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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250

풀기 싫은 문제를 금방 푸는 법 금요일 점심 회식, 따뜻한 날씨 덕에 테라스 이야기가 나왔다. "날씨 요즘처럼 따뜻하면 테라스에 앉아 먹어도 좋겠다. 지금까지 추워서 그런가 테라스가 없었는데." "안그래도 우리집도 테라스 열었어!" 이사벨이 집 테라스 사진을 보여준다. 작은 정원과 나무, 화초들이 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오, 멋지네요." "넌 아파트 살지? 베란다 있어?" "있긴 있어요. 거기에 의자도 놔두었는데. 근데 청소해야 해요." "아, 그렇지. 나도 최근에 청소했어. 나무가 쓰러져서 엉망이었거든." 알고 보니 지난 얼음비 사건 때문에 집 앞에 큰 나무가 쓰러졌고 그 때문에 차도 망가졌다고 한다. 세상에! 아무튼 봄이 오니 해야할 게 두 가지 있다. 베란다 청소와 자전거 바람 넣기. 아, 왜 이리 귀찮을까? * * * .. 2023. 4. 16.
샌드위치와 덴마크 가족의 부활절 명절풍경 부활절 당일인 일요일. 늦잠자고 일어나 몸이 뻐근해서 런데이 30분 달리기를 뛰었다. 뛰다보니 평소보다 먼곳까지 왔는데, 이곳은 유대인과 그리스인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그리스식 샌드위치가게에 들러 아점으로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그리스어로 말하는 손님과 주인 아주머니. 그리스어와 영어를 섞어쓴다. "여기도 정전 괜찮았어요?" "다 아웃이었지." "유제품도 팔잖아요. 유제품은요?" "아침에 새로 가져왔어." 며칠전 얼음비 정전 때문에 이곳도 문을 닫았다가 이제서야 연 모양이다. 샌드위치와 그리스식 커피를 시켰다. 그리스식 커피는 뭐가 다른가? 조그만 커피 끓이는 도구에 커피를 끓이는 카페사장님. 뭐가 다른가 하고 마셨는데 각각 다른 향이 세 가지가 느껴졌다. 향 너무 좋은데? 하고 호록호록 마시다가 다.. 2023. 4. 11.
이비인후과에서 귀지 뺀 후기 - 귀 파내지 마세요 오늘은 조금 더러운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귀지 뺄 때 그 순간이 너무 시원해서(?) 자꾸 떠오른다. 귀지 때문에 귀가 막힌 게 벌써 2년이 되었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시작될 때였고, 나는 캐나다 의료보험카드가 없는 상태였다. 갑자기 이상하게 귀가 퉁퉁 붓기 시작했다. 아프지는 않지만 아토피가 심할 때여서 그냥 염증이 많아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 귀가 부은 건 다행히 며칠 만에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귀 안에 염증이 생겨 커다란 귀지가 생겼다. 면봉, 귀이개 등을 구해 빼보려고 애를 무진 썼다. 참, 몬트리올 약국에는 귀이개가 없어서 동생에게 부탁해 한국의 귀이개를 구해다 썼다. 아무리 빼보려고 해도 귀지는 빠지지 않고, 그런 채로 2년이 지났다. 가끔은 덜그럭거리고, 가.. 2023. 4. 6.
컬리지 입학과 거절메일 어제 크리스틴이 물었다. "너 컬리지 입학시험은 어떻게 됐어?" "참, 오늘 결과 나오는 날인데. 아직 메일이 안 왔네..." '아직 안 왔다'고 말했지만, 오후까지 메일이 안 온 거라면 떨어졌나보다 싶었다. 하루가 끝날 때까지도 메일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온 걸 봤을 때, '올 게 왔구나' 싶었다. 무거운 마음 반, 살짝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메일을 열었다. 당신의 컬리지 입학지원 상태는 프랑스어 테스트 통과 조건부 입학이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 테스트 이후 당신의 입학 신청은 거절되었습니다. '거절'이라는 단어를 보니 마음이 훅 내려앉는다. 아, 결국 떨어졌구나! 하긴, 프랑스어 아직 알아듣기도 어려운데 뭐 ㅋㅋㅋ 넷지와 떼아에게 커피타임을 갖자고 했다. 휴가갔다올 .. 2023. 4. 5.
엄마가 아프고 나서 느끼는 감정 지난 1년간 엄마가 아픈 것을 한참 동안 모르고 있다가 한국에 가기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몸이 아픈 것을 모르고, 왜 전화할 때마다 기력이 없어 보이지 궁금해하기만 할 뿐이었다. 왜 엄마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일까, 왜 자꾸 전화를 끊으려고 할까 하다가 엄마가 아프다는 걸 알고 그제야 죄책감이 들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출발할 때 혹시나 싶어서 사무실을 대충 정리하고 나왔다. 잡다구레한 내 물건은 거의 버리고, 창틀 옆 화분과 일에 필요한 물건만 정리해 놓고 나왔다. 혹시라도 한국에 생각보다 오래 있어야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엄마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처음에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그 다음, 엄마의 아픔 앞에 나는 무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2023. 4. 3.
너는 결혼 언제 할 거니?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엄마가 대뜸 묻는다. "친구도 결혼하는데, 너희는 어쩔 거니?" "글쎄... 생각을 안 해 봤는데." "아휴, 어른들이 미리 챙겨줬어야 했는데..." 엄마가 말끝을 흐린다. 나는 30대 여자라면 흔히 받는 질문, "너 결혼 언제 할 거니?"를 드디어 들어봤다는 생각에 뭔가 재밌었다. 나는 이제까지 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의 불평을 끄덕끄덕 들어주기만 했다. 엄마가 알면 철이 없다고 한숨을 쉬려나? 나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결혼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웨딩드레스를 좋아하냐는 질문도 와닿지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동거가 사회제도로 잘 자리 잡힌 퀘벡으로 이민을 왔으니 결혼을 아예 잊고 있었다.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퀘벡 사회에 적응하는 .. 2023. 3. 23.