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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715

변덕스러운 눈 내리는 아침과 더블 까스껫 눈이 오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아침에는 그냥 비가 왔는데, 언제부터인지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봄은 봄인데, 눈 내리는 봄이다. 엄청 커다란 함박눈이 마구마구 내린다. 그래도 땅에 닿자마자 녹는다.  눈이 두시간 넘도록 왔다는 사실... "나디아! 눈 오는 거 봤어?""봤어! 난 내가 꿈꾸는 줄 알았다니까?" 사실 4월에 눈이 내리는 건 퀘벡에서는 흔한 일이라서 퀘벡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우리 사무실에서 이민자인 나디아와 나만 호들갑 떠는 것 같다. 알제리와 한국에서는 벌써 반팔을 입는다고 하던데! 눈이라니요!  오늘은 산책도 안 나갔다. 나가려고 요 앞에 잠시 걸었는데, 패딩을 안 입고 얇은 비옷만 입고 왔더니 넘 추워서 다시 돌아왔다. 목도리를 하고 와서 그나마 다행이야. 그치만 눈 올만큼.. 2024. 4. 25.
간호사의 은퇴축하파티 오늘은 간호사 나탈리의 은퇴파티가 있는 날이다. 나탈리와는 산부인과 병동에 놀러 갔을 때 두어번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자, 은퇴하면 뭐 할꺼야?" "일단 여행을 가야지. 9월에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갈 거야." "아, 9월 좋지. 일단 내일은 뭘 할꺼야?" "실컷 잘 거야. 11시까지 자야지." "은퇴 축하해!" 팀원들이 케익과 선물, 꽃다발을 준비했다. 팔찌 선물을 받고 눈물을 살짝 흘리는 나탈리. 출산휴가를 떠났던 간호사 페넬로페도 아기 플로랑스와 함께 들러서 나탈리를 축하해 주었다. 은퇴할 때 동료들이 이렇게 축하해주면 좋을 것 같다. 커다란 케익을 나눠먹었다. "나디아, 은퇴하면 어떨지 상상이 가?" "아, 정말 하고 싶지. 지금이라도 바로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일 안해도 월급이 딱딱.. 2024. 4. 24.
월요일 한 주의 시작과 점심산책 오늘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다. 아니, 왜 아직도 이렇게 추운 거야? 나는 두꺼운 목도리와 패딩을 입고 나디아와 점심 산책을 했다. "아니, 진짜 춥다. 패딩은 다 정리해서 옷장에 넣어두려고 했는데 말이지. 게을러서 안 했는데 오히려 잘 됐어." 그래도 날씨 예보를 보면 오늘이 마지막 추위인 것 같다. "나도 패딩 세탁해서 넣으려고 했는데, 겨울옷 정리는 공간 찾는 게 문제야." "맞아, 어디다 넣어야 할 지 모르겠다." "수비드 가방에 넣어서 보관해, 그럼 돼." "어... 수비드 가방이 뭐야? 진공청소기로 이렇게 쭉 빨아들여서 압축시키는 비닐팩 같은 거?" "맞아, 맞아! 내가 말한 게 그거야." 수비드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요리에만 수비드가 쓰이는 줄 알았다. Sous-vide는 진공된 팩을.. 2024. 4. 23.
일요일 아침 공원 산책 요즘은 봄이 되니 공원으로 아침 산책을 나가고 싶어진다. 몽루아얄 공원으로 가는 길. 전등이 예쁘다. 비가 살짝 내렸다. 아기와 산책나온 아빠도 공원으로 가는 것 같다. 아침에는 새가 짹짹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공원에는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도 있다. 벤치에 잠시 앉아 있다 왔다. 엇! 아까 횡단보도에서 봤던 아저씨다. 흙길언덕을 유모차 끌고 막 달린다. 몽루아얄 공원의 동상 새싹이 난다. 표지판에는 Cul-de-sac이라고 쓰여 있는데, 난 이 간판을 처음 봤을 때 매우 혼란스러웠다. 왜냐하면 cul은 프랑스어로 엉덩이, sac은 가방이라는 뜻이다. 엉덩이 가방??? 도대체 이게 뭔 뜻이야 했는데... 가방의 밑부분(?)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막다른 골목이라는 뜻.. 2024. 4. 22.
불필요한 괴로움 버스 안에서 책을 읽다가 이런 대목을 읽었다. 고통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면 고통은 선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불필요하게 고통과 괴로움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고상한 것도 아니고 우리 삶을 함께하는 사람에게도 할 짓이 못 된다. 불필요한 고통을 만들어 내지 않는 법이란 뭘까... 이 책에서는 남이 내 삶과 가치관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 나서라고 말한다. 오늘은 그게 무슨 말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2024. 4. 19.
오랜만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다 오늘 나디아와 공원 산책을 하다가 새로운 직무 공고 기간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1년에 공고기간은 4~5번 정도 있는데, 나는 그냥 여기 일이 익숙하기도 하고 (이 일이 익숙해질 줄이야...), 컬리지 갈 생각에 다른 곳에 지원할 생각을 별로 못 했다. 그렇지만 나디아는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아, 일이 정말 안 끝난다. 날은 이렇게 좋은데! 밖에서 피크닉하기 딱 좋겠다." 나디아가 일하는 산부인과 병동은 워낙 어렵고 바쁘다. 사람이 부족하니 뭐 어쩔 수 없지. 게다가 나디아는 아직 정규직이 아니어서 휴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옮길수록 나디아에게 유리하다. 나는 예전부터 행정 스페셜리스트 자리가 탐이 났는데, 면접도 봐야하고 직무 요건도 만족하는 시험도 봐야 해서 그냥 별 .. 2024.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