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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739

치과가서 사랑니 뽑은 후기 드디어 사랑니를 뽑는 날이다. 한 개는 몇 년 전에 빼서, 이번에 세 개를 한꺼번에 뽑기로 했다. 사랑니 뺄 때 별로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걱정이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을 해 준다. 아프겠다거나, 그거 비싸지 하는 말이 많았다. 특히 상사 이사벨이 걱정을 했다. "사랑니 뽑는다고? 그러면 뽑고 나서 하루 이틀 쉬어야 하지 않겠어?" "어, 글쎄요? 예전에 뺐을 때도 오전에 뽑고 오후에 일할 정도로 괜찮았는데. 아마 괜찮을 거예요." "그것도 수술이야. 그리고 나서 코 자야 해! 일하기는 힘들지. 정말 괜찮겠어?" "재택근무하면 될 거예요." 이사벨이 '코 자야 한다'라고 한 말은, 실제로는 프랑스어로 dodo(도도)라고 말했다. 사실 자다는 dormir라는 동사를 쓰지만,.. 2023. 6. 3.
안전지대를 벗어나 볼까? 오늘도 점심시간, 쟝과 프랑스와 함께 30분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프랑스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늘은 좀 다른 코스로 가볼 거야. 공원을 달리는 게 아니라 쭉 달려서 몽루아얄까지 가보자!" 몬트리올에는 몽루아얄이라는 산이 있는데, 그 이름을 딴 거리도 있고, 같은 이름의 지하철역도 있다. 난 갑자기 달리기를 하다가 산을 가자길래 깜짝 놀랐다. "뭐? 몽루아얄 산까지 간다고?" "아니, 몽루아얄 거리." "아하, 좋아. 재밌겠다. 나는 갑자기 산에 올라간다는 줄 알았네!" "아아. 산에 올라가는 건 못하지. 나 무릎도 아픈데 요즘 허리까지 아파. 좀 살살 달리자. 그래도 좀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싶어. 이제 달리자!" 안전지대를 벗어난다는 말이 한국어로는 잘 안 와닿는다. 안전지대는 영어로 컴포트존 (.. 2023. 5. 31.
오타와 여행에서 산 복권 오타와에 놀러와서 찬이랑 거리를 걷다가, 아무 편의점에 들어가서 복권을 샀다. "나 복권 살래!" "왜? 무슨 꿈이라도 꿨어?" "아니, 그건 아닌데. 혹시라도 당첨되면 당첨금 받으러 오타와 다시 놀러와야 하잖아. 그럼 또 놀러오고 좋지." "하하하, 여기 다시 오고 싶으니까?" 오타와는 몬트리올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라서 그 여유를 만끽하러 다시 놀러오고 싶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복권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너무 여러 개라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복권 얼마예요?" "이건 3달러, 4달러, 5달러... 저기는 7달러부터 시작이고..." "음, 3달러짜리 이거 하나 주세요. 빙고처럼 생긴 거." "온리 원?" "예스." 정말 하나만 살 거냐고 되묻는 아저씨의 인도 악센트가 찐하다. 사고 나서도 어떻게.. 2023. 5. 27.
저녁 9시 노을과 점심시간 잡담 이제 해가 늦게 지고 있다. 저녁 9시가 되어야 빨갛게 해가 떨어지는 노을이 보인다. 너무 예뻐서 한 장 찍었다. 요즘 블로그가 뜸해졌는데, 내가 너무 쓰잘데기없는 일상을 자주 올리나 싶어져서이다. 일 이야기가 많은데, 보안문제도 걱정되고... 최대한 시시콜콜한 잡담만 올리긴 하는데, 괜찮겠지? 그것도 그렇고, 내 노트북이 고장난 지 벌써 3주가 넘었다. 원래 가볍고 작은 노트북이어서 충격에 약한데, 케이스가 너덜너덜하던 걸 어떻게든 끌어땡겨서 쓰다가 결국 맛이 갔다. 나는 이걸 계기로 컴퓨터를 좀 줄여봐야지 생각했는데, 왠걸 핸드폰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노트북이 없으니 블로그도 띄엄띄엄 쓰고, 재택근무도 안하고 매일 출근하고 있다. 그런데 이사벨이 오늘 노트북 하나를 건냈다. "자, 이거 네.. 2023. 5. 20.
동료가 히잡을 쓰게 된 이유 오늘은 동료 나시마와 점심을 먹었다. 나시마는 활발하고 일에 능숙해 배울 점이 많다. 나시마는 항상 히잡을 쓰고, 알제리 출신에 나보다 일찍 몬트리올에 정착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시마의 종교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술을 못 마셔.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엄청 빨개지거든." "아- 그렇구나, 나도 술 안 마셔. 안 마신지 벌써 몇 년 되었네." "왜 안 마시는 거야?" "종교 때문에. 술이 금지거든. 그래서 히잡도 쓰고 그러는 거야." "아, 그렇구나.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어?" "아니, 그건 아냐." "그래? 그럼 결혼하고 나서부터야?" "아니, 결혼하기 전에 무슬림이 되었어. 음, 조금 긴 이야긴데. 우리 가족 모두 종교가 없었어.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한번 죽을 뻔 한 적이 있었거든.. 2023. 5. 18.
점심시간에 조깅하기 프랑스가 요즘 달리기에 열심이다. 나도 예전부터 30분간 조깅을 했다고 하니까, 점심시간에 함께 뛰자고 제안했다. 벌써 세네번 같이 뛰었는데, 우리 회사 주변에 큰 공원이 있어서 달리기에 정말 좋다. "와, 호수 정말 예쁘다! 얼마 전에는 물이 별로 없었는데, 청소하느라고 그랬나?" "정말 그러고 보니 호수에 물이 채워졌네! 비가 와서 저절로 채워진건가? 물고기는 아직 없겠지?" "물고기? 글쎄... 오리가 있는 걸 보니 물고기도 아마 있지 않을까?" 지난주에는 계속 비가 와서 그런지, 군데군데 진흙이 있었다. "앗, 미끄러! 여기 조심해야 해!" "그래. 으앗, 운동화에 진흙이 다 묻었네! 마담이 별로 안 좋아할 텐데." "마담 누구?" "우리 사무실 청소해 주시는 분. 진흙을 좀 털어야겠어." 청소해.. 202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