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55 나는 당신이 오직 코로 숨쉬기 바란다 - 이우정 한의사 독후감 '나는 당신이 오직 코로 숨쉬기 바란다'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이 강렬해서 고른 책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의식적으로 코로 숨을 쉬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작가인 이우정 한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 숨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코가 이렇게 중요한 기관인 줄 정말 몰랐다. 왜 코로 숨을 쉬어야 할까? 머리가 맑아진다 코로 숨쉬면 머리가 맑아진다. 코로 바람이 드나들면서 뇌의 열을 식혀주기 때문이다. 눈에서도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며 열이 발생하고, 뇌도 활동을 하며 열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 열이 식지 않으면 두통으로 이어진다. 코로 숨을 쉬면 바람이 왔다갔다 하며 열을 식혀준다. 마치 컴퓨터 열을 식히는 쿨러 같은 기능이다. 코로 숨을 쉬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아무리 차갑고 건조한 공.. 2024. 4. 3. 쟝딸롱 마켓의 쌀국수집 쟝딸롱 시장 구경을 간 날, 외식으로 인도카레가 먹고 싶어졌다. 예전에 넷지랑 쟝딸롱 시장에 처음 왔을 때, 인도음식이 먹고 싶어서 찾아낸 가게인데 맛도 있고 가격도 괜찮아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나저나 넷지랑 함께한 것도 1년 반이 지났는데, 넷지는 그새 둘째딸을 낳았다고 연락이 왔다. 아무튼, 넷지와 함께 간 인도음식점에 가고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인도음식점이 아프가니스탄 음식도 같이 하는 곳인 게 문제였다. 왜냐하면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동안 해가 떠 있을 때 음식을 먹지 않는다. 중동 음식점들은 대부분 그래서 저녁이 되어서야 문을 여는데, 이 인도음식점도 라마단 기간동안은 점심때 영업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같은 건물의 지하에 있는 베트남 음.. 2024. 4. 3. 토요일에는 시장에 가고 토요일 아침에는 쟝딸롱 마켓에 갔다. 몬트리올에서 제일 유명한 농산물 시장이다. 예전에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할 때, 아랍인 주방장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쟝딸롱마켓에서 채소를 사온다고 했었는데, 바로 그 쟝딸롱 마켓을 오랜만에 가봤다. 나는 느긋하게 오전 11시에 도착했다. 아직 추워서 야외시장도 열지 않았지만 볼거리와 먹을거리는 많다. 꽃도 팔고 시장 테이블에서 바로 생굴을 사먹을 수도 있다. 굴 6개에 18달러. 테이블에서 먹을 수도 있다. 쟝딸롱에 오면 먹을 게 하도 많아서 머 먹을지 고민이 된다.마켓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다. 삶은 게도 판다. 맛있겠네. 여러 가게를 구경하다 향신료 가게에 들어갔다. 이 가게에 들어가면 세상 신기한 향신료 냄새가 여러 가지 난다. 후추만 해도 종류가 30개는.. 2024. 4. 1. 시원한 강바람 쐬러 올드포트 나들이 이번 주 금요일은 성 금요일이라고 해서, 부활절 전의 금요일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식사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은 부활절이다. 덕분에 금토일월 아주 스위트한 휴일을 맞게 되었다. 작년에는 이 휴일에 휴가를 붙여서 한국에 다녀왔고, 재작년에는 퀘벡시티에 다녀왔다. 이번 해에는 비행기값도 비싸고 숙소 값도 올랐겠다 그냥 몬트리올 주변을 돌아다니며 놀기로 했다. 몬트리올은 아직도 3도~10도 안팎이라 좀 춥다. 목도리 하고 코트를 입기에 딱 좋은 날씨다. 나도 지금까지 패딩만 입다가 오늘 드디어 코트를 꺼냈다. 오전에는 과학숙제를 하러 도서관에 갔다. 4월 8일에 몬트리올에 전체일식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일식 관찰용 안경을 나눠준다고 한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정.. 2024. 3. 30.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으며 아무것도 없어지지 않는다 벌써 1년이 넘게 퇴근 후 프랑스어로 고등학교 과학공부를 하고 있다. 이제 5과목을 끝내고 마지막 권을 공부하는 중이다. 아, 조금만 더 하면 끝난다!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지만,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공부한 게 자랑스럽다. 그래서인지 공부하는 재미를 발견했다. 한국에서 주입식으로 배울 때는 알지 못했던 지식의 참맛이랄까? 나는 학생 때도 수업 듣는 와중에 공상에 자주 빠졌는데, 그러다 보면 수업을 놓쳐서 나중에 허겁지겁하기도 했다. 지금은 혼자서 공부하니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래서 뭐 새로운 걸 배운 건 아니지만, 아무튼 공상하는 자체가 재밌다. 예전에 태풍과 고기압 발생원리를 배울 때도 공상에 빠져들었다. 공기입자가 압력 때문에 움직인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또, 원자가 사실상 .. 2024. 3. 29. 스트레스가 꽉 찼어! 프랑스식 제스처 점심 때는 나디아랑 함께 공원을 걸었다. 나디아는 간호사들 스케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나디아가 손을 이마 높이까지 올려서 흔드는 제스처를 한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찼다는 뜻이다. J'en ai assez, J'en ai ras (나 이제 한계야)! 이런 말과 함께 쓰는 프랑스식(?) 제스처다. 프랑스식 맞나? 아마 맞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손을 목 높이까지 올리고 흔들면 '목 잘렸다'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손을 이마 높이까지 올리고 흔든다. "진짜 벅차다. (J'en ai ras)!" "오늘도 너무 힘들구만. 아까 바빠 보이던데." "응, 간호사들이 부족하니까... 빈 자리가 생기면 다른 간호사들한테 전화해서 일할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다들 추가로 일하기는 싫어하니까 물.. 2024. 3. 28. 내가 좋아하는 전통 찻집과 이탈리아 디저트 까놀리 가게 주말에 베르덩 동네로 놀러간 건 전통 찻집에 가고 싶어서다. 여기는 인테리어와 찻잔이 예뻐서 좋아하는 곳이다. 이름은 «메종 드 떼 - 차 누아 (Maison de thé - Cha noir»이다. 메뉴는 백차, 황차,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 등등을 판다. 몬트리올에서 이런 찻집을 찾다니 현지인 다 됐다, 나. 조용한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곧 손님들로 꽉 차서 그렇게 조용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쉬면서 책읽고 글쓰기를 하는 게 주말 계획이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입구에서 종이컵에 차 샘플을 나눠준다. 이게 무슨 차라고 했는데... 까먹었다. 프랑스어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두번이나 말해줬는데 뭔지 모름. 이전에 와서 정말 좋은 차를 발견해서 그걸 골랐다. 우롱차 중에 골든 리브즈(Gold.. 2024. 3. 27. 의사들에게 배운다 - 빠른 결단력 최근에는 병원에 사진사가 와서 간호사와 의사, 병동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갔다. 아마 홍보용으로 쓸 모양이다. 한 사람당 5~6개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맡은 업무는 사진을 모두에게 배포하고 홍보용으로 쓸 사진을 하나 골라달라고 요청하는 거였다. 사진 찍은 사람이 많아서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사람들 얼굴 보는 재미가 있어서 재미있는 업무다. 나는 병동에 자주 가지 않아서 간호사들 얼굴이 헷갈리기도 하고, 특히나 의사들은 회의 아니면 볼 기회가 거의 없다. 이 업무 덕분에 사람들 얼굴을 좀 익혔다. 아무튼 재미있는 건 의사와 간호사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모두 똑같은 메일을 보냈는데, 의사들의 답장이 무지 빨라서 놀랐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의사들은 대부분 메일 확인하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이게 왜 놀라운 .. 2024. 3. 26. 눈 내리는 날 메이플 시럽 설탕오두막 축제 주말 아침, 일어나니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날씨를 확인하니 체감 영하 14도! 평소라면 너무 추우니까 집에 있고 싶은 날씨인데, 나도 이제 이 추운 날씨에 적응이 되었나 보다. 이제 봄이니 눈이 이렇게 많이 올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밖에 나가기로 했다. 집 앞에 있는 카페에 갈까 하다가, 어쩐지 몇개월 전에 가본 적 있는 전통 찻집이 가고 싶어서 베르덩 동네로 향했다. 지하철타고 20분 정도 가면 된다. 베르덩 역 앞에 도착하니 뭔가 북적북적하다. 오, 뭐 하나 보다!!! 바이올린 소리와 퀘벡 전통 음악이 들린다. 우와! 길거리 축제다!! 운이 좋네, 우연히 나왔는데 길거리 축제를 하고. 요즘 메이플 시럽 수확철이라서 이맘 때면 사람들이 설탕오두막에 간다. 설탕오두막은 Caban à sucre(꺄방 .. 2024. 3. 25. 다람쥐와 이런 인생 날씨가 정말 춥다! 체감온도 영하 11도라니. 주머니에 땅콩 몇 개 집어넣고 점심산책을 나왔다. 공원 다람쥐에게 몇몇 개 던져줘야지. 공원을 걸으면서 땅콩을 하나씩 던지니 다람쥐들이 막 나를 따라온다. 히히 귀여워! 하지만 땅콩이 없어도 요즘은 다람쥐들이 날 알아보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산책이 끝나고 간호사인 아닉과 마주쳤다. "오늘도 산책했어?" "응, 오늘 엄청 춥더라. 다람쥐들한테 땅콩도 줬어." "아하하하하! 다람쥐 너무 귀엽지. 아참, 내가 다람쥐 사진 보여줄게. 파트너 시골집에서 찍은 거야!" 까만 다람쥐가 주택 테라스까지 들어와서 뭔가를 막 먹는 사진이다. 예전에 아닉과 한번 산책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땅콩을 던져주니 다람쥐들이 따라오는 게 신기했나 보다. 아닉은 그때 이후로 나에게 .. 2024. 3. 23. 여름 휴가 계획 짜기 여름휴가 계획서를 내야 하는 날이다. 언제 휴가를 가지? 한여름은 캐나다에서 제일 놀기 좋은 때지만 그만큼 성수기라서 비싸다. 여행은 가고 싶고, 너무 비싼 건 싫고. 여기 사람들은 보통 휴가계획을 몇 달 전에 잘 짜던데, 나는 미루고 미루다보니 여름휴가 제출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 언제 휴가를 내지? 행복한 고민이긴 한데... 이번에는 캐나다의 자연을 즐기러 가고 싶은데, 여러 가지 고민해 봐야 겠다.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별 생각이 없다니... 사람들은 어떻게 계획을 잘 짜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서는 휴가 내고 싶을 때 낼 수 있었던 적이 없다. 그냥 설날과 추석, 그리고 3일 정도의 여름방학이 다였는데.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2024. 3. 22. 단식과 알제리 전통 디저트 이번 겨울에 눈이 적게 온다 싶더니, 3월 중순이 넘어서도 눈이 내린다. 아직 패딩을 집어넣을 때가 아니다. 나디아와 산책을 할 때도 추워서 짧게 공원을 돌고 돌아온다. "우리 딸 아이다가 오늘 아침에 눈 온 걸 보더니 막 춥다고 짜증을 내더라고! 하하하" "하긴, 이제 따뜻해질 때도 됐는데." "이번 겨울에는 눈이 많이 안 와서 썰매도 못 탔는데, 오늘은 썰매 탈 만큼 눈이 많이 온 것도 아니고 따뜻한 것도 아니니까!" 라마단이 시작한 지 10일이 되었다. 나디아는 계속 단식을 하고, 나도 따라서 점심만 단식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진짜 단식이 쉬운 게 아니다. '단식하려고 한다'만 벌써 열흘째... 점심 한 끼만 건너뛸 뿐인데 몸에 힘이 빠지고 배가 너무 고파서 샐러드와 바나나를 싸와서 먹었다. 그래.. 2024. 3. 21. 이전 1 ··· 5 6 7 8 9 10 11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