공부를 했지!” 하고 자랑하지만, 결국 이 나이 지긋한 회사원은 자연스러운 회화에는 실패한다. 나도 대학생 때,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단어가 중요한가? 자연스럽게 회화하는 게 더 중요하지. 수험생도 아닌데, 수능시험 다 치고 토익점수 있으면 됐지 뭘… 하면서 어휘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괜히 내 실력보다 어려운 것들만 잡고 있었다. 그.. 2020. 10. 24. 마지막 가을날 즐기기 - 오카 비치(Oka Beach)와 캐나다 아빠의 아이 달래는 법 마지막 가을날이라고 하니 '벌써?'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곳은 꽤 추운 지역이라 겨울이 빨리 온다. 오늘을 기점으로 3일간 비가 온다고 하니, 그 이후엔 아무래도 겨울이 올 것 같다. 운이 좋다면 다음 주 일요일쯤에 화창한 가을날을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화창한 가을은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몬트리올에서 50분 남짓 서쪽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오카 국립공원이 나온다. 단풍이 절정이라,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도 양옆으로 펼쳐진 단풍숲들이 에 나오는 숲 속 같아서 무척이나 황홀했다. 단풍이 든 나무와 붉은 숲도 아름다웠지만, 그 숲 속 사이로 흰색 칠을 한 별장 같은 집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이런 곳에는 누가 살까 무척 궁금해졌다. 사진을 직접 찍지 못해 비슷해 보이는 별장 사.. 2020. 10. 19. "How are you?"라는 질문 앞에 얼어붙는 나 우리가 영어를 처음 접할 때 배우는 표현이 바로, Hi, how are you? 일 것이다. 영어 교과서 맨 앞장에 쓰인 가장 기초적인 표현인데, 그만큼 영어 사용자들은 이 말을 시도때도 없이 쓴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 질문이 너무나도 어렵고 당황스럽다. 한국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외국에 와서 그런지, 나는 이 how are you가 너무 낯설다. 직역하면 '너 어때?'인데, 일단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대답하게 되는 버릇이 있는지라 대답이 빠르게 나오지 않는다. "How are you?" '나? 어떠냐고? 나 오늘...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좀 우울한 일이 있었지만 그걸 너한테 이야기할 정도로 친하지 않은데... 어쨌든 전반적으로 괜찮아' 라는 생각을 혼자 하게 되면서, h.. 2020. 10. 16.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이유 - 목적이 있는 삶 세탁기를 보니 빨래가 쌓여 있고, 재활용품을 내다 놓는 통도 가득 찼다. 아침을 먹고 난 설거지도 그대로이고, 요리를 하고 나서 남은 채소도 부엌 카운터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눈앞에 널려있는 집안일을 분명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어깨가 아프다는 핑계로 그걸 미뤄버렸다. 집안일은 귀찮다. 어렸을 땐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었으니 그게 귀찮은 일이었다는 걸 모르고 지냈다. 이제 와선 집안일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귀찮다. 지금 꼭 안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니, 미루기도 쉽다. 내가 집안일을 하는 이유는 더러운 꼴을 보기 싫어서, 정말 돼지우리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고 싶어서 집안일을 하기 싫지만 억지로 했던 것 같다. 미루던 세탁과 설거지를 하고, 재활용품을 버리면서, 며칠 .. 2020. 10. 16. 이전 1 ··· 119 120 121 122 123 1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