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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739

과학시험지를 받으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길었던 선생님 파업이 끝나고, 드디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원래 11월 중순에 시험날짜를 잡았는데, 파업 때문에 시험이 취소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시험날짜를 잡았다. 2개월이라니! 공부를 하자니 어차피 까먹을 것 같고 안하자니 걱정되는, 어정쩡한 2개월이었다. 이번 과학책은 도면, 힘과 움직임, 속도, 재료, 작동법 등등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딱히 좋아하는 파트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치는 시험이라 그런지 좀 긴장이 된다. 아무리 점수가 상관없다지만 그래도 잘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아침에 집 앞에서 산드로와 마주쳤다. "안녕, 산드로! 오늘 어때?" "아, 드디어 금요일이야. 좋지." "주말에 쉴 수 있는거야?" "응, 우리 아들이 이제 컬리지 들어갔는데, 5일정도 쉴 수 있어.. 2024. 1. 13.
나이트가드 꼭 해야 하나? - 치과의사의 답변 지난해 사랑니를 치료할 때, 치과의사가 내 이를 보더니 물었다. "이를 꽉 깨무는 편이에요?" "아, 네. 스트레스 받을 때..." "송곳니가 갈려서 뭉툭해졌어요. 나이트가드를 해야겠는데요?" 띠로리... 이를 관리하기 위해 또 무언가를 해야 하다니! 이를 꽉 깨무는 습관이 언제부터 있었나 돌아보니, 십년은 넘은 것 같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예약날짜가 되고 치과에 접수를 하는 순간까지도 '이거 꼭 해야 하나. 지금까지도 없이 잘 살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실에 들어서고 조금 기다리니 닥터 쿠사가 들어왔다. 내 의구심을 제쳐두고서라도, 닥터 쿠사는 본받을 만한 인물이다. 이 치과는 항상 환자들이 많아서 예약잡기가 힘들 정도인데, 아마 치과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좋기 때문이 아닐까.. 2024. 1. 12.
25미터 레인을 수영해 보자 눈폭풍이 오다가 또 비로 바뀐다. 이렇게 따뜻한 겨울은 몬트리올 오고 나서 처음이다. 프랑스와 함께 수영장에 가서 레벨2 수업을 처음으로 받았다. "자신있는 분들은 3번 레인, 좀 어렵다 싶은 분은 4번 레인으로 가세요!" 다들 수영 좀 해본 사람들이라 그런지 우르르 3번 레인으로 몰려갔다. 프랑스는 3번 레인, 나는 당연히 4번 레인으로 갔다. 4번레인에는 2~3명밖에 없어서 오히려 수월했다. "자, 여기 25미터 레인이에요. 왔다갔다하면 50미터니까 한번 해보세요." 흠? 해볼까? 하고 아무 생각없이 출발했다. 반쯤 왔을 때부터 수영장 바닥이 깊어졌고, 깊어진 바닥을 본 순간 숨이 차고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으악! 레인줄을 붙들고 겨우겨우 수영장 끝에 다다랐다. 아! 레벨 1에서는 매번 8~9미터를 .. 2024. 1. 10.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해를 돌아보며 스스로 자랑스러운 점이 있다면, 꾸준하게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한다는 점이다. 달리기와 수영이다. 12월 초에 마리와 함께 하는 수영 초보반이 끝났다. 한 번도 안 빠지고 잘 갔지만... 솔직히 말하면 수영 가기 너무 귀찮았다. 퇴근하고 깜깜해지니 바로 집에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너무 추워... 그런데 프랑스가 말을 걸어왔다. "이번에 마리가 아기를 낳아 수영하러 못 가니까, 이번에는 나랑 할래?" "응? 그럴까?" 속으론 수영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은 하겠다고 나왔다. 설마 진짜 하겠어? 잊어버리지 않을까 했는데... 크리스마스 회식자리에서 쟝이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하고 함께 수영강습 등록해 줘서 정말 고마워." 아, 이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차마 하기싫다고 .. 2024. 1. 10.
꾸미는 재미! 쿠키 데코 카페 라 슈에뜨 생일을 맞아 이색카페에 방문했다. 바로 쿠키 꾸미는 카페! 카페 라 슈에뜨(Café La Chouette)이라는 곳이다.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쿠키 모양과 데코 색을 고를 수 있다. 우리는 딱히 뭘 만들려고 미리 생각해놓지 않아서, 그냥 그라데이션할 수 있는 흰색, 베이지, 노랑, 갈색으로 정했다. 집을 만들어 봤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려서 그런지 엉성하다. 그래도 집인 건 알아보겠지? 뭐 어차피 먹을 거니까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된다. 찬이의 작품. 매끈하고 깔끔하게 잘 발렸다. 그런데 데코 모양이 빨간눈이라 좀 무섭구만. 옆자리 사람이 테이블에 앉으면서, "뭐 만들까 한번 참고해 봐야지~" 하고 빨간눈 산타를 흘끗흘끗 쳐다본다. "니껀 거미줄이니?" 음... 거미줄 같이 보이긴 하네. 그래도 재.. 2024. 1. 9.
프랑스어 새해 인사 보나네! 건강하고 행복하길! 아침 출근길이 미끄럽다. 요즘 눈도 많이 내리지 않고, -1도~ 영상 1도 정도의 온도가 계속되다 보니, 땅이 얼다가 녹다가 얼다가 녹다가 해서 아침에는 미끄러질까 살살 걸어야 한다. 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사람들이 모두 '보나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새해 인사를 한다. 친했던 동료들은 사무실 이사를 해서 복도가 썰렁해졌다. 점심도 함께 먹을 사람들이 없어 옆 산부인과 클리닉에 꼽사리 껴서 먹었다. 간호사인 아닉, 클리닉 접수실의 멜로디, 비서 나디아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아닉과는 두번째 만남인데, 말이 정말 빠르다. 아닉이 말할 때면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을 해야 겨우 몇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 "보나네! 행복하고 건강해라!" "응? 행복하고, 또 뭐라고?" "건강하라고." "아, 그.. 2024.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