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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205

망자의 날과 아름다운 죽음의 여신, 멕시코의 라 까뜨리나 (La Catarina) 11월 1일은 멕시코의 기념일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이다. 할로윈과 시기가 비슷해, 멕시코인들은 이때 해골이나 죽음의 여신, 까뜨리나 분장을 한다. 내가 어학원에 다닐 즈음에, 멕시코 시날로아에서 온 바바라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까뜨리나 분장을 보았다. "이번 할로윈에 무슨 분장할 거야?" "할로윈에 뭐... 난 이런 거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너는?" "난 까뜨리나 할 거야. 멕시코인이라면, 당연히 까뜨리나지." 바바라의 분장은 모두를 압도하는 멋진 분장이었다. 영화 에서 본 것과 언뜻 비슷해 보여서 한번 물어보았다. "와, 바바라 분장 너무 멋있다! 이게 무슨 분장이야?" "이건 라 까뜨리나야." "까뜨리나가 뭐야? 영화 코코에 나온 게 까.. 2020. 10. 27.
셰익스피어, <루크레티아의 능욕> - 연옥과 지상의 사이에서 누군가는 글을 쓰는 행위가 심리치료보다 더한 치유를 선물한다고 했다. 나는 그걸 믿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이상하게도 나는 캄캄한 나락으로, 불 같은 연옥을 지나, 소용돌이같은 심연의 슬픔에 빠진다. 심연이 시작되는 곳, 림보에서 능욕을 당했던 루크레티아가 허우적거린다. 아름다운 루크레티아. 그녀의 피부가 너무도 희고 투명해서 피가 푸르게 보인다고 했다. 푸른 피는 셰익스피어의 노래를 거쳐 고결해지고, 블루블러드는 고귀함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루크레티아는 언제쯤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원전 509년, 고대 로마의 왕자 섹스투스는 전쟁터에서 귀족, 장군들과 연회를 벌이고 서로 자신의 부인이 가장 정숙하다고 자랑한다. 장군 콜리타누스는 자신의 부인이 가장 정숙하다고 자신하며, 왕자와 내.. 2020. 10. 23.
유쾌하고 감동적인 코미디언 - 트레버 노아 (Trevor Noah)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스탠딩업 코미디쇼를 여러 가지 보고 있는데, 어쩌다 우연히 트레버 노아를 보게 되었다. 와, 이 사람 정말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인걸? 미국인들은 멕시코인들은 싫어하면서, 타코는 무지 좋아하더라구요. 이민자들이 싫으면, 이민자들의 음식도 먹으면 안 되죠. 타코뿐 아니에요. 멕시칸 음식, 캐리비안 음식, 아시안 음식도 먹지 말아야 합니다. 감자만 먹으라고 해요. 감자에 양념도 치면 안 돼요. 이민자들이 없으면 양념도 없어요. 양념 없는 삶은 힘듭니다. 얼마나 양념 없이 살기가 힘든지, 백인들이 배 타고 양념 구하러 돌아다닌 거잖아요. 나도 모르게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ㅋㅋㅋ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는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다. 아파르트헤이트가.. 2020. 10. 22.
화난 거 아냐, 원래 내 표정인데? - 레스팅 비치 페이스(Resting Bitch Face) 미국 팝 컬쳐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웃긴 밈으로 자리잡은 모양이지만, 나는 오늘 레스팅 비치 페이스(Resting Bitch Face)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들었다. 레스팅 비치 페이스란, 본인은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화나거나 아니꼬운 표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뜻한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나 안나 켄드릭이 이 밈에 많이 등장한다. 이 표정이 뭔가 무서워 보이고, 짜증이 났나? 싶은 얼굴이지만, 실제로 본인은 그냥 점심메뉴가 무엇일까 등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웃긴 포인트이다. 실제로 내 친구도 이런 표정을 갖고 있어, 화가 났나 싶지만 대화 톤은 평소와 다름없이 즐거운 것을 듣고 안심하게 된다. 종종 이런 밈 때문에 '웃지 않고 있으면 다 화난 것처럼 보이냐'며, .. 2020. 10. 20.
히가시노 게이고, <11문자 살인사건> 의 설정이 억지스러운 이유 전자도서관을 둘러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 대출가능이길래 별 생각없이 바로 대출해서 읽었다. 이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는 편이다. 작가 이름만 보고 선택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별로 없이 즐겁고 빠르게,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 은 내가 읽어온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조금 달랐다. 뭔가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소설들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기도 전에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페이지터너였다면, 이 소설은 '주인공이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걸까? 너무 오지랖 부리면서 사건을 파헤치는 것 아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추리소설 작가인 여자이다. 2개월동안 가볍게 만난 애인이 갑자기 .. 2020. 10. 17.
결혼 후 바뀌는 여자의 성(姓)에 대한 단상 캐나다인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상하다, 서양에서는 결혼하면 여자가 성을 바꿔야 해?"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 바꾸지." "왜 여자만 바꿔? 그건 좀 별로다." "안 바꾸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이것 봐, 만화 중에 마지도 주인공인데 마지 심슨이 아니라 마지 부비에(결혼 전 이름) 라고 부르면, 그건 The Simpsons가 아니잖아! 한 가족이니깐 한 이름을 쓰는 게 좋지, 엄마만 이름이 다르면 소외되는 거잖아! 엄마만 어떻게 왕따시킬 수가 있어?" "그게 왕따인 건가?" "그렇지, 가족 중에 혼자만 이름이 다르잖아." 뭔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딱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걸 소외되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러고보니 이 제도가 서양 국가들의 문화.. 2020.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