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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739

정신없는 병원의 일상 병원에서 일하는 건 역시 정신이 없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는 놀랄 만한 소식이 있었다. 쉐프가 한 명 떠났다. "새 부서 쉐프가 떠나게 됐으니까 행정처리 좀 해 줘." "네? 떠난다고요?" "응, 이제 우리 직원이 아니게 되었어." "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공식 문서가 곧 올 거야. 그거 보면 알겠지." "그래서 다음 주 휴가인데도 일한다고 한 거예요?" "그런 셈이지. 그래도 회의는 되도록 잡지 마. 처리할 일이 많으니까..." "아휴, 저런. 봉 꾸라지(힘내요)!"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봉 꾸라지(Bon courage: 용기내, 힘내)라는 표현을 쓰자, 이사벨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상하게도,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별별 일이 다 생긴다. 나는 진심으로.. 2023. 10. 27.
동음이의어 농담을 설명해주는 친절한 동료 동료들이 농담을 할 때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굳이 설명해 달라고 하지 않는데, 그래도 쪼끔 알아들을 것 같으면 물어본다. 오늘은 옆 부서의 멜로디가 농담하는 걸 못 알아들어서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듣고 나면 농담이 덜 웃기지만... 그래도 알아들으면 기분이 좋다. 설명하는 사람의 친절이 고맙기도 하고. 나디아가 머리를 싸매며 이런 말을 했다. "아... 간호사 스케줄 짜다가 카드 잃어버렸다. 머리가 너무 아파." 저 멀리서 멜로디가 그 말을 듣더니 툭 하고 한 마디를 던진다. "카드 잃어버렸으면 지하 4층에 가야지." "하하하하하하!" 나디아는 멜로디의 무심한 한 마디를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으니 설명을 해 주었다. "소영, 너 이해했어?.. 2023. 10. 26.
공원에서 영화촬영하는 장면 발견! 나디아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가 영화촬영하는 장면을 봤다. 여기 공원은 참 신기한 게, 걷다 보면 유명한 영화배우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나디아가 말했다. "저기 호수 건너편에 봐! 뭐 촬영하나 봐." "오, 정말이네!" 다만 내가 퀘벡 티비시리즈나 영화를 잘 몰라서, 배우를 봐도 배우인지 모른다. "우리 옆에 지나가 보자!" 하고 무지 궁금하지만 관심 없는 척 옆을 걸었다. 배우가 물에 젖었는지 커다란 수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배우가 황당한 표정을 한 채 이런 말을 했다. '한번 더 하라고요? 오케이, 오케이.' 하더니 '액션!!'하고 딱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촬영 시작할 때 딱! 하고 부딪히는 걸 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호수에 오리도 보고, 예쁘게 물들어가는 단풍도 보고. 공기도 시원해.. 2023. 10. 25.
거절당할까 봐 부담스러웠던 업무 새로운 업무가 들어왔는데 좀 어려워 보인다. 보통 책임 간호사들이 무슨 일을 처리하다가 안 되면 나한테 온다. "소영, 11월 16일 목요일에 회의실을 예약해야 하는데... 빈 곳이 없어. 좀 봐줄래?" 라는 이메일을 받고, 주변 건물의 회의실을 다 뒤졌다. 목요일에 뭔 일이 있는지? 정말 빈 회의실이 하나도 없다! 3주나 남았는데 대부분 회의실이 예약이 꽉 찼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간호사에게 예약을 못했다고 대답했다. '정말 회의실이 없는데... 뭘 더 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에 그냥 없다고 하고 다른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제 이사벨에게서 연락이 온다. "우리 그때 하루종일 회의실 예약해야 해! 혈액센터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오거든. 프로젝터도 있어야 해." 윽, 거절했던.. 2023. 10. 24.
퇴근 후에 자꾸 업무생각이 나서 힘들 때 쓰는 방법 오랜만에 재택근무 날이다. 여름 이후로 계속 바빠서 출근을 해야 했었는데, 이제 좀 조용해져서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하는 날은 30분 좀 더 잘 수 있어서 좋다. 평소 일어나는 알람을 끄고 이불 속에 좀 더 누워있는 순간이 정말 좋다. 요새 날씨가 살짝 쌀쌀해지니 이불 속이 천국이다. 그런데 이불 속에서 답장하지 못한 이메일이 생각났다. 그 이메일은 나한테 뭘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하는 방법을 아냐고 묻는 메일인데 갑자기 불편해졌다. 이... 이게 문제다! 업무 부탁이 들어올까봐 걱정이 된다. 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만. 왜 회사에서는 쓸데없는 생각이 안 나고, 집에서 쉴 때 걱정을 할까? 나디아하고도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일 끝나고 나서 집에 가도 자꾸 일 생각이 나서 힘들어." "하하.. 2023. 10. 20.
힘이 나는 점심 공원 산책 나디아와 함께 점심을 먹고 공원 산책에 나섰다. 나디아는 거의 매일 공원 한 바퀴를 걷는다고 한다. "오, 하늘도 파랗고 예쁘다!" 나디아가 씨엘 블루(파란 하늘)라고 말해서 나도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의 보이밴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도 단풍이 예쁘지만 보태니컬 가든에 꼭 가봐. 난 우리 애들 셋이랑 같이 갔는데, 아이들은 노느라 바빠서 정원을 걸으려고 안 하는 거야? 그때가 5월쯤이었나... 꽃이 많아서 정말 예뻤어! 지금쯤 가면 단풍이 예쁠테니까 꼭 가봐. 다음에 가면 나 혼자서라도 걸어서 볼 거야." "그래, 예쁘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서 가려고 했는데 까먹었다. 이번에라도 가 봐야지." 정말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주말이 되면 그냥 집에서 누워있고 싶다... 2023.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