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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41

내가 번역해본 영시 - 루이스 글릭, <떠돌이 페르세포네> 떠돌이 페르세포네 -루이스 글릭 원전에서,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에게 끌려가고 대지의 여신은 땅을 처벌한다 - 이것이 우리가 아는 인간의 행동과 일치한다 인간이란 파괴에서 깊은 만족감을 얻는다 특히나 무의식적인 파괴에서 이것이 소위 말하는 부정적 창조일지도 모른다. 페르세포네가 처음 머물렀던 지옥에서의 체류는 학자들에게 끊임없이 할퀴어진다 처녀성을 잃은 것인지 논쟁해가며 그녀는 강간에 협조했나 아닌가 아니면 그녀는 취해있었는가 그녀의 의사에 반해 범해졌는가 지금의 여자아이들에게 흔히 그러는 것처럼 알다시피,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온다고 해서 납치되었던 상처가 모두 낫는 것은 아니다. 페르세포네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호손의 주인공처럼 붉은 얼룩을 묻혀왔다— 이 말을 계속 써야할지 모르겠다: 대지가 페르세포네에게 .. 2020. 10. 11.
2020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이스 글릭의 시는 어떤 작품일까? 2020년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자, 루이스 글릭(Louise Glück)은 미국의 시인이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 조금은 안타까웠다. 시는 어느 문학작품보다도 번역이 어렵다. 번역 작업을 거치고 나면, 영시의 라임과 단어의 느낌이 모두 사라진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서점에 베스트셀러로 루이스 글릭의 시집이 쌓일 텐데, 누가 그 영시들을 어떻게, 잘 번역할 수 있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왜 루이스 글릭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까? 노벨상 위원회는 그녀의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엄격하면서도 시적인 목소리가 개인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만든다. (...her unmistakable poetic voice that with austere beauty makes individua.. 2020. 10. 11.
내가 좋아하는 몬트리올 거리, 뒬루쓰 몬트리올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구역을 꼽으라 한다면 누구나 올드 몬트리올을 꼽을 것이다. 다운타운 시내에서 놀다가 예쁜 풍경이 보고 싶으면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된다. 다리 하나를 사이로, 파리 시내로 건너온 느낌이 난다. 관광지로 유명하고 가깝지만, 코로나 경계가 있은 후로 발길을 끊게 되어 안타깝다. 개척시대에 옛 프랑스인들이 이곳에 건물을 짓고 모여 살았고, 그 건물들을 잘 보존해 관광지 겸 거주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보통 3~5층의 낮은 건물들이 많은데, 1층은 기념품점이나 예쁜 가게들이 있고, 그 윗층은 주민들이 산다. 이곳이 너무 예뻐서 렌트 값을 알아보았는데, 오래된 건물들이지만 시내 중심가보다 비쌌다! 사실 이곳은 정말 아름답지만,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산책하기엔 좋지 않다. 가게들도 .. 2020. 10. 11.
천선란, <어떤 물질의 사랑> -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 첫 단편인 를 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가 싶어 몰입이 된다. 사우디 아라비아로, 에콰도르로 일하러 떠나는 아버지를 보고, 작가는 사막을 상상한다. 사막의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 고독한 사막과 그보다 더 외로운 별과 지구 사이의 우주를 유영하는 주인공. 갑자기 우주? 아하, 이 책, 에세이가 아니라 SF 소설이었지. 망망대공을 떠다니는 주인공이 우주 비행사가 된 것은 아버지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사막에 대해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떠니', 하고 아버지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뱉은 말이 빛의 속도로 우주를 유영하다 주인공에게 닿는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시시각각 외부 자극과 과거의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 작가 천선란이 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과거에 무작위로 겪었던 사건들이 덧없이 떠다니다가,.. 2020. 10. 10.
<헤어 러브>, 2020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 수상작 www.youtube.com/watch?v=kNw8V_Fkw28 , 오스카 수상작 애니메이션 는 약 7분의 짧은 시간 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족의 사랑을 그린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인디 필름처럼 보이는 이 애니메이션은, 의외로 거대 제작사인 소니 픽쳐스 사의 작품이다. 이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가족 이야기는 전미 NFL 선수인 매튜 체리(Matthew A. Cherry)가 각본을 썼다. 본인은 아이가 없는 대신 젊은 아빠 친구들이 많다면서, 굳이 자신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정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7분도 되지 않는 짧은 애니메이션이니, 굳이 줄거리를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기보단 한번 클릭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사가 거의 없어 자막이 없어도 보는 데.. 2020. 10. 10.
TEDx - 뇌를 회복시키는 법 - 시련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왜 같은 시련을 겪어도, 누구는 훌훌 털어버리고 회복할 수 있고, 누구는 불안함과 우울증에 오랫동안 괴로워할까?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리차드 데이비슨 박사는 이런 질문을 안고 연구를 계속했다. 그런 그에게 달라이 라마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현대인의 우울증, 불안 장애,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현대 신경과학을 가지고, 왜 친절함이나 공감은 연구하지 않는 겁니까?" 이는 데이빗슨 박사의 연구방향을 송두리째 바꾼 위대한 질문이었다. 그는 '어려워서'라고 대답했다. 인간의 뇌가 왜 어려운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뇌의 모양은 쉽게 변한다. 뇌는 외부의 강압적 요인에 의해 망가지기도 하고, 스스로 회복하기도 한다.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에 있어서는 조금이나마 .. 2020.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