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생활739 미스 구글과 프리마베라 소스 월요일은 좀 졸립다. 금요일에는 출근해도 콧노래가 나오는데 월요일은 역시나 좀 그렇다. 졸리고, 귀찮고...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니 사무실 한 곳만 불이 켜져 있다. 역시 워커홀릭인 내 상사가 일하고 있다. "주말 잘 보냈어요?" "아, 참 빨리 지나갔네." "월요일이니 이제 시작이네요!" "어, 그래. 너한테는 시작이지만 나한테는 계속이야. 주말 내내 일했거든." "오, 저런.." 그리고 이사벨은 하루종일 일하느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점심시간, 크리스틴은 또 열심히 뜨개질 중이다. "지금 뭐 뜨는 거야?" "쉿, 이거 비밀이야. 마리 아기 낳으면 아기한테 줄 선물. 겉옷 만드는 거야." "오오! 정말 친절하다. 마리가 좋아하겠네." "그러니까 다 만들 때까지 비밀이야." 얼마 안 있어서 마리가 들.. 2023. 9. 19. 주말 브런치와 도서관 옆 도시텃밭 금요일이면 항상 주말에 뭐 할지 이야기한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연구팀 쪽들은 다들 재택근무를 하느라 조용하다. 나도 원래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것저것 사무실에서 봐야 할 게 있어서 출근했다. 사무실 복도에 나와 이사벨만 출근했다. "금요일인데 바쁘네요. 이사벨, 주말에는 좀 쉴 수 있겠어요?" "오, 아니야. 주말에도 일 해야해." "으...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아마 노엘(크리스마스)쯤? 그땐 쉴 수 있겠지. 그래도 좀 나갈 거야. 넌 주말에 뭐 할거니?" "글쎄요... 별로 계획한 건 없는데. 아마 브런치 먹고 동네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어요." "난 뱅크시 보러 가기로 했어. 뱅크시 알아?" "그 벽화 그리는 화가요? 경매장에서 팔리자마자 자동으로 분쇄되는 작품 있었죠?".. 2023. 9. 17. 회식과 이야기 오랜만에 회식이 있었다. 이번 회식은 프랑스가 승진한 기념으로 열렸다. 그것도 무려 임원으로 승진이다. 프랑스는 이번에 스코틀랜드로 2주동안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면 억대 연봉의 임원이 된다! 프랑스의 승진을 옆에서 보니 이렇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 새삼 또 새롭게 다가온다. 회식장소는 회사 옆 어느 바였는데, 우리 중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반이나 되었다. "뭐 먹을꺼야?" "나는 포도 들어간 무알콜 음료수. 너는?" "하하, 나도 그거 먹을래." "나는 토마토 주스 들어간 무알콜 칵테일." 나시마와 나, 그리고 마리, 이렇게 셋은 무알콜 음료를 마셨다. 나는 원래 알콜을 못 먹고, 나시마는 종교 때문에 먹지 않고, 마리는 임신중이다. 마리의 배가 제법 나왔다. 두 달 반만 지나면 마리는 .. 2023. 9. 16. 과학 시험이 끝나고 과학 시험을 본다고 하니 동료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점심시간, 크리스틴은 뜨개질을 하면서 시험 이야기를 했다. "시험 볼 준비는 잘 됐어?" "으음.... 응, 응." "대답에서 뭔가 주저주저하는 게 느껴지는데." "하하, 사실 준비됐다고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네. 어제는 실험실에서 실습 시험을 봤거든? 근데 정말 엉망진창이었어!" "왜?" "실험 계획을 적어내야 하는데, 완전 다 틀렸거든! 실험실 조수 선생님이 보고는 다시 해야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더라." "어휴, 그랬구나." "근데 내 생각으로는 실험실 선생님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나 봐. 나보고 자꾸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거 있지? 시험지 주면서 빨리 읽으라고 막 뭐라고 하더라구." "으음." "난 좀 긴장해서 멍해 있기는 했는데, 읽.. 2023. 9. 14. 떠나는 쿰바와 인간관계 이야기 동료 쿰바가 점심을 함께 먹자고 연락을 보냈다. 바로 쿰바를 보러 가니 옆의 간호사들이 불쑥 말한다. "쿰바가 우리를 버리고 떠난대! 누가 쿰바를 대신할 거야? 네가 할 거니?" "응? 떠나요?" "그렇게 됐어. 점심 먹으면서 자세히 얘기해줄게." 사실 쿰바가 떠나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좋은 소식도 아닌지라 그냥 잠자코 있었다. 쿰바의 원래 타이틀은 클래스 3인데, 클래스 1로 올라오려면 엑셀 시험을 새로 쳐야 하는데, 이 시험에 떨어져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해. 간호사들은 다 알고 있지만, 너한테는 내가 직접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아-. 슬프다. 서운하기도 하고. 너는 괜찮아?" "난 정말 괜찮아. 다만 여기 사람들하.. 2023. 9. 9. 몽루아얄 거리 구경하기 얼마 전, 동료 나시마가 새로 산 남십자성 목걸이를 자랑했다. "예쁜데?" "그렇지? 프리뻬리에서 산 거야. 몽루아얄 거리에 있어." 그 말이 기억나 빵 사러 몽루아얄 거리에 갈 겸, 프리뻬리라고 불리는 중고상점을 구경했다. 중고 옷이나 악세서리를 모아놓은 가게인데, 살 게 없더라도 구경하면 재밌다. 나막신이 있다니! ㅋㅋㅋ 에스닉한 스카프나 옷도 좋고, 프리다 칼로가 그려진 옷도 있다. 가게 안에 가득가득 여러 물건이 쌓여 있다. 계산대인데, 모니터에 아브라카다브라가 쓰여 있다. 이런 상점을 운영하는 주인이 쓸 법한 화면이다. 서점도 있어서, 읽지도 않지만 한번 들러 보았다. 오! 한국인 작가 책 찾았다. 탈북작가 김유경이라고 한다. 유니콘이 그려진 이 가게는 뭔지 궁금했는데...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 2023. 9. 7.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