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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남부의 여왕> - 카밀라 바르가스, 매력적인 악녀 아, 카밀라 바르가스.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인 악역이 또 있을까. 카밀라는 멕시코 시날로아 출신으로, 미국 댈러스로 넘어와 코카인 밀매를 하는 카르텔의 두목이다. 남편이 죽은 후, 다시 시날로아로 돌아와 주지사가 되는 인물. 카르텔 갱단 두목이 어떻게 주지사가 되냐고? 그만큼 멕시코가 타락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에, 섹시하게 파인 붉은 드레스를 자주 입는 카밀라 바르가스는 권력욕에 목마른 무자비한 디바이다. 그녀의 몸짓 하나 하나가 우아하면서도 강력하다. 카밀라의 권력욕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결혼하기 전에는 아름답고 순수한 댄서였지만, 이 아가씨, 남편 하나 잘못 만났다. 하필 사랑하게 된 사람이 마약 딜러였다. 둘의 결혼 후, 바르가스 카르텔이 시날로아 최대 카르텔이 .. 2020. 9. 27.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 -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한 것 뇌를 탐구하거나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언제나 놀랍고 재미있다. 누구나 뇌가 있지만, 뇌에 대해 밝혀진 지식은 아직도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모르기 때문에 더 흥미롭고, 항상 더 탐구할 여지가 있는 분야이다. 인간의 기억 편에서 내가 너무도 놀랐던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뭐라고요! 내 1년 전 기억의 50%는 틀린 거라고요? 내가 1년 전에 뭘 했더라... 2019년 9월. 뭘 했지? 학교를 다니고 시험을 치고, 친구를 만나고... 이렇다 할 강렬한 기억은 없는데. 아, 이래서 블로그를 해야 하는 거야. 1년 전부터 블로그를 했더라면 뭔가 썼을 텐데. 아무튼, 내가 2019년 9월의 한가지 일을 샅샅이 파헤쳐서 끄집어내고, 기억을 다시 돌이켰다고 치자. 그럼 그.. 2020. 9. 26.
레이디가가 <911> - 911의 두 가지 뜻 레이디가가의 911 뮤직비디오에는 대단한 반전이 있다. 오늘은 그 반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www.youtube.com/watch?v=58hoktsqk_Q&ab_channel=LadyGagaVEVO 이 뮤직비디오는 무척 화려하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미묘한 분위기가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면서도 도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건지 궁금하게 만든다. 가가의 매혹적인 의상이나 소품들, 주변인들의 이국적인 옷차림이나 파라다이스 같은 배경 등이 무척 신비스러워 어떤 상징이 담겨있는 건지 넋을 놓고 보았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반전이라니. 노래가 끝날 때쯤 소리를 지르고 장면이 전환된다. 그 모든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가가(스테파니)의 환상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향정신성 약물을 먹고 보는 환각. 정말 충격적이었.. 2020. 9. 25.
우울증에 관하여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은 그 별명처럼 누구나 한 번씩 앓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약 처방받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는 말을 들어보셨죠. 제약회사의 광고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말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약간 회의적이에요. 효과가 좋지만, 부작용이 더 좋죠? 하하. 평생 달고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끊으면 미칠 것 같으니. 우리가 우울증을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하지만, 사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원주민도 우울증을 종종 앓죠. 이 우울증이라는 건 사실, 마음이 일으키는 병이 아니라 인간의 유전자에 기록된 실제적인 질병입니다. 유전자에 기록되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우울증에 취약한 유전자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인데요. 재미있는 건 우울증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동시.. 2020. 9. 25.
몬트리올에서 병원가기 몬트리올에 온 지 2년이 되었는데, 처음으로 치료를 받기로 결심하고 병원을 알아보았다. 영주권이 없고 주치의도 없는 입장에서 병원 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워크인 프라이벳 클리닉에 가서 예약을 했더니 한 달 후에나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 달이라니! 고맙게도 내 파트너가 대학병원의 유명한 의사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더니 1주일만에 가장 좋은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아침 8시 예약이라 새벽같이 일어나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예약확인전화를 받을 때, 초진이라 병원카드를 만들어야하니 30분 일찍 오라고 해서 7시 반에 도착했다. 카드 만드는 창구의 중국계 비서는 짧고 강렬한 어조로 3분만에 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내 주소를 확인할 증명서가 필요했는데, 운전면허증도 없고 여.. 2020. 9. 25.
인어공주 그 후 물안개가 흰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인어공주는 한가롭게 꼬리로 수면을 톡톡 치면서 놀고 있었다. "물거품이 되었을 때는 기분이 어땠어?" "사르르하고, 슬픔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지." "왜 슬펐는데?" "사랑을 잃었으니까." 하고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어공주의 머리칼이 너울너울 흘러내렸다. "아, 왕자에게 배신당했었지." "응." "그 왕자는 다른 여자랑 결혼했어. 복수하고 싶지 않아? 너는 칼에 맞고 거품이 되어버렸는데." 그 질문에 인어공주는 희미하게 웃음인지 슬픔인지 뜻 모를 표정을 지었다. "아가, 내가 물거품이 되기로 한 건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어. 그 때 나는 너무 외로웠거든. 그래서 노래를 불러 인간을 내 곁에 끌어들였어. 하지만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인간들은 대답을 해주지 않더라.. 2020. 9. 23.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시큐리티 가드, 애덤 오전 11시, 우리 집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으니 갑자기 할 게 없어져 혼란스러웠다. 아니, 노트북은 작동하는데 정전 때문에 인터넷도 막혀서 그야말로 멍했다. 할 게 없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이렇게 인터넷에 의지하고 있구나. 1층으로 내려와 애덤에게 인사를 했는데 영 표정이 좋지 않다. 마스크 밖으로 보이는 반달모양 눈의 양 끝이 추욱 쳐져있었다. 애덤은 혹시 정전이 되었으면 리스트에 호수를 적으라고 했다. 이미 빼곡하게 여러 호수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입주민이 우리 뒤로 오더니 큰 소리로 불만을 표했다. "우리 집에 애들도 있고, 손님도 왔는데 정전이 되버리면 어떡해요!" 애덤은 차분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전기회사가 정전을 처리하는 중이라고 응대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2020. 9. 23.
원 데이 앳 어 타임 리뷰 - 깊은 울림이 있는 진짜 시트콤 넷플릭스 은 몇 번씩이나 배를 잡고 웃어야 할 정도로 재밌다. 그렇게 실컷 웃고 나면 아, 이런 사회적 문제가 있었구나 하고 배우게 되어,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탁 트인 것 같은 느낌이다. 시트콤은 말 그대로, 이야기 속에 코믹한 요소를 집어넣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다. 은 관객들이 무대를 보면서 환호하거나 함께 떠들썩하게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멀티캠 방식 코미디이다. 우리가 친숙한 와 같은 방식으로, 조금은 올드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막을 통해 대사를 읽는 한국인으로서는 관객들이 웃을 때 함께 웃을 수 없을 때도 가끔 있다. 그런 거리감을 감안하더라도 통쾌하게 사람을 웃길 수 있으니 참 잘 만든 시트콤인 것 같다. 가 다루는 사회 정치적 이.. 2020. 9. 22.
유나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렇게나 올려 묶은 머리는 시간이 갈수록 아무렇게나 흐트러졌다.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옆자리 운전석에 앉은 강석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유나의 귀에 대고 욕지기를 하더니 금세 술이 깬 모양이었다. 강석의 얼굴에 후회의 빛이 어렸다. 하지만 조금 전 뺨을 크게 한 대 맞은 유나는 귀가 먹먹해져 흐린 눈으로 강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멍 심해지겠다. 마사지 잘해서 풀어." 유나는 그저 체념한 듯 웃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유나의 크림색 니트 카디건이 스르르 떨어져 가녀린 어깨가 드러났다. 흰 피부 위에 보이는 시린 멍 자국이 아직은 쌀쌀한 그 날 새벽하늘 색깔 같기도 했다. 강석은 떠나는 유나를 굳이.. 2020. 9. 21.
어느 밤, 아이리시 펍 아직 해가 떠 있는 이른 저녁이지만 거리는 북적였고 가게들은 저마다 작은 조명을 밝히기 시작했다. 붉은 벽돌과 제라늄 화분 사이 흑판에 흰 분필로 적힌 낯 뜨거운 칵테일 이름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자는 가슴이 길게 패인 검은 드레스를 입고 들어왔다. 일순 펍에 있던 손님들이 여자의 드레스를 스치듯 탐닉했다. 여자는 벽난로 옆 스툴에 앉아 엘더플라워 진토닉을 주문했다. 성 축일이랍시고 쨍한 초록색 옷을 입고 기네스만 마셔대는 것 따위는 딱 질색이었다. 한 모금. 라임향이 감도는 차가운 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누군가 바이올린을 켰다. 또 한 모금.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적시다가 확 하고 알콜향이 퍼졌다. 누군가 원목 바닥을 구둣발로 두드리며 춤을 추었다. 진토닉을 비웠다. 옆에 앉은 어느 여행객은 그녀.. 2020. 9. 21.
내가 블랙핑크를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다니... 어제 있었던 일이다. 그냥 할거 하면서 유튜브 보면서 놀고 있었는데 무슨 알고리즘의 도우심인지 'Blackpink - How you like that 해외반응'이라는 비디오를 눌러보고 싶었다. 비디오를 클릭한 순간부터 비디오를 보고 환호하는 유튜버들과 한마음이 되어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언니들 댓 배대스 쏘 쿨 앳더샘타임 쏘 핫! 뮤직비디오의 모든 컷들이 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셔서 정신을 쏙 빼놓는다. 뮤직비디오의 영상미를 보다가 비트드랍이 나오면서 블랙핑크 멤버들의 매력에 사로잡혀 버렸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lavish라는 단어가 그 느낌을 가장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열대 우림이 나왔다가, 웅장한 궁전이 나오고, 아랍풍의 시장에서 차가운 겨울 느낌이 나는 영상이 쉬지않.. 2020. 9. 20.
넷플릭스 <삼생삼세 십리도화> - 그렇게 완벽하지만은 않은 신선의 사랑 이야기 우연히 라는 웹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넷플릭스로 보게 되었고, 너무나 푹 빠져 시청한 나머지 그날 밤 신선이 되는 꿈을 꿨다. 원작이 책이라는 말을 듣고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해 읽었는데, 그 책을 또 읽고도 드라마를 한번 더 정주행 할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 백천과 남주인공 야화의 나이차이는 무려 구만 살이다. 수십만 년을 사는 신선들이라면 사랑도 질투도 없이 초연할 것만 같지만, 이 신선들은 마치 몇십 년밖에 못 사는 인간들처럼 뜨거운 사랑을 한다. 나는 항상 이야기의 캐릭터에 먼저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신선들을 가지고 어떻게 작가가 재밌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지 궁금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이 신선이라는 캐릭터가 언듯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 2020.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