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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41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이유 - 목적이 있는 삶 세탁기를 보니 빨래가 쌓여 있고, 재활용품을 내다 놓는 통도 가득 찼다. 아침을 먹고 난 설거지도 그대로이고, 요리를 하고 나서 남은 채소도 부엌 카운터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눈앞에 널려있는 집안일을 분명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어깨가 아프다는 핑계로 그걸 미뤄버렸다. 집안일은 귀찮다. 어렸을 땐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었으니 그게 귀찮은 일이었다는 걸 모르고 지냈다. 이제 와선 집안일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귀찮다. 지금 꼭 안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니, 미루기도 쉽다. 내가 집안일을 하는 이유는 더러운 꼴을 보기 싫어서, 정말 돼지우리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고 싶어서 집안일을 하기 싫지만 억지로 했던 것 같다. 미루던 세탁과 설거지를 하고, 재활용품을 버리면서, 며칠 .. 2020. 10. 16.
캐나다 퀘벡에서 병원가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캐나다 중에서도 퀘벡은 세금이 높은 대신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다. 나는 오랫동안 한 가지 질병을 앓아왔는데, 이게 괴롭고 삶의 질을 엄청 떨어뜨리지만, 또 당장 나를 죽이는 심각한 병은 아니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 나는 정말 자주, 오랫동안 병원을 들락날락거렸는데, 캐나다에 온 이후 보험이 없어 그냥 방치해 놓고 있었다. 다행히 보험 자격이 되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퀘벡주 의료보험 (RAMQ) 퀘벡주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은 RAMQ(함큐/람큐)라고 부른다. 학생비자로 이곳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은 대부분 이 RAMQ, 의료보험 자격이 없지만 워킹비자가 있으면 자격이 된다. 내 경우, 학교가 얼마 전에 끝났고 졸업을 인정받아 학생비자.. 2020. 10. 15.
추리소설을 읽다가 - 형사를 만난 기억 이북으로 빌린 추리소설을 보다가 이런 대목에서 잠시 멈추고 한창 딴 생각을 했다. "7월의 어느 날, 형사가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알렸다. 형사는 내가 작품 속에서 그렸던 것보다 훨씬 평범했는데, 대신 분위기는 있었다." 형사를 실제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훨씬 평범할까?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형사의 모습과 실제 형사는 많이 다르겠지? 기억을 되짚어 보니, 나도 형사를 만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강사로 일하던 어느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이어서 4시쯤인가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잠깐, 이게 뭐야. 토요일 일한 것도 수당 못받았는데, 일찍 퇴근을 해서 좋다니 이게 정말 무슨 노예 근성이야. 아침 9시부터 토요일 4시까지 무상으로 일한 게 지금 생각하니 뭐가 좋다고.... 도대체 난.. 2020. 10. 14.
블랙핑크 Pretty Savage - 가사 / 영어가사에 숨겨진 뜻과 해석 [블랙핑크 "Pretty Savage" 가사] 이번에 나온 Pretty Savage 곡은, 전체 가사가 Savage의 뜻을 풀어서 나타내고 있습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Savage는 '어려운 일을 손쉽게 해내는 잘난 사람'을 의미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이 노래 전체가 그냥 Pretty Savage네요. [Intro: Jisoo, Jennie] BLACKPINK in your area BLACKPINK in your area [Verse 1: Lisa, Jennie] 비슷한 것 같지 우린 뼛속까지 다름 아이 창피하다가도 멍석 깔면 바름 Born skinny, bitch 암만 살쪄도 난 마름 계산은 느려도 눈치는 빠름 인기를 논하자면 안 해 입만 아픔 F boys, not my boys 싹둑싹둑 자름 우리 이.. 2020. 10. 13.
<소셜 딜레마>의 경고, 인간의 취약한 심리를 건드리는 기술 (2) 이전글: milymely.tistory.com/48 4. 가짜 뉴스를 쉽게 믿게 된다 슈퍼 컴퓨터의 방대한 데이터와 맞서 싸우기에 인간은 너무 나약하다. 그 데이터는 너무나도 무지막지해서, 20억명의 사용자에게 각각의 다른 세계를 제공한다. 두 사람의 친구목록이 똑같더라도, 이 두 사람의 소셜미디어 메인 화면은 같지 않다. 사용자가 좋아하도록 맞춤 설정된 것만 보여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남들도 좋아하는 것이라 믿게 되고, 결국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믿게 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말이 돼? 그걸 믿는 사람이 바보지, 멍청하긴. 하지만, 이 음모론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보면 소셜 미디어는 비슷한 컨텐츠를 계속 추천해준다.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말.. 2020. 10. 13.
<소셜 딜레마>의 경고, 인간의 취약한 심리를 건드리는 기술 (1) 추천으로 많이 들었던 다큐멘터리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거대 소셜 미디어 그룹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사람들이 출연해 소셜 미디어의 중독성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보고 친구와 4시간 동안 토론을 할 정도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이야기하느라 기진맥진해 버려 다시 정리하려니 어지러울 정도다. 이 포스팅도 굉장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영상 초반부터 거대 IT기업들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소개하며 인터뷰한다. 이름만 들어도 우와, 하는 그런 기업들의 초기 개발자들이다 -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핀터레스트,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등. 이 이야기를 해도 될지 변호사들과 몇 개월씩이나 상의했다고 하는 어느 개발자의 난처하고 불안한 표정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는 내부고발자들의 폭로를 조심스럽게.. 2020.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