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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201

에쿠니 가오리 - 낙하하는 저녁 독후감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을 읽었다. 실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다케오와 리카라는 연인이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 이사할까 봐.'라는 우물쭈물하는 말을 꺼내며 이별을 고하는 다케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케오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케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리워하는 리카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냥 잔잔한 연애 소설인줄 알았는데, 읽으면서 '엥?' 소리가 여러 번 나오게 만든다. 우선 둘이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긴, 요즘은 그런 커플도 많지.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케오가 전여친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케오는 다른 여자가 좋아져서 헤어지자고 말한 주제에, 리카에게 전화를 걸어 "나 못 만나서 쓸.. 2023. 11. 12.
스토너 독후감 - 인생의 선택과 대가 스토너라는 책을 읽었다. 50여 년 전 처음 출판되었을 때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2010년부터 유럽 전역에서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챕터를 읽고 나서는 너무 잔잔하고 밋밋한 이야기에 매력을 못 느껴서 책을 덮을까 했는데, 두 번째 챕터부터 푹 빠져들었다.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미주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결혼을 했다. 박사과정을 끝내고 강단에 서서 영문학을 가르치다 삶을 마감한다. 언듯 보기에는 평범하고 심심한 삶이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도 단조롭지만 스토너가 매 챕터마다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 선택이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걸 목격하고 어쩐지 거기에 감동을 받았다. 선택의 순간이 모여 인생을 이루는 것 아니겠는가? 스토너의 선택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기술.. 2023. 11. 2.
김용의 천룡팔부 - 무협소설 읽는 재미 김용의 천룡팔부를 읽었다. 무협소설을 읽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역시나 재밌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벌써 몇 주가 넘도록 이 책만 읽은 것 같다. 10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 주인공도 여러 명이라 이야기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어떻게 이 긴 이야기가 영화 한 편으로 제작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한번 영화를 보고 싶어 진다. 별생각 없이 책 속 인물들이 가는 데로 여기저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푹 빠져 책을 읽게 된다. 무공을 못 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무림 고수를 엄청나게 고강한 무공을 얻게 되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엄청나게 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 뚜렷한 성격과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애정이 간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성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고대 불교국가인 .. 2023. 10. 28.
레미제라블 2권 독후감 - 신과 닮은 쟝발쟝 1권을 읽은 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서야 2권을 펼쳐보게 되었다. 2권의 제목은 코제트, 표지에 나오는 그 꼬마 소녀가 주인공이다. 사실 누구누구가 주인공이라는 말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직접 밝힌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무한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무한이 주인공이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밑에 있는 무한 속에 자아 하나가 있듯이 위에 있는 무한 속에도 하나의 자아가 있을 것이다. 아래에 있는 자아, 그것이 영혼이고, 위에 있는 자아, 그것이 신이다. 레미제라블을 읽다 보면 명상록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빅토르 위고는 기도, 명상, 사유를 통해 인간이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 실천을 통해서 인간은 무한 속으로 들어가고 인류의 진보, 사랑과.. 2023. 8. 26.
세상 끝의 카페 독후감 -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금요일 퇴근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존 스트레레키의 '세상 끝의 카페'를 읽었다. 어쩐지 지난주에 읽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의 첫 파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고속도로에서 느릿느릿 기어가다 답답함을 못 이기고 모르는 도로로 들어선다. 휴대폰에도 검색 불가, 가고픈 방향은 북쪽인데 남쪽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다. 완전히 길을 잃은 채 몇 시간을 달렸다. 연료는 떨어지고, 배는 고파오고 피로해진다. 그러다 불빛을 보고 간절한 마음에 차를 돌려본다. 길을 돌아서자, 초승달과 수많은 별이 쏟아지는 황량한 곳에 하얗고 네모진 건물 지붕.. 2023. 8. 21.
독후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정신병동에서 어떤 환자의 자살 시도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그 사람이 삶의 의미를 찾기를 하고 빌었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나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 박사가 체험한 이야기를 적은 글이다. 죽음의 수용소라는 제목만 듣고, 아우슈비츠, 대량 학살, 굶주림, 강제 노역 같은 내용이겠지, 그걸 읽으면 그걸 겪은 사람들의 공포가 얼마나 끔찍할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두려움보다는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재미있어서 책장이 저절로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을 벌써 이만큼이나 읽었나 하고 하나하나 읽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다 읽고 나니 뭔가 개운하고 정화된 느낌이 든다. .. 2023.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