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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739

나탈리의 은퇴 전 마지막 날 상사의 상사, 대빵상사인 나탈리가 은퇴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인 만큼 조금 어렵기도 한데, 너무 당연하게 반말을 쓰라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나탈리는 며칠 전부터 3일전, 2일전, 하루전 하고 은퇴일을 손꼽아 세고 있었다. 그러다 2일 전, 예쁜 카드를 하나 전해주었다. 카드에는 나보고 마음이 예쁘고 친절하다며, 매일 아침 봉주하고 웃으며 인사를 해줘서 잊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안그래도 나탈리를 위한 은퇴파티를 계획하고 있는 중인데, 이런 카드를 받으니 마음이 뭉클하다. (파티 비용 계산하다가 팁과 세금을 까먹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나도 사놓은 카드가 있어서 답장을 쓰고 건네주었다. "이거, 카드예요." "정말 친절하네, 고마워. 지금 정리할 게 많아서 나중에 읽을게. 참, 이거.. 2023. 8. 8.
기분이 안 좋을 땐 맛있는 게 최고 사실은 어제 일이 너무 많아서 울었다. 그거 때문에 울다니 좀 바보 같지만. 알고 보니 생리할 때가 되어서 그러려니 했다.아무튼 사무실에서 너무 앉아 있기만 했더니 갑갑해서 퇴근길은 그냥 걸었다. 걷는데 막 눈물이 났다. 그러나 울고만 있을 수 없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지르기로 했다. "찬아, 우리 맛있는 거 먹자. 카이버 패스 어때? 그거 보고 불꽃놀이라도 보러 가자."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울었어?" "어. 일이 너무 많아서... 아무튼 갈 거지?" "그래, 가자." 2시간짜리 코스요리를 즐겼다. 찬이가 예전부터 오고 싶어하던 곳이었는데, 가기 싫다고 핑계대다가 괜히 내가 힘드니 가자고 해서 어쩐지 미안해진다. "그래서, 그렇게 힘든 거 상사한테 말해보면 안돼?" "뭐라고 말하지? 아, 나는 참... 2023. 8. 5.
내 직업 다시 돌아보기 오늘은 동료 떼아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있잖아, 고등학교 때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나보고 같이 일하쟤." "그래? 무슨 일인데?" "무슨 자동차 부품 판매하는 모양인데, 내가 일을 좀 잘하니까 (후후) 나랑 같이 일하고 싶대. 5천달러 월급에, 렌트비도 무료라는데." "우와, 그거 흥미 돋는데. 월급이 좋다. 어떻게 생각해?" "진짜 잘 모르겠어. 문제는 거기가 차로 1시간 반 걸린다는 거야." "아, 그렇구나. 집을 떠나야 하는구나?" "나는 지금 집 좋아. 엄마 집이랑도 가깝고, 이제 막 이사해서... 나 고양이도 있고, 지금은 집 보험, 자동차 보험, 의료보험까지 다 내고 있는데 거기로 가면 보험을 다시 들어야 한단 말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안정적인 게 좋아. 그 직업은 안정감이.. 2023. 8. 2.
쿰바의 작별선물 - 예쁜 선인장 전화 공포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전화를 할 때는 항상 긴장된다. 뭔가 말이 길어질 것 같으면 "자세한 건 이메일로 연락하세요!"를 외친다. 내 치트키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나 진땀이 났다. "안녕하세요, 이사벨 사무실이죠?" "네, 맞습니다." "제 이름은 꺄린 그ㄹ^@#인데요, 이사벨과 통화 가능한가요?" 사람 이름... 잘 안 들린다 😫 꺄린 뭐라고요..? "오늘은 부재중이에요. 내일 이메일이나 팀즈로 연락주실래요?" "뭐라고요?" "팀즈요." "뭐라고 하는지 잘 못 알아듣겠네요." "내일 이메일로 연락주실래요?" "그래요, 메일 주소좀 알려주세요." "쎄쎄에스..." "뭐라고요? 잘 안들려요. 메시지로 보내주실래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꺄린 걀@#%. 전화번호는... .. 2023. 8. 1.
홍콩야자 물꽂이를 도전해 보자 홍콩야자는 번식이 쉽다고 한다. 줄기를 따서 물에 담궈놓으면 뿌리가 생기고, 다시 화분에 담으면 끝이라고 한다. ...라고 유튜브에서 봤지만, 과연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잘 자라는 화분 죽이지만 않으면 다행일 텐데! 유튜브를 보니, 전문가들은 예쁘게 모양도 내고 잘 기른다. 모양낼 만큼 클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야지... 매일매일 식물이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신기하다. 뿌리가 나오는 거나, 손가락을 쫙 펼친 것처럼 잎이 나는 것도 좋고. 멋모르고 새 잎을 마구마구 내는 것도 신기하다. 식물을 보고 있을 때 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날 그날 있었던 좋은 일들도 떠올리고. 제일 무성하게 자란 부분의 이파리를 따서 물에 넣어 보았다. 뿌리가 잘 나오려나? 몇 달이 걸리려나? 성급하.. 2023. 7. 28.
스스로 만들어내는 괴로움 요즘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다행히 야근은 하지 않는다. 소원이 있다면 퇴근하고 일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딱히 여기 일이 힘들어서라기 보다, 이건 내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괴로움인 것 같다. 왜 나는 스스로 괴로워할 일을 만들까? 불안하고, 퇴근하고 나서나 쉬는 날에도 메일을 들여다본다. 예전 한국에서 강사일을 할 때도 수업이랑 학부모 상담 때문에 퇴근하고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지금 딱 그 모양이다. 이것도 미디어 중독과 관련이 있나? 메일을 볼때마다 딱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그런 거에 중독되기는 싫어 ㅠㅠ 나는 어떻게든 내 불안감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다. 마음이 조여오는 느낌은 무척 불쾌하니까.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점심시간, 마리와 크리스틴과 함께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햇빛.. 2023.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