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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250

스페인어 몰라도 알아 들을 수 있다 찬이가 12년만에 베스트 프렌드를 만난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 나도 오겠냐고 물었다. 나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되게 어색해하고 말도 별로 없는 편이다.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많이 쓰고 피곤해한다. 그래도 찬이의 베스트 프렌드고, 12년만에 만나는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싶다는데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성격을 다 아는 찬이가 먼저 걱정을 한다. "너 피곤하고 가고싶지 않으면 진짜 괜찮아, 나만 만나고 올게."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냥 들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회사에서 기록재기 달리기를 하고 난 뒤라 몸도 지치고, 회사일도 너무 많아서 피곤해 드러눕는 참이었다. 근데 그래서 그런지 더 배가 고프다. "으음.. 근데 나도 뭐 맛있는 거 먹고 싶은데." .. 2023. 8. 18.
홍콩야자 화분과 동료의 첫만남 데이트 홍콩야자가 잘 자라고 있다. 관찰하는 맛이 있는 식물이다. 얼마 전까지는 뿌리 키우는 데 집중하더니, 요새는 다시 새 잎을 내고 있다. 새 잎이 날 때는 정말 귀엽다. 얍! 하고 애기손처럼 생긴 새 잎이 튀어나온다. 이게 5일 전 사진인데, 오늘 보니까 애기잎이 더 크게 자라고 그 위에 또 애기잎이 생긴다. 또 대책없이 자라는구나... 이 잎이 커지면 다른 잎을 가릴 텐데. 하긴, 얘는 뭐 그런 거 생각 안하면서 잎을 틔우는 것 같다. 일단은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먹기 살짝 심심해서 카페테리아 샐러드바에서 샐러드를 조금 덜어왔다. 도시락이 이미 있으니 조금만 덜어오려고 했는데? 배고픈 상태에서 막 담으니 생각보다 많이 담았다.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식탐. 동료와 점심을 함께 먹.. 2023. 8. 16.
과학 실험 보고서 답안 베낀 걸 선생님께 들켰다 과학 실험실에 다녀왔다. 퇴근하고 한두 시간씩 끙끙대며 과학책과 씨름하는 걸 보며 찬이 말한다. "너 사실 그거 재밌어서 하는 거지." "과학공부가 재밌냐고? 재밌진 않은데..." "근데 어떻게 그렇게 계속하냐." "음... 고등학생때 한국에서 배운 거랑 좀 달라서 재밌는 부분도 있긴 한데, 좀 골치아프긴 해.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만둘 수도 없고 해야지 뭐." 진짜 재밌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퇴근하고 좀 놀고 싶은데, 그냥 해야 하니까 한다. 하다 보면 그냥 집중이 된다. 이번 수업에서는 태풍, 저기압/고기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가 제일 재밌었다. 뜨거운 공기가 하늘로 올라가면 거기에 빈 공간이 생기고, 공기분자가 그 빈 공간을 채우려고 막 몰려들어 바람이 생기고 비구름과 천둥번개가 생긴다. 예전에.. 2023. 8. 15.
자전거 바퀴 펑크: 이너 타이어 스스로 교체하기 6월부터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제일 빠른 지름길을 발견했더니 버스로 가는 것보다 빠르다. 오늘 퇴근하고 약국에 들러 약을 사 오는데 자전거가 드드득거리며 잘 나가지 않았다. 잉?? 왜 드드득거리지? 🚲 오르막길을 가는데 무지하게 힘들었다. 뒷바퀴를 보니 바람이 다 빠졌다. 찬이가 그걸 보더니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너 타이어가 펑크난 것 같은데? 고쳐야겠다." "그치? 바람 넣어도 안 될 것 같아. 앞바퀴는 딴딴한데 뒷바퀴가 물렁물렁하네." "공짜로 고칠 수 있는 곳 있어. 자전거 고치는 아틀리에 알거든. 지금 가자!" "오... 그래?" "이너 타이어 5분이면 교체해." "그럼 가자!" 하지만 정말 5분밖에 안 걸렸을까? 😅 찬이와 함께 자전거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네다.. 2023. 8. 10.
나탈리의 은퇴 전 마지막 날 상사의 상사, 대빵상사인 나탈리가 은퇴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인 만큼 조금 어렵기도 한데, 너무 당연하게 반말을 쓰라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나탈리는 며칠 전부터 3일전, 2일전, 하루전 하고 은퇴일을 손꼽아 세고 있었다. 그러다 2일 전, 예쁜 카드를 하나 전해주었다. 카드에는 나보고 마음이 예쁘고 친절하다며, 매일 아침 봉주하고 웃으며 인사를 해줘서 잊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안그래도 나탈리를 위한 은퇴파티를 계획하고 있는 중인데, 이런 카드를 받으니 마음이 뭉클하다. (파티 비용 계산하다가 팁과 세금을 까먹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나도 사놓은 카드가 있어서 답장을 쓰고 건네주었다. "이거, 카드예요." "정말 친절하네, 고마워. 지금 정리할 게 많아서 나중에 읽을게. 참, 이거.. 2023. 8. 8.
기분이 안 좋을 땐 맛있는 게 최고 사실은 어제 일이 너무 많아서 울었다. 그거 때문에 울다니 좀 바보 같지만. 알고 보니 생리할 때가 되어서 그러려니 했다.아무튼 사무실에서 너무 앉아 있기만 했더니 갑갑해서 퇴근길은 그냥 걸었다. 걷는데 막 눈물이 났다. 그러나 울고만 있을 수 없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지르기로 했다. "찬아, 우리 맛있는 거 먹자. 카이버 패스 어때? 그거 보고 불꽃놀이라도 보러 가자."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울었어?" "어. 일이 너무 많아서... 아무튼 갈 거지?" "그래, 가자." 2시간짜리 코스요리를 즐겼다. 찬이가 예전부터 오고 싶어하던 곳이었는데, 가기 싫다고 핑계대다가 괜히 내가 힘드니 가자고 해서 어쩐지 미안해진다. "그래서, 그렇게 힘든 거 상사한테 말해보면 안돼?" "뭐라고 말하지? 아, 나는 참... 2023.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