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739

이 16강전을 실시간으로 보다니 감사합니다! 북미 동부시간으로는 월드컵이 아침 9시, 10시에 시작해서 출근하느라 한국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가 없었다. 퇴근하고 나서야 그날 아침 있었던 경기를 챙겨 봤다. 그렇지만 오늘은 금요일 재택근무날! 포르투갈전은 집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와, 너 재택근무하면 한국 경기 아침에 같이 볼 수 있겠네!" "그렇지!" "좀 있으면 시작한다!" 찬이는 축구를 좋아해서 애국가까지 따라 부른다. 그런데 난 하필 아침부터 일이 쏟아져 들어온다. 정신없이 일하느라 초반에 한 골이 먹힌 것도 몰랐다. 짬이 나서 경기 화면을 보니 0-1, 포르투갈이 한 골 넣었다. "어, 벌써 포르투갈이 골 넣었어?" "..." "나한테 말해주지도 않고." "..." 찬이는 한참 전부터 조용하게 좌절중이었다. 이전 경기도 .. 2022. 12. 3.
배드민턴과 스피닝, 그리고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 동료들과 회사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월요일은 스피닝, 수요일은 배드민턴이다. 둘 다 평소에 안 쓰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데 좋다. 운동 귀찮아하는 내가 이렇게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다니! "그런데, 스피닝이 더 힘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배드민턴이 더 힘든 것 같아." "나도 동감이야. 확실히 배드민턴 칠 때 좀 더 날렵하게 해야 하고, 좀 더 많이 움직이는 것 같아." "그치? 스피닝 하고 난 다음 날은 별로 근육통이 없는데, 배드민턴 하고 나서는 여기저기가 아프네." "아직 스피닝 초반이라 코치가 살살 한 걸 수도 있어. 두번째 세션이 첫번째보다 좀 어려웠잖아." 확실히 두번째 세션이 좀 더 힘들고 숨도 차고, 다리가 아파오긴 했다. 스피닝 체육관에 걸린 벽화가 눈에 확 들어온다. 다리근육이 .. 2022. 12. 2.
새해 인사, 한국어로 어떻게 하나요? 오늘 갑자기 회사 소식지와 SNS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소식지 다음 호 주제는 새해다. 우리 회사에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 나라 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비디오로 보고, 전통 설 풍습이나 음식을 소개하는 코너라고 한다. 프랑스어로는 'Joyeuse Fête et bonne année (주와유즈 페트, 보나네)'라고 한다. 당연히 한국을 알리는 일이니 하고 싶지만, 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는 게 좀 망설여진다. 근데 생각해 보니 내가 이전에도 회사 SNS 동영상에 나온 적이 있다. 한 달 전, 병원 홍보 영상을 만드는데, 회의하는 모습을 찍어야 한단다. 난 회의실을 예약하고 문 따주고 나가려는데, 나탈리가 나를 막 불렀다. "너도 여기서 같이.. 2022. 12. 1.
쉬우면서 까다로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만들기 찬이는 파스타를 정말 잘 만든다. "파스타를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어?" "자주 만들어 먹었으니까. 아, 그리고 내가 이탈리아 룸메이트랑 살았을 때, 정통 스파게티 만드는 법을 좀 배웠지." "오... 그래?" 이렇게 파스타에 자신 있어 하는 찬이건만,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는 자신 없어 했다. 알리오올리오는 올리브유와 마늘이 주 재료고, 토마토나 크림 소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재료는 엄청 간단하지만, 소스 없이 기름과 마늘만으로 깊은 맛을 내야 하니 확실히 어려울 것 같긴 하다. "그 이탈리아 룸메가 알리오올리오 만들어 줬는데, 진짜 환상이었어! 걔는 엄청 쉽게 휘리릭 만들던데. 근데 내가 하면 그 맛이 안나더라고. 내가 파스타 만들기만 하면 '챈~ 댓 이즈 노 파스타!' 찐한 이탈리아 악센트로 영어 하면.. 2022. 11. 30.
주말 점심은 베트남 쌀국수 쌀쌀하니 어쩐지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진다. 뜨끈한 국물에 쫄깃한 면, 수북히 담긴 고기와 화룡점정 고수잎까지, 베트남 쌀국수가 땡겨서 새로운 집을 찾아갔다. 원래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땐 차이나타운의 '포방뉴욕'이라는 레스토랑만 가지만, 이 날은 한국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좀 반대쪽에 있는지라 새로운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구글 맵을 켜고 '근처의 베트남 쌀국수 포' 레스토랑을 검색하니 엄청 많이 나온다. "우와, 베트남 쌀국수 집 엄청 많아! 몬트리올에 쌀국수 집이 많구나." "그 중에서 좋은 데 한 곳 찾아보자. 물론 줄서서 먹는 차이나타운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여기 시내 중심가니까 괜찮지 않겠어?" 우리는 적당히 별점도 좋고 가까운 쌀국수 집을 찾아냈다. "아, 쌀국수 오랜만이다. 그런.. 2022. 11. 29.
문구점이 없는 캐나다와 포켓몬빵이 먹고 싶은 아이 한국어 수업,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마운 점은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판단없이 좋아해 준다는 것이다. 그 뭔가... 무조건적인 선생님 사랑(?)같은 게 있다. 요며칠 독감 시즌이기도 하고,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들도 꽤나 많아서 결석한 아이들이 꽤 많았다. 이번에는 3주동안 결석한 아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정말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네, 너무 심심했어요. 한국어 수업 너무 오고 싶어서 울었어요." "울었다고??!" "네, 저는 중국어 수업은 너무 힘들어서 싫은데, 한국어 수업은 좋아요." 수업이 듣고 싶어서 울었다니! 대단한 열정이다. 게다가, 내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 학생은 혼자 결석한 부분 공부를 집에서 다 해왔다. .. 2022.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